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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청년을 위한 첨단 스마트팜

푸르메재단은 중증장애인의 재활과 자립을 위한 공동체마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스마트농업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컴퓨터로 기후와 환경을 제어하며 생산성은 높아지는 반면 파종과 수확을 위한 노동력은 꾸준히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1차산업인 농업이 3차산업인 지식문화와 결합해 어떤 가치를 만들고 있는지, 4차산업인 IT산업과 결합해 어떤 결실을 맺고 있는지 점검하며 이렇게 새로운 비전과 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는 첨단농업이 장애인들에게 어떤 좋은 기회를 줄 수 있는지 우리는 그 가능성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환경과 생명을 가꾸는 따뜻한 첨단기술, 스마트팜

2월 25일 폐막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최첨단 IT 기술이 총동원되어 많은 세계인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특히 개막식과 폐막식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드론쇼는 수많은 드론들이 밤하늘에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수호랑과 오륜기를 만드는 장관을 연출, 세계인의 찬사를 받았다.

놀라운 것은 천 개가 넘는 드론을 컨트롤하며 쇼를 연출한 사람이 하나였다는 것. 이처럼 충분한 빅데이터와 정교한 프로그램, 이를 뒷받침할 기술력이 있다면 기존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가능해지는 시대가 되었다는 걸 보여주는 멋진 사례였다.

2018 평창올림픽 개회식의 드론쇼 (출처 : Business Recorder)
2018 평창올림픽 개회식의 드론쇼 (출처 : Business Recorder)

농업에도 드론쇼 못지않게 첨단 IT기술로 놀라운 진화를 이끌어내는 사례가 있다. 이른바 4차산업으로 분류되는 스마트팜이다. 분야는 다르지만 정교한 데이터 설계와 자동프로그램 구축을 통해 한 사람이 수십 명의 일을 담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마트팜은 의외로 첨단 과학기술의 산물이다.

이미 네덜란드나 일본 같은 농업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활발하게 적용되며 큰 성과를 내고 있는 스마트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농업진흥청과 자치단체, 기업과 학교에서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의 전망은 상당히 밝은 편이다.

국내 최초의 스마트팜 학과가 개설된 연암대학교

기존의 농업이 작물의 재배와 수확에 관련된 모든 업무를 농부가 해왔다면 스마트팜은 온실농업에 IoT 기술을 접목, 작물의 환경에 대한 정보를 모바일로 확인하고 제어하는 ‘자동화 농장’이다.

2세대 스마트팜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IoT기술에 더해 스스로 학습하는 AI기술을 접목시켜 스스로 최적화된 환경을 찾고, 농부의 별도 지시가 없어도 적절히 문을 열고 닫으며 양액을 공급하고 보일러를 가동한다. 농부는 종종 데이터값이 적정한지, 세팅이 적절히 되어 있는지, 혹시 꿀벌들이 더 필요한지만 확인하면 그만이다.

스마트팜을 도입하면 농부의 하루는 획기적으로 달라진다. 부모님 세대의 농부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작물을 살피고 돌보느라 허리도 못 펴고 고된 노동을 해야 했다면 스마트팜 농부는 휴대폰과 컴퓨터, CCTV로 작물의 상태를 확인하고 적절한 명령을 모바일로 내리면 된다.

부지런한 아빠농부가 본다면 베짱이 같은 아들농부가 휴대폰만 들여다본다고 경을 칠 일이지만 실상은 아들농부의 수확이 훨씬 좋을 것이다. 아빠농부의 감에만 의존했던 농작물의 환경제어를 빅데이터를 통해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할 수 있고, 기후와 토양의 영향을 덜 받아 생산성과 품질 면에서 월등히 높은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파프리카가 자라고 있는 연암대학교 내 스마트팜 온실
파프리카가 자라고 있는 연암대학교 내 스마트팜 온실

“이론상으로 충분한 데이터와 제어기술이 있다면 스마트팜은 어떤 작물이라도 재배가 가능합니다. 양액을 통해 작물에 필요한 영양분을 채워주고 온도와 습도, 햇빛의 조절을 통해 재배환경을 맞춰줄 수 있으니까요. 다만 환경제어에 필요한 비용이 과다하다면 수익성이 떨어지니 가능하면 적정수준의 환경과 작물을 선택해야겠죠”

국내 최초로 스마트팜 학과를 개설한 연암대학교의 박준우박사는 우리나라 스마트팜 산업이 아직초기 단계여서 도입비용이 높은 편이지만, 충분한 데이터 확보와 기술발전이 뒷받침되면 우리도 충분히 스마트팜 강국이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어떤 환경에서 가장 좋은 품질의 작물이 많이 생산되는지를 알아가는 것은 스마트팜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동일한 면적에서도 생산성과 수익성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정교한 데이터 축적과 분석, 활용을 할 수 있는 인력이 늘어날수록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연암대에서 파프리카, 딸기, 엽채류 등 다양한 작물의 스마트팜 운영을 통해 학생들의 실습과 빅데이터 축적에 힘을 쏟는 이유이다.

딸기도 농부도 행복한 스마트 딸기농장, 그린케어팜

“총 온실의 면적은 3천 평 정도 되지만 재배되는 딸기주수를 감안하면 기존 딸기밭으로는 6천 평 정도 된다고 보면 됩니다. 수확과 포장을 위한 작업자는 여럿 있지만 전체 재배를 관리하는 직원은 한 사람입니다. 전부 스마트팜 시스템으로 자동 제어되고 있으니까요.”

평택에 위치한 그린케이팜은 재배면적이 약 3천 평에 달해 단일 딸기온실로는 국내 최대를 자랑한다. 원래 농업용 온실건축과 스마트팜 시스템을 생산해온 그린플러스는 직접 평택에 딸기재배를 시작했다. 직원 중 딸기를 키워본 농부는 아무도 없었지만 그간 축적된 데이터와 기술을 믿고 과감히 도전했다. 초반 약간의 시행착오 끝에 다행히 드넓은 스마트팜 온실 안에서 딸기들은 빨갛고 향기롭게 잘 자라고 있었다.

딸기가 자라고 있는 평택 그린케이팜
딸기가 자라고 있는 평택 그린케이팜

“약간의 환경변화로도 재배량은 50%까지 차이가 납니다. 조금의 온도차이로 당도에 큰 변화가 있기도 하고요. 가장 좋은 딸기를 생산할 수 있을 때까지 지속적인 trial & error 과정을 반복해가며 최적의 환경과 데이터를 맞춰나가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스마트팜의 성공은 빅데이터의 축적과 활용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린플러스 이상화 부사장은 신선한 딸기가 가득한 농장을 소개하며 무럭무럭 자라는 딸기에 대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깔끔하게 관리된 온실 속에서 친환경 재배된 딸기는 생산성도 높고 품질도 놓아 백화점에 납품되는 수준이라고 한다. 실제로 농장에서 갓 딴 딸기를 한 입 베어물자 입 안 가득 달콤한 과즙과 향이 퍼지며 그간 먹어왔던 딸기의 맛을 압도했다.

농장에 대해 설명하는 그린플러스 이상화 부사장
농장에 대해 설명하는 그린플러스 이상화 부사장

푸르메재단이 스마트팜에 주목하는 것은 높은 생산성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이 장애청년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 관리자가 전체 농장을 관리한다고 해도 모종을 심고 열매를 수확하는 일은 많은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높은 생산성은 충분한 수익을 담보할 수 있고 충분한 수익이 확보되면 지속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장애청년에게 만들어줄 수 있다.

안전하고 쾌적한 장애청년의 일자리

농업에는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고 한다. 생명을 심고 가꾸고 수확하는 일련의 과정이 사람의 몸과 마음에 기쁨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네덜란드에는 농업을 통해 노약자를 돌보고 치료하는 케어팜(Care Farm) 모델이 100여 곳이 넘는다. 중증장애인이나 정신질환자를 가둬두거나 묶어두지 않고 안전한 곳에서 자연과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며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 한 사회가 좀더 성숙하고 발전하기 위해 함께 살아가는 일의 가치를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환경오염으로 안전한 먹거리를 찾기 어렵고 경작할 수 있는 토지는 점점 좁아지는 상황에서 우리가 환경과 농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대안이 되어주는 스마트팜. 같은 물이라도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뱀이 마시면 독이 된다는 속담처럼 아무리 좋은 첨단 과학기술이라도 그 기술이 사람을 해하는 무기제작에 활용된다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첨단기술이 생명을 가꾸고 돌보는 일을 위해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갑고 고마웠다.

크지는 않지만 땡볕도 미세먼지도 없는 쾌적하고 안전한 공간. 장애청년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딸기와 토마토를 보살피고, 어린이들은 재잘재잘 딸기를 따며 생명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도심 속 스마트팜이 어쩌면 우리 농업의 미래와 함께 우리 사회의 공동체 문화와 복지향상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글= 임지영 팀장 (기획팀)
*사진= 정태영 기획실장, 김해승 간사 (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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