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빈민의 성자 “日, 역사의식 없다면 희망없다”

빈민의 성자 “日, 역사의식 없다면 희망없다”

2013-08-07

‘日 마지막 양심’ 노무라 모토유키 목사

“역사의식이 없다면 희망도 없다.”

망언을 일삼는 일본 정치인들의 비뚤어진 역사관에 대한 우려가 국내외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일본의 마지막 양심이라 불리는 노무라 모토유키(82·野村基之·사진) 목사가 일본의 침략사에 대한 반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방한 중인 노무라 목사는 6일 오후 문화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우익들의 반응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며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일본에도 양심과 상식을 가진 일본인들이 많지만,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의 ‘나치식 비밀개헌 발언’과 욱일승천기 논란 등으로 일본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지만 일본 내에는 아직도 많은 양심적 목소리가 있는 만큼 한국의 친구들은 이 같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는 호소였다.

일본의 침략전쟁에 대한 속죄를 위해 한국에서 빈민지원운동을 펼쳐 ‘청계천 빈민가의 성자’로도 불리는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1968년 처음 한국을 찾았을 때부터 일본 군인이 이 땅을 밟았을 생각에 죄스러웠다”며 “서울에 가장 높은 산봉우리에 일본의 국기가 꽂혔던 것이 생각나 마음이 아팠다”고 회상했다. 노무라 목사는 이어 “3·1운동의 발원지인 탑골공원에서는 아들 마코토에게 일본인이 한국에 얼마나 나쁜 짓을 했는지 기억하라고 가르쳤다”며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에 앞서 서울 종로구 푸르메홀에서 열린 푸르메재단(이사장 김성수) 초청 특별강연에서 1970년대 청계천에서 노점상, 지게꾼, 날품팔이 노동자들과 함께 지내던 얘기를 들려줬다. 그는 강연 시작 전 가야금에 맞춰 6·25전쟁의 참상을 노래한 ‘비목’을 플루트로 연주하며 “일본의 침략이 없었다면 6·25전쟁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라 목사는 이에 앞서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위치한 ‘평화의 소녀상’을 사회복지사로 활동하는 아들과 함께 방문했다. 지난해 2월 방한 때도 이곳을 찾아 플루트로 ‘봉선화’를 연주하며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죄를 촉구한 바 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