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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광화문 베테랑, 뚝섬의 초보… 완주의 환호는 함께 누렸다

광화문 베테랑, 뚝섬의 초보… 완주의 환호는 함께 누렸다

2014-03-17

[2014 서울국제마라톤 & 제85회 동아마라톤]

                             서울 도심이 축제의 한마당으로 변했다. 김주현 씨는 조선시대 임금의 곤룡포를

입고 달렸고, 경기 안산시에서 온 헤어디자이너 손영기 씨는 ‘가위손’을 들었고,

‘양팔 없는 러너’ 김황태 씨도 힘차게 발을 굴렀다. 편측마비 등 희귀병을 앓고 있

는 아들 은총이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박지훈 씨는 휠체어에 탄 아들과 함께 달

렸다. 결승 지점인 잠실올림픽주경기장 앞 광장에서는 다이나믹 듀오의 축하공

연이 펼쳐졌다(위쪽 사진부터). 원대연 yeon72@donga.com ·신원건·박영대·양

회성 기자

따뜻한 봄날 도심을 가르며 뛰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16일 서울국제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 2만1000여 명이 모인 광화문광장은 그야말로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오전 8시 5분 일반 참가자들이 출발할 때는 선두 30여 m 앞에서 기마경찰도 함께 달려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올해 처음 도입된 10km 코스 출발지점인 뚝섬 한강공원에도 출발 한 시간 전인 9시 반부터 30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주로 마라톤 초보들로 구성된 10km 참가자들은 가족, 지인들과 응원을 하거나 준비체조를 하는 등 들뜬 분위기였다. 단축마라톤에 출전한 이들은 풀코스 마스터스 참가자와 함께 거의 비슷한 시간대에 골인해 축제의 기쁨을 함께 누렸다.

즐거운 축제인 만큼 각양각색의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조선시대 임금의 곤룡포를 입고 참가한 김주현 씨(54)는 “성군 세종의 업적을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이렇게 입고 나왔다”고 말했다. 마라톤 경력 10년째인 박길수 씨(49)는 영화 캐릭터 ‘캡틴 아메리카’의 의상을 입고 나왔다. 그는 “기록보다 즐기자는 취지로 마라톤에 참가하고 있다.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고 행복해하는 게 목적”이라며 “해피 바이러스!”를 외쳤다.

완주하지는 못해도 달리는 즐거움은 컸다. 황길수 씨(38)는 발에 물집이 잡혀 30km 지점에서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큰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스파이더맨’ 복장만큼은 끝까지 벗지 않고 “아들에게 스파이더맨처럼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웃었다.

결승 지점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선 힙합 듀엣 ‘다이나믹 듀오’와 트로트 가수 홍진영 등 인기가수들의 공연이 흥을 돋웠다.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푸르메 어린이재활병원’을 착공하는 푸르메재단은 올해부터 생긴 ‘서울 챌린지 10km’ 코스를 자선 레이스로 삼았다. 산악인 엄홍길 씨, 가수 션 등 21명이 “제가 달릴 테니 기부금으로 응원해달라”고 선언한 뒤 기금을 모았다. 이번 마라톤에 1060명이 후원해 2400만 원을 모았다. 엄 씨는 1998년 안나푸르나 등반 도중 당한 부상으로 아직까지 오른쪽 발목이 불편한 상태지만 푸르메재단을 돕기 위해 참가했다.

“공식 대회에서 마라톤에 참가하긴 처음인데 정말 힘드네요. 산을 타는 것과 평지를 달리는 것은 아주 다른데, 뜻이 좋아 열심히 뛰었습니다.” 10km를 완주하고 결승선에 들어온 엄 씨의 얼굴에선 땀이 뚝뚝 떨어졌다.

완주한 이는 성취감에, 완주하지 못한 이는 달리는 기쁨에 모두가 즐거운 순간이었다.

강은지 kej09@donga.com·박성진·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