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6000명 기부·사랑 모아… 어린이재활병원 내일 첫 삽"

"6000명 기부·사랑 모아… 어린이재활병원 내일 첫 삽"
마포구 상암동에 병원 세우는 푸르메재단 백경학 상임이사

2014-03-25

“어린이재활병원은 10년 동안 준비했던 일입니다. 저 혼자만이 아니라 6000여 명의 기부와 사랑이 모아져서 건립된다는 사실이 감동스럽습니다.”

어린이재활병원을 건립하기 위해 지난 2004년 푸르메재단을 설립한 백경학 재단 상임이사는 25일 병원 착공을 하루 앞두고 “꿈만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푸르메재단은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장애어린이의 재활치료와 사회복귀를 위한 병원학교·직업교육이 가능한 통합형 어린이재활병원을 착공한다. 어린이재활병원은 3215㎡(약 970평) 부지에 지상 7층·지하 3층·100병상 규모로 2015년 완공되면 하루 500명, 연간 15만 명이 이용할 수 있다.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은 백 이사의 숙원이었다. 백 이사는 1998년 유럽 연수 중에 떠난 가족 여행에서 아내가 다리를 절단하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아내가 입원할 수 있는 재활병원은 턱없이 부족했다.

백 이사는 “환자 중심이던 유럽의 병원과 달리 우리나라는 2∼3개월을 기다려야 입원할 수 있는 병원이 대부분이었고, 오랜 기간 입원해야 하는 재활 병원은 찾을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것이 재활병원 건립의 시작이었고, 그는 2004년 8월 병원 건립 기금 마련을 위해 푸르메재단을 출범시켰다. 재단은 가난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장애 어린이에 초점을 맞췄다. 재단은 장애어린이에게 재활치료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꾸준히 사회에 알리기 시작했고, 곧 후원자들이 나타났다.

백 이사는 “박완서, 정호승 작가는 2006년 원고를 부탁하면서 인연이 됐다”며 “박완서 작가는 책의 첫 인세를 기부했고, 정호승 작가는 기부는 물론 정기적으로 재단을 위한 강연과 시를 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완서 작가를 문학의 어머니로 여기는 신경숙 작가도 박 작가의 타계 이후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가수 션은 병원 건립을 위해 2013년에만 20여 개의 마라톤 및 철인 3종 경기에 참가해 1억 원을 기부했다. 이외에도 싸이, 차인표 등 연예인과 박찬호, 류현진 등 스포츠 스타 등도 기부에 동참했다.

일반인들의 기부도 이어졌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의 동전부터 뇌성마비 장애인, 동네 이웃 등 현재까지 6000여 명의 시민들이 동참했다. 현재까지 모아진 기금은 330억 원. 백 이사는 430억 원의 목표금액(건립비 400억 원·초기 운영비 30억 원)을 채우기 위해 대기업에도 문을 두드리고 있다. 백 이사는 “병원을 잘 지어서 운영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장애 어린이 청소년들이 평생 자립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이나 공동체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