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환자들의 환한 웃음 보며 힘 얻었죠"

"환자들의 환한 웃음 보며 힘 얻었죠"

2017-09-21

장애인 전용 푸르메치과 10주년
시민·기업 후원으로 치료비 감면, 병원 밖 환자까지 찾아가 돌봐

"댄스스포츠 선수는 이미지가 생명이라 치아를 깨끗이 치료하는 게 중요했어요. 푸르메치과 선생님들 고맙습니다."

20일 서울 종로구 푸르메치과. 멋진 춤을 선보인 장애인 댄스스포츠 선수 전승훈(52)씨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관객 100여명이 박수를 보냈다. 정씨는 2007년부터 이 병원 '단골'이다. 개원 10주년 기념식에서 축하 공연으로 감사를 전했다.

국내 최초 민간에서 설립한 장애인 전용 치과 '푸르메치과'가 10주년을 맞았다. 2007년 7월 '장애인 구강 건강의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목표로 푸르메치과를 열었다. 10년간 치료받은 장애인 환자는 9000여명. 기념식에는 김성수 푸르메재단 명예이사장, 강지원 이사장, 김영종 종로구청장을 비롯해 자원봉사자와 후원자 100여명이 참석했다.

20일 서울 종로구 신교동 푸르메치과에서 열린 개원 10주년 기념식에서 김성수(왼쪽에서 여덟째) 푸르메재단 명예이사장, 강지원(왼쪽에서 아홉째) 이사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20일 서울 종로구 신교동 푸르메치과에서 열린 개원 10주년 기념식에서 김성수(왼쪽에서 여덟째) 푸르메재단 명예이사장, 강지원(왼쪽에서 아홉째) 이사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푸르메재단

푸르메치과는 시민과 기업 후원을 받아 장애인 환자들에게 진료비 약 30억원을 면제·감면해줬고, 저소득 장애인 환자 200명에게 치료비 6억7000만원을 지원했다. 푸르메재단이 자체 조성한 기금 24억2700만원은 진료비 감면에 썼다. 병원 밖 환자도 찾아 나섰다. 2008년부터 이동 진료 서비스 '푸르메 미소 원정대' 활동을 시작했다. 의료진과 자원봉사자가 수도권 쪽방촌과 네팔, 베트남, 미얀마 등 50여곳에서 4200명을 진료했다.

푸르메치과의 시작은 조촐했다. 초대 원장인 장경수 전 서울대 치대 교수 등 치과의사 11명, 자원봉사자와 기업 도움을 받아 장비를 마련했다. 종로구 일반 사무실 건물에 세를 들었다. 49.5㎡ 넓이에 진료 의자 2개에 불과했다.

이후 서울 종로구 신교동 '세종마을 푸르메재단' 건물로 옮겼다. 125.4㎡ 규모로 넓어졌고 진료 의자도 4개로 늘었다. 1층에 있어 장애인들이 접근하기 편리하다. 전현아 원장과 치과위생사 4명이 상근 의료진으로 활동하고 자원봉사자 수십 명이 거든다. 장애인 복지카드를 소지한 장애인은 누구나 진료받을 수 있다.

10년간 푸르메치과를 지킨 정희경(51) 치과팀장은 "전쟁 같은 하루하루였지만 웃음 짓는 장애인 환자들이 있어 보람찼다"고 했다. 김다솜 치과위생사는 "개인 의원보다 낮은 급여를 받지만 후회 없다"고 했다.

푸르메치과 환자 40%는 의료급여 수급권자다. 한 달에 수급비 30만~40만원을 받지만 치과 치료비를 감당하기 힘들다. 최순실 사태 이후 후원금이 크게 줄어 푸르메치과도 치료비 지원이 여의치 않다고 한다. 전 원장은 "앞으로도 푸르메치과가 장애인 나눔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시민·기업이 함께해달라"고 했다.

김은중 기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21/201709210026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