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의 제법 괜찮은 하루

[8월 공감]


푸르메재활의원 이용 장애어린이의 하루에 공감하기


 


“어엄~마!”

공현우(4) 어린이가 목청껏 소리를 지르며 달려옵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요리조리 돌아다니길 멈추지 않습니다. 누군가 다가가면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관심을 나타냅니다. 그런 현우를 보고 주변 사람들은 의아해합니다. 건강해 보이는데 왜 재활치료를 받는지 모르겠다고 말입니다.


‘까르르’ 카메라를 향해 활짝 웃고 있는 현우
‘까르르’ 카메라를 향해 활짝 웃고 있는 현우

불과 1년 전만 해도 현우는 걷지도 말하지도 먹지도 못했습니다. 몸속 악성종양을 갖고 태어난 현우는  생후 6개월 때 소아암을 진단받고 심장수술과 뇌종양수술, 조혈모세포이식수술 등 수차례의 수술을 견뎌야 했습니다. 뇌압조절이 어려운 탓에 또래 아이들에 비해 발달이 더뎌 꾸준한 재활치료가 절실한 상황. 수술 후유증이 남지 않기 위해서도 재활치료는 꼭 필요합니다.


부산을 떠나 연고지 없는 서울의 소아암 환자와 가족을 위한 쉼터에 엄마와 단 둘이 머물며 현우는 주 3회 푸르메재활의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언어치료, 감각통합치료, 작업치료, 물리치료를 받기 위해서입니다. 금요일 오후 2시. 작업치료 시간이 되자 현우가 두 발로 성큼성큼 알아서 치료실로 들어가고 엄마 공주(30) 씨는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봅니다.


재활치료실로 걸어가고 있는 현우
재활치료실로 걸어가고 있는 현우

신발을 벗고 들어가자마자 익숙하게 수납장에서 치료도구를 직접 챙겨 자리에 앉는 현우. 공작 도구로 쓱싹 썬 찰흙을 구멍에 넣고 버튼을 누르니 반죽이 길게 뽑혀 나옵니다. 치료사가 “숟가락으로 퍼볼까요?”라고 하자 “네~에”하며 손에 꼭 쥔 도구로 옮겨 담습니다. 버스와 헬리콥터 모양의 퍼즐을 해당되는 자리에 끼워 맞추는 훈련도 곧잘 합니다. 운동 능력을 높이고 자세 교정을 돕는 물리치료 시간에는 치료사가 건넨 얼굴만한 공을 두 손으로 잘 받아냅니다.


치료도구를 순서에 맞게 이용하고 있는 현우
치료도구를 순서에 맞게 이용하고 있는 현우

주어진 과제를 느리긴 하지만 결국 해내고야 마는 모습. 재활치료는 움츠려 있던 현우의 작은 몸과 마음을 활짝 깨웠습니다. 이유리 치료사는 “예전에는 금방 포기하고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도구 사용과 언어 표현을 반복해서 시도해보고 의사소통도 훨씬 나아졌어요”라고 말합니다.


이제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대신 두 음절 단어로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게 됐고, 고용량 주사를 맞느라 분유·이유식을 거부했던 이전과는 달리 조금씩 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공주 씨는 “신발 한 번 신겨보는 게 소원이었어요. 푸르메재활의원 1년을 다니니까 아이가 스스로 걷게 되면서 손잡고 나란히 걸을 수 있게 됐어요.” 매일같이 들쳐 업던 아이에게 나타난 변화가 꿈만 같습니다.


물리치료사가 건넨 공을 받고 있는 현우
물리치료사가 건넨 공을 받고 있는 현우

공주 씨는 현우가 치료받는 30분 동안 잠시나마 숨통을 틥니다. 대개 어머니들과 못 나눈 대화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고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아이가 배우는 동안 저도 배울 수 있어서 만족스러워요.” 푸르메재활의원은 앞으로도 보호자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라니 기대가 됩니다.


푸르메재활의원을 다니면서 감동받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라는 공주 씨. “치료사들이 현우를 자기 아이처럼 귀여워하고 사랑해주세요. 하나하나 세심하게 신경써주시니 전폭적으로 믿게 되요. 처음에 현우가 적응이 안돼서 엄청 울었어요. 아이가 저만 찾을까봐 일부러 치료에 안 따라 들어갔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안정되었죠. 점차 좋아지는 게 보이니까 부산에 못 내려가고 있어요(웃음).”


재활치료를 마치고 어린이도서관에서 놀고 있는 현우
재활치료를 마치고 어린이도서관에서 놀고 있는 현우

빠듯한 형편에 왕복 교통비가 만만치 않고 소아암 어린이를 후원하는 단체의 치료비 지원이 올 10월에 종료되면 재활치료도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예전보다 몸의 움직임이 훨씬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부족한 언어·인지 기능을 향상시키려면 재활치료를 멈출 수 없습니다. 엄마는 할 수 있는 데까지 해주고 싶습니다.


“욕심이 있다면, 아파서 못한 게 많으니까 하고 싶은 거 다 해보면 좋겠어요. 태어나서 한동안 바깥 구경도 못 하고 집과 병원만 오고갔거든요. 재활치료에 끝이 없지만, 더 아프지 말고 씩씩하게 뛰어 놀 수 있다면 바랄 게 없죠.”


오후 3시. 치료가 끝나서 홀가분한 듯 신발을 벗고 복도를 마구 돌아다니던 현우는 지나치는 치료사에게 달려가 인사를 하고 중앙 놀이터에서 장난감 블록을 갖고 놉니다. 이제 집으로 갈 시간입니다. 엄마와 푸르메재활의원 문을 나서는 현우의 씩씩한 뒷모습이 말해줍니다. 내일도 제법 괜찮은 하루일 것 같다고.


*글, 사진= 정담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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