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 기부천사

[오피니언] 기부천사

2014-12-24

얼마 전 모 방송에 출연한 션과 정혜영 부부의 기부 이야기가 국민들에게 적지않은 감동을 선사했다. 별명이 ‘기부 천사’일정도로 매달 고정적으로 후원하는 금액만 2000~3000만원에 달한다. 홀트아동복지회에는 매년 1억원씩 6년째 기부를 통해 매년 100명의 어린이들에게 꿈장학금을 주고 있다. ‘오늘 더 사랑해’ 가족에세이 발간을 통해 얻은 인세 1억3000만원도 대학생 27명에게 장학금으로 전달했다. 1주일에 2~3번 정도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1km마다 1만원씩, 1년에 1만km 뛰어 1억원을 후원하는 ‘1만원의 기적’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이렇게 지금까지 션·정혜영 부부가 직접 기부한 금액만도 35억원이 넘었다. 여기에 푸르메재단과 함께 어린이 재활병원 건립기금 마련에 나서 목표금액 430억원 중 현재 320억원을 모금했다. ‘1만원의 기적’이 정말 기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사회자가 물었다. “돈이 많아서 기부하는 건가요” 그들 부부는 “우리가 돈이 많아서 돈을 쌓아 두고 있어서 기부하는 것이 아니다”고 전했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관심을 갖다보니 하루 1만원으로 시작한 기부금이 늘어났다고.

연예계의 또 다른 기부 천사로 가수 김장훈이 있다. 독도 지킴이, 대한민국 홍보대사로도 널리 알려진 그는 아직도 5000만원짜리 월세방에 살면서 나라와 어려운 이웃, 청소년들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만도 자그마치 200억원에 달한다. 1991년 가수 데뷔 후 8년 만에야 흥행 가수가 됐다. 그러자 교회 목사로 청소년 사역을 하는 그의 어머니가 “너도 이제 사랑을 받으니 베풀어야 하지 않겠니”라는 권유에 사회복지시설을 찾았던 게 기부천사로서 첫 출발이 됐다는 것. 그는 자신이 고교 중퇴 등 우울한 청소년기를 보냈던 만큼 빗나가는 청소년 선도에 열정을 쏟고 있다.

우리 지역에도 자랑스런 기부 천사가 있다. 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전주 서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 지난 2000년 4월 주민센터 앞에 58만원을 놓고 간 것을 시작으로 14년간 성탄절 전후에 몰래 돈 상자를 놓고 간 금액이 3억 4699만원에 이른다.

얼굴 없는 천사는 도내 곳곳에서 줄을 잇고 있다. 장수 장계면에서는 폐품을 모아 10여년째 기부하는 익명의 독지가가 있다. 익산 성당면·어양동 남원 산동면·대강면 진안읍 부안 하서면 전주 인후1동·서서학동 등 올해도 곳곳에서 남몰래 쌀과 돈봉투를 놓고 갔다. 성탄절을 맞아 우리 사회에 기부 DNA와 천사 바이러스가 널리 확산되었으면 한다.

권순택 kwon@jja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