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장애인을 차별하는 일은 미래의 나를 차별하는 것”

“장애인을 차별하는 일은 미래의 나를 차별하는 것”

2015-05-11

1급 지체장애 고정욱 작가… ‘책 읽는 미러클 맨’에 참여

지난달 22일 서울 서대문구 인왕초등학교에서 열린 5월 기적의 책 캠페인 행사에서 ‘책 읽는 미러클 맨’으로 선정된 고정욱 작가(가운데)가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휠체어에 앉은 고정욱 작가(55)가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들었다가 놓았다. 1급 지체장애인 그의 다리는 힘없이 툭 떨어졌다. 고 작가는 학생들에게 각자 자신의 다리를 만져보라고 했다. 그는 “‘다리야 고맙다, 다리야 고맙다’고 말해 보세요. 이것만 알고 가도 강의는 대성공”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서울 서대문구 인왕초등학교에서 열린 5월 기적의 책 캠페인 행사에서 고 작가가 ‘책 읽는 미러클 맨’으로 참가해 3, 4학년 240여 명을 대상으로 장애인 인식 개선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고 작가는 사람이 나이가 들어 지팡이와 휠체어에 의존하는 사진을 보여주며 “장애는 나의 미래 모습일 수 있다”며 “장애인을 차별하는 일은 미래의 나를 차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992년 등단한 고 작가는 ‘가방 들어주는 아이’ ‘아주 특별한 우리 형’ 등 239권의 책을 출간해 약 350만 부를 판매한 아동문학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는 인세 수입 중 2억5000만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그의 기부 이야기를 듣고 눈이 휘둥그레진 학생들은 “작가님 멋있어요, 나도 작가 될래요”를 외쳤다. 그는 “휠체어에 앉아 있으면 불쌍하다며 돈을 주고 가는 사람도 있지만 장애인이 가난하다는 생각은 편견”이라며 “장애인도 작가나 운동선수처럼 멋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고 작가가 최근 출간한 ‘아빠의 지휘봉’(꿈틀)이 5월 기적의 책 리스트에 포함됐다. 그는 학생들에게 “책을 읽는 일도 좋지만 기부도 될 수 있다니 일거양득”이라며 “책을 사서 읽는 것만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일은 내게도 남에게도 유익한 일”이라고 했다.

기적의 책 캠페인은 푸르메재단(이사장 김성수)과 교보문고(대표 허정도), 동아일보가 지난해 6월부터 함께 펼치고 있다. 매달 선정한 기적의 책 20종을 교보문고 오프라인 14개 점포에서 구매할 때마다 권당 1000원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짓고 있는 어린이재활병원에 자동으로 기부된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출처 : http://news.donga.com/3/all/20150511/7116719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