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미술관서 만나는 우리사회 지킴이

미술관서 만나는 우리사회 지킴이

2016-02-15

‘본질을 묻다’ 전에 출품된 김윤곤, 김건우 조선내화 생산직 직원 부자의 사진. 부자가 생산현장의 동료가 돼 ‘공 프로젝트’에 소개됐다. [사진 변순철]

 김광규(75) 시인의 ‘바다의 통곡’은 2014년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 얘기를 구체적 현실 체험으로 쓴 시다. 온 땅을 뒤덮었던 분노와 절망이 희미해지는 오늘, 그는 “밀려왔다 물러가는 파도 앞에서/통곡하는 수밖에 없는가”라는 2년 전 물음에 대한 대답은 “지금까지도 ‘그렇다’ 한마디뿐 아닌가”라고 썼다.

전남일보 ‘공 프로젝트’ 1년 사진전 묵묵히 제 일 해내는 12명 통해 공공성 회복, 사회 공헌 메시지

무기력이 시간과의 겨루기에서 무감각으로 흘러가는 걸 그냥 지켜볼 수 없었던 이들도 많다. 이재욱(38) 전남일보 발행인 겸 사장도 그런 이들 중 하나다.

이 사장은 한국사회가 원점으로 돌아가 우리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할 때라고 선언하는 ‘공 프로젝트’를 지난 1년 전남일보를 중심으로 실천했다. 여기서 공은 공공성 회복을 뜻하는 공(公·共), 다시 기본에서 출발하자는 공(空), 사회 공헌의 공(貢)이다.

18일 서울 삼청로 금호미술관에서 개막하는 ‘본질을 묻다’는 이 ‘공 프로젝트’에 소개됐던 12명 인물의 사진전이다.

( 이재욱 전남일보 전남일보 사장 )

전남일보는 2015년 1월 5일자부터 매달 한 번씩 전면광고가 들어가는 마지막 지면에 ‘본질을 묻다’는 큰 제목 아래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제 일을 해나가는 인물을 인터뷰해 실었다.

이 사장을 비롯해 김홍탁 플레이그라운드 대표, 사진작가 변순철씨 등이 참가한 인물 선정 모임은 매번 3~4명 후보군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선정된 이는 강성언 여수공항 관제사, 이원종 지역발전위원장, 김윤곤·건우 조선내화 생산직 직원 부자, 서거원 대한양궁협회 전무이사, 천종호 부산가정법원 부장판사,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이한주·이리나 다문화가족 부부, 김선민 전남일보 대학생 기자, 김순재 제주도 농부, 장인순 전 한국원자력연구소장, 안상수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장, 김구현 실향민이었다.

이들 12명 이야기는 ‘지역신문 컨퍼런스’ 대상을 받는 등 큰 반향을 일으켰다. 사진 촬영을 담당했던 변순철(47) 작가는 “우리 사회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인물로 사유하는 흥미로운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전시는 28일까지. 02-720-5114.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출처 : http://news.joins.com/article/19566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