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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아내 교통사고로 눈뜬 장애 현실…10년 숙원 이뤘죠”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아내 교통사고로 눈뜬 장애 현실…10년 숙원 이뤘죠”

2016-02-19

국내 첫 어린이재활병원 개원 앞둔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봉사는 기적을 일으키는 모험 6000여명의 시민 기부 ‘결실’
넥슨 등 기업들의 도움 큰 힘
 

“봉사는 아름다운 기적을 일으키는 모험입니다. 하지만 봉사하기 위해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죠. 꿈만으론 아무것도 못 해요. 기적은 사람의 힘이 이뤄냅니다.”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사진)는 최근 서울 신교동 재단 사무실에서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의 책상 위엔 푸르메재단에 기부한 주요 대기업 오너들의 가계도를 꼼꼼히 정리한 자료가 놓여 있었다. 사무실 형광등은 군데군데 꺼져 있었다. “기부금을 받아 운영하는 봉사단체에서 전기요금 같은 비용은 조금이라도 아껴야죠. 기부자들의 인맥을 면밀히 분석하는 것도 관계를 지속하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푸르메재단은 지난해 12월 서울 상암동에 국내 최대 규모의 아동 재활병원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을 준공했다. 지하 3층~지상 7층 규모 건물인 이 병원은 오는 4월 정식 개원하며, 의료진과 직원 채용이 한창이다.

백 이사는 “2005년 재단 설립 때부터 추진해온 숙원사업이 드디어 이뤄져 감개무량하다”며 “넥슨을 비롯한 기업의 도움과 마포구청의 행정지원, 6000여명의 시민 기부가 빚어낸 커다란 기적”이라고 자평했다. “현재 약 30만명으로 추정되는 국내 소아 장애인 중 90%가량이 사고나 질병 등 후천적 요인으로 장애를 얻은 아이입니다. 소아 장애인은 장애 관련 증상을 일찍 치료하면 성인이 됐을 때 훨씬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어요.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이 소아 장애인 조기 치료의 중심지가 됐으면 합니다.”

백 이사가 처음부터 장애인 재활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그는 전직 기자다. CBS 한겨레신문 동아일보에서 기자생활을 한 뒤 독일 뮌헨대 정치학연구소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지냈다. 독일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영국에 들러 가족여행을 하다 부인이 교통사고를 당했다. 귀국 후 여러 병원을 찾았지만 결국 부인은 장애인이 됐다. “한국에서 장애인 재활치료 관련 시설이 수요보다 얼마나 부족한지 아내를 보며 실감했어요. 그때부터 재활병원 설립을 꿈꾸게 됐고, 그걸 이루려 계속 달려왔습니다.”

‘좋은 일’을 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했다. 백 이사는 2002년 수제 하우스맥주 체인점 옥토버훼스트를 창업했다. 그리고 3년 후 푸르메재단 상임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기자 하던 사람이 맥주집을 창업한다고 했을 때 아내의 반대가 심했다”며 “아무것도 몰랐던 데다 꿈을 향한 절박함이 있었기에 그럴 수 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봉사하는 과정은 설득의 연속”이라며 “용감하고 과감하게 나서되 목표는 선명하게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뭔가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드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동시에 현실적으로 계획을 잘 짜는 성격이죠. 어릴 때 방학숙제는 방학 시작한 지 1주일 만에 다하고, 학교에 갈 때 입고 갈 옷도 미리 챙겨놨을 정도예요. 봉사할 때도 이상과 현실의 접점을 찾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출처 :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6021840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