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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미얀마 판자촌에 천막 치료소

미얀마 판자촌에 ‘천막 치료소’

2016-09-20

푸르메재단 등 의료봉사단, 사흘간 주민 1128명 무료 진료

지난 10일 미얀마 양곤 흘라잉타야 지역의 떼귄 마을. 마을 중심부에 자리 잡은 ‘따웅자 불교 사원’에 푸른 조끼를 입은 한국인 의료봉사단 20여 명이 도착했다. 의료봉사를 하기 위해 찾아온 푸르메재단 산하 푸르메치과와 서울의료원 의료진이다. 달려나온 마을 아이들이 의료진을 보고 “아퓨꿰, 아퓨꿰(피부가 하얗다)”라고 외치며 환영의 뜻으로 하얀 재스민 화환을 걸어주었다.

이날 임시 병원이 된 사원엔 치과·감염내과·외과·소화기내과·순환기내과·재활의학과 ‘천막 치료소’가 열렸다. 2~3평 넓이의 판잣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이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봉제 공장에서 일하거나 강가의 모래를 나르는 일용직 노동을 한다. 통역을 맡은 타익윈(43)씨는 “낡은 판잣집을 월세로 살고 있을 정도로 빈민들이라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미얀마 양곤 떼귄 마을에 도착한 한국 의료진에게 아이들이 재스민 화환을 걸어주고 있다. 미얀마에서 재스민은 ‘순수한 마음을 담아서’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푸르메재단

의료봉사가 진행된 사흘간 사원 앞은 무료 진료를 받기 위해 모인 주민 1128 명으로 붐볐다. 서울의료원 최재필 감염내과 과장의 첫 환자는 아운산민(62)씨 부부가 데려온 손녀 떼떼톤(4)양이었다. 아운산민씨는 “3일 전부터 몸에 빨간색 발진이 올라오고 열이 나 어젯밤에는 온 가족이 한숨도 못 잤다”며 “대체 무슨 병인지 너무 걱정된다”고 했다. 떼떼톤을 살펴본 최 교수가 “수두인데 큰 병은 아니다”고 안심시키자 아운산민씨 부부는 “처음 들어보는 병이다. 예방접종을 한 적도 없다”고 했다. 치과 천막에서는 찐뇌(60) 할머니가 충치를 뽑고 있었다. 이 할머니는 “평생 치과에 가본 적이 없다”며 “이제 치통 없이 잠도 자고 밥도 먹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가난한 형편 때문에 제대로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주민들 사연에 안타까워했다. 순환기내과를 찾은 산다(48)씨는 ‘혈관이 좁아져 심근경색이 올 수도 있으니 혈관을 넓히는 수술을 받아야 된다’는 진단을 받고 “가족 때문에 하루도 일을 쉴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탈장으로 배가 잔뜩 부풀어오른 중년 남성 환자도 돈이 없어 무면허 의사에게 수술을 받았다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푸르메재단의 재활의학전문의 이일영 박사는 “이곳 주민들에게 의료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을 지역 도립 병원과 모색하고 있다”며 “이제 막 군부 통치에서 벗어나 민주화가 이뤄지고 있는 미얀마가 의료 협력으로 한국과 더 돈독한 관계를 맺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양곤(미얀마)=김민정 기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9/20/201609200017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