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의료봉사는 좋은 일·멋진 일 아닌 당연히 해야 하는 일”

“의료봉사는 좋은 일·멋진 일 아닌 당연히 해야 하는 일”

2017-02-27

푸르메치과에서 무료진료를 하고 있는 석도준 원장과 고범진 원장
▲ 장애인 전문 치과의원인 푸르메 치과에서 무료진료를 하고 있는 석도준(왼쪽 사진) 원장과 고범진 원장. 푸르메 재단 제공

푸르메 치과 ‘무보수 의료봉사’ … 석도준·고범진 원장

“단순히 좋은 일, 멋진 일을 한다고 생각했다면, 의료봉사를 오래 하지 못했을 겁니다. 당연히 하는 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9년째 장애인을 위해 무보수 의료봉사를 해 오고 있는 치과 전문의 석도준(44) 웰플란트치과의원 원장은 27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시작할 때는 뿌듯하기도 했지만, 좋은 일 한다는 생각에 ‘어깨 힘’이 들어갔던 것 같다”며 “지금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상’으로,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하는 취미와 같은 습관”이라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석 원장은 2009년부터 9년째 매주 금요일 서울 종로구 신교동 푸르메재단 1층에 있는 장애인 전문 치과의원인 푸르메 치과를 찾아와 무료 진료를 하고 있다. 푸르메 치과는 장애인 재활·자립을 위한 공익재단인 푸르메재단에서 운영하는 병원이다.

석 원장보다는 늦게 푸르메 치과를 찾아왔지만, 2012년부터 6년째 매주 수요일 병원을 찾아 진료를 펼치는 고범진(33) 키즈웰 치과 원장 역시 우리 사회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신장 장애가 있는 부친에게 신장을 기증하기도 했던 고 원장은 장애인 가족으로 살아오면서 그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석 원장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어려우신 분들이 장애인들이지만, 대부분 장애인에게 관심을 두지 않아 의료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특히 장애인들의 치아건강은 매우 심각하다. 그는 “장애가 심하거나 지적 장애가 있는 분들은 비장애인보다 더 양치가 안 되기 때문에 발치가 매우 이른 편”이라며 “15∼17세 청소년들이 충치가 너무 심해 치아 대부분을 잃는 경우도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고 원장도 치아 건강은 인간 존엄성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치아가 나빠져 잘 먹지 못하면 다른 건강까지 무너진다는 의미다.

치과영역에서의 의료봉사는 다른 진료과와 달리 기본 장비가 많이 필요해 도서 벽지 등의 봉사활동에 한계가 있다. 그런 면에서 푸르메 치과와 같은 공익기관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했다.

석 원장은 “푸르메 치과에는 모든 장비가 다 설치돼 있어 치료의 질이 일반 치과와 같다”며 “무료진료라고 기본적인 진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을 제대로 진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푸르메 치과와 같은 거점 공공병원이 더 많아지면 의료봉사에 나설 치과의사들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출처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702270107292108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