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으로 산다는 것] 장애인 당사자가 말한다

<발달장애인으로 산다는 것> 마지막화


 


형편이 어려운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후원금 모금 광고나 일부 다큐멘터리에서 장애인을 불쌍한 존재로 묘사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 이들의 어려움을 극구 강조하며 시청자들에게 후원금 모금 ARS 번호를 누르게 하는 것이었다. 이는 후원금 모금을 유발하는 데는 제대로 된 효과를 본다.


하지만 자칫하다가 장애인은 항상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 생각할 위험성이 있으며, 시혜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지도 모른다. 다큐멘터리에서 장애인은 역경을 극복한 대단한 사람으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이는 나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는 장애인에게 큰 타격으로 다가온다. “너도 TV에 나오는 저 사람처럼 열심히 해봐”와 같이 난데없는 폭격을 맞을 수도 있다.


요즘은 TV를 보지 않아서 어떤지 모르겠지만 오래전에 즐겨 보았던 다큐멘터리에서는 평범한 일상을 사는 장애인이 없었다. 장애인의 삶을 양극단으로만 본다면 미디어 매체를 통해서만 장애인을 접해본 사람들은 장애인의 삶은 자신들과 다른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실제 장애인의 삶은 미디어 매체에서 보이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나부터도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평일에는 회사에 출근하고 퇴근 후에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운동을 하는 등 여가생활을 즐긴다. 잠들기 전에는 유튜브 시청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주말에는 늘어지게 늦잠을 자거나 친구들과 약속을 잡는다. 비장애인 중에서도 TV에 나올 정도로 특별한 삶을 사는 사람은 몇 안 되듯, 대다수의 장애인도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몇 년 사이 유튜브에는 장애인 당사자가 만든 영상이 많아졌다. 내가 즐겨 보는 채널은 ‘원샷한솔’, ‘달려라 구르미’, ‘위라클’ 등이 있다. 이중 원샷한솔 채널은 시각장애인 유튜버가 나와 자신의 삶을 평범하고도 유쾌하게 그려낸다. TV에서는 장애인이 불쌍하거나 정말 대단한 사람으로 비춰지는데 그것이 싫어서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고 한다.


장애 유튜버 '원샷한솔' 채널 캡처
장애 유튜버 '원샷한솔' 채널 캡처


이들의 일상을 봄으로써 장애인도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비장애인이 제작한 장애인 관련 영상에는 ‘힘내세요.’ ‘안타깝네요.’와 같은 동정의 시선이 담긴 댓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장애인 당사자가 자신의 일상을 알리며, 본인의 상황을 유머로 승화시킨 영상에는 ‘저도 저런 적이 있었어요.’와 같은 공감의 댓글이 달린다. 장애당사자가 직접 영상제작에 참여하니 일부 미디어에서 문제가 되었던 장애 비하 요소가 전혀 없다.


나 또한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는 걸 알리기 위해 내 이야기를 바탕으로 글을 쓰고 있다. 올해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모임에 참여하면서 모임에서 경험한 일들을 글로 써서 장애인 언론사에 기고하는 일을 했다. 장애를 가졌다고 집이나 시설에서만 지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어울려 여가생활을 즐기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렸다.


또한 올해 초부터 푸르메재단의 제안을 받아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주제로 칼럼을 썼다. 발달장애인은 시설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시설이 아닌 내가 살던 동네에서 살고 싶다는 글을 써서 보여주었다. ‘발달장애인은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는 사람이야’,’시설에서 살아야 돼‘라고 생각하던 사람들에게 다른 시각에서 장애를 바라볼 기회가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해서 살기 위해선 장애환경 개선과 더불어 사람들의 인식변화도 중요하다. 예전보다는 장애인식이 많이 좋아졌다지만 아직도 일부 온라인 게시판이나 댓글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과 혐오 표현이 쏟아진다. 장애를 다룬 기사나 유튜브 영상 댓글을 통해 혐오 표현이 담긴 글을 접한 적이 있다. 장애인을 그릇된 시선으로 표현한 영상도 종종 보인다. 이러한 콘텐츠를 보다 보면 마음이 아프다. 집 밖을 나서기가 두려워진다.


장애인식을 개선하는 방법 중 하나는 장애인의 진짜 삶을 알리는 일도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삶을 알리면서 장애환경의 개선점이나,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일러줄 수도 있다. 장애인 당사자의 이야기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옴으로써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혐오가 사라지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길거리에서 장애인을 많이 볼 수 있길 바란다. 그런 날이 올 때까지 나 또한 내 삶을 알리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으려고 한다.


*글= 김유리 작가
*사진= 유튜브 채널 '원샷한솔'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