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걷히듯 개운한 미소를 만나다

[푸르메미소원정대 2016년 5차] 색동원 


 


안개가 짙게 끼었던 지난 11월 15일 이른 아침, 푸르메미소원정대의 발걸음은 분주했습니다. 이날 목적지는 서울에서 한 시간 반 남짓 떨어진 강화도에 위치한 색동원. 중증장애인들이 생활하고 있는 시설입니다. 작년 이맘때쯤 찾았던 곳으로 1년 만에 다시 간다는 생각에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러 가듯 반가움이 앞섰습니다.




▲ 강화도 색동원에서 치과치료 봉사를 마치고 활짝 웃고 있는 푸르메미소원정대.


색동원에 도착한 푸르메미소원정대원들은 진료를 준비하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습니다. 각종 의료 기구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등받이를 조절할 수 있는 휠체어를 알맞은 위치에 놓았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2층 공간은 ‘푸르메미소원정대 치과’로 탈바꿈되었습니다.


“1년 전보다 많이 좋아졌어요. 구강상태가 깨끗하니까 간단한 치료만 받으면 되겠어요.” 작년에 치료를 받았던 한 장애인의 입안을 구석구석 살핀 고범진 원장(평촌키즈웰치과)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기분 좋게 진료를 마치고 스케일링을 받기 위해 휠체어에 누운 장애인의 얼굴에 다시 긴장감이 내비쳤습니다.




▲ 입안을 구석구석 살피며 어떤 치료가 필요한지 진료를 하는 모습.


“아~ 하세요. 물청소만 할게요.” 치료를 담당한 봉사자가 이용자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이해하기 쉬운 말로 치료가 곧 금방 끝날 거라고 말했습니다. 입 안이 잘 보이도록 작은 손전등을 비추고 침이 고이지 않도록 석션을 대고 있었고, 무릎을 꿇고 환자의 두 손과 두 다리를 잡아주었습니다. 봉사자들은 각자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 여럿이 힘을 합해 각자에게 맡겨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봉사자들도 긴장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치료가 이뤄지는 동안 행여 불편한 곳은 없는지 아프지는 않는지 한 시도 눈을 떼지 못한 채 “아주 잘하고 있어요!” 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15분 정도 흘러 치료가 끝나자 잘 견뎠다며 박수를 쳐주고 멋지다며 엄지를 치켜들기도 했습니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깨끗해진 치아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어 보이는 색동원 이용자.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돌아가는 모습에 푸르메미소원정대원들의 마음도 덩달아 기쁩니다.




▲ 푸르메미소원정대원이 이용자가 치료받는 내내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두 손을 꼭 잡아주고 있다.


입을 꾹 다물고 있던 한 이용자는 색동원 종사자가 곁으로 오자 그제서야 마음이 편안해진 듯 입을 벌렸습니다. 색동원 종사자들은 46명의 성인중증장애인들이 입안 구석구석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다독이며 헌신적으로 도왔습니다.




▲ “힘내요. 할 수 있어요~” 색동원 종사자가 이용자의 눈을 맞추며 응원하는 사이

구슬땀을 흘리며 치료에 집중하는 푸르메미소원정대.


치료가 막바지에 이를 즈음, 푸르메미소원정대원 서너 명이 치료 도구를 들고 잠시 자리를 옮겼습니다. 하반신이 마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이용자의 치료를 위해서였습니다. 누워서 편안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침대의 맨 끝 부분에 걸터앉은 봉사자는 입안을 살피며 스케일링을 했습니다.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정말 고마워요.” 고개를 들어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이용자의 표정이 한껏 밝아졌습니다.




▲ 거동이 어려운 이용자가 편한 자세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모습.


이용자의 몸을 지탱하기 위해 장시간 상체를 굽혀야 했던 신한은행의 한 봉사자는 “이제 익숙해져서 괜찮아요.”라고 겸손하게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매번 참여할 때마다 보람을 느껴요. 장애인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며 치료를 돕는 시설 종사자들, 더 많은 장애인들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애쓰는 의료진들과 푸르메재단 관계자들에게 감동합니다. 휴일에도 열심히 참여해주는 우리 직원들에게도 고맙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 의자 대신 바닥에 누운 이용자를 위해 무릎을 꿇고 치료에 전념하는 푸르메미소원정대.


한 명을 치료하더라도 온 힘을 다해 열정을 쏟는 푸르메미소원정대. 거동이 불편하고 소통이 어렵다는 이유로 치과치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장애인들의 곁에 푸르메미소원정대가 있습니다. 봉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온 사방을 둘러싸던 짙은 안개가 말끔히 걷혀 있었습니다. 자욱했던 안개가 걷힌 뒤 보이는 맑은 하늘처럼, 앞으로도 장애인들의 개운한 미소를 만나고 싶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신한은행과 함께합니다. 

*글, 사진= 정담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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