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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움을 담고 소망을 얘기(談)했던 강원도 여행

[현대모비스 고담소담 힐링가족여행] 


▲ 정동진 모래시계 공원에서 기념사진. 장애어린이가 있는 열여섯 가족과 현대모비스 자원봉사자 스물다섯 명이
함께 찍었다. 함께하다보니 누가 누구와 가족인지 누가 자원봉사자인지 가려낼 수 없을 만큼 서로 친해졌다.

 ‘행운’은 남의 일인 줄만 알았다. 장애아동 이동편의 지원사업에 신청서를 제출하고도 ‘될 리 없다.’고 생각해 버렸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전화가 왔다.

“장애아동 이동편의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보조기구를 지원해 드립니다. 축하드려요!”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소리가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늘 남의 것일 뿐 내 것이었던 적이 없었던 ‘행운’이라는 것이 손에 잡힌 것 같았다.

그리고 며칠 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신청한 장애아동 가족을 위한 여행에도 갈 수 있게 됐다. 이럴 수가! 우리 가족에게 이런 행운이 오다니. 신기하고 감사한 마음에 며칠을 잠도 이루지 못했다.

우리 가족에게 닥친 믿을 수 없는 일

몇 년 전 우리 가족에게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기쁨 속에 태어난 둘째 아이가 생후 6개월이 되도록 목을 가누지 못하는 게 이상해 병원에 갔는데 대학병원에 가보라는 거였다. 그럴 리 없다며 하루에도 대여섯 군데의 소아과 진료를 받고 또 받았다. 괜찮다는 말 한마디가 너무 절실했는데, 그 말을 해준 곳은 결국 없었다. 결국 뇌병변장애 1급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남편은 괴로워하며 술로 버티는 날이 많아졌다. 나는 건강하게 낳아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마음이 무너져갔다. 아이를 안고 치료실에서 병원으로 복지관으로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병원 복도에 울려 퍼질 때 마다 내 가슴도 찢어지는 듯 했다.

그때 우리 부부는 아이의 장애가 서로의 탓이라는 상처 주는 말을 일삼고 이혼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렇게 지내온 몇 년이 흐른 어느 날, 남편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을 무렵이었다. 남편이 사고로 머리를 다쳐 위급해졌다.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은 둘째 치고 병원비, 간병비 부담이 너무 컸다.

어쩔 수 없이 남편을 집 근처 요양병원에 입원시킨 후 나에게 너무 많은 역할이 맡겨졌다. 남편을 돌보고 둘째아이 치료실을 오가고 큰아이를 돌보고 집안일도 해야 했다. 그런 내가 안쓰러웠는지 남편은 이를 악물고 치료에 매진해 80%정도 이전처럼 건강이 회복됐다.

좌충우돌 설레는 여행

여행 신청을 할 때도 이미 관계가 소원해진 남편을 제외한 세 명만 참가 신청을 했다. 큰아이는 아빠도 같이 가고 싶다고 조르고 남편도 서운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마지못해 한 명 더 참가하게 해달라고 푸르메재단에 연락했다. 안된다고 하면 어쩌나 내심 걱정했는데 흔쾌히 함께 하라는 대답을 들어 안심이었다. 그러고 보니 온가족이 함께 하는 여행이 처음인 것 같다.

 

드디어 여행 당일, 혹여나 늦을까봐 우리는 새벽 3시에 일어나 4시에 출발했다. 그런데 ‘초보운전자인 내가 마뜩잖은가 보다.’라고 생각하며 유난히 빵빵거리는 차들을 무시하고 달렸던 게 화근이 됐다. 사이드브레이크를 채워둔 채 한참을 달린 탓에 뒷바퀴에서 연기가 나고 있었다. 다른 여행 팀과 가까운 휴게소에서 만나기로 하고 차로 한 시간 거리를 쉬었다 달리기를 반복해 세 시간 만에 도착했다.


▲ 월정사 전나무숲길을 산책하고 있다. 장애어린이들이 자원봉사자와 함께하는 동안
부모들은 아주 오랜만에 비장애형제의 손을 잡고 숲길을 걸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곳은 강원도 평창에 위치한 월정사였다. 오대산 깊은 곳에 자리한 월정사로 향하는 길에 하늘로 곧게 뻗은 전나무 사이를 걷노라니 가슴 속이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남편은 “오랜만에 나와서 걸으니 가슴 속이 깨끗하게 씻기는 것 같다.”며 좋아했다. 계속되는 치료로 지쳐가던 남편이 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게다가 함께 갔던 자원봉사자들이 가족 당 한 사람 씩 도와주신 덕분에 모처럼의 여행에서 귀부인이 된 듯 호사도 누릴 수 있었다.


▲ 즐겁고 재미있는 보물찾기. 우리 가족은 3등을 해 상품도 받았다. 승리를 기념해 온가족이 찰칵!

최종 목적지는 정동진. 열여섯 가족이 함께하는 여행이 결정됐을 때 투표로 결정된 여행지다. 추억의 드라마 ‘모래시계’가 방영될 때쯤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은가보다. 저마다 추억에 잠긴 표정으로 바다를 바라봤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바다가 신기한지 계속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모래를 만져봤다. 이렇게 좋아하는데 빠듯한 생활을 이유로 한 번도 오지 못했던 게 미안해졌다.

모래시계 공원에서는 보물찾기도 했다. 참여한 가족들 모두 동심으로 돌아간 듯 마냥 즐겁게 뛰고 웃었다. 우리 가족은 3등을 해서 티셔츠를 세 개나 선물로 받았다.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꿈길을 거닐 듯 행복했는데 이런 재미까지 얻다니 말할 수 없이 벅찬 마음이 들었다.


▲ “우와~ 배에서 잔다!” 아이들이 좋아했던 숙소

저녁으로 회를 거하게 먹고 도착한 호텔. 큰아이는 인터넷으로 미리 찾아 봤던 것 보다 훨씬 더 멋진 곳이라며 감탄했다. 큰 배를 닮은 호텔에 짐을 내려놓으니 우리 가족이 어제와는 다른 특별한 곳에 와있다는 실감이 났다. 테라스에서 바라본 새카만 밤바다도 왠지 멋져보였다. 까만 밤하늘과 까만 바다를 배경으로 가족들과 사진을 찍으면서 이 순간을 잊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다. 한시도 아까운 밤, 오랫동안 잠을 이루지 못할 거라는 걸 아셨는지 아이들 간식과 치킨까지 챙겨주셨다. 작은 것 하나까지 세심하게 배려 받으려니 고맙고 죄송스럽기만 했다.


▲ 시간여행을 하는 듯 신기했던 참소리축음기박물관.

시간이 멈췄으면 했던 밤이 가고 이튿날 아침 해가 떴다. 온가족이 함께한 곳은 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 세상에 남아있는 에디슨 발명품의 30%가 이곳에 있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스피커들은 나팔꽃을 닮은 화려한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시간여행을 온 듯 박물관을 둘러보며 해설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특히 비장애 형제들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전시품들을 살펴봤다.

관람 후 점심식사를 했다. 그런데 푸르메재단 직원들이 식사도 거르고 어딘가 다녀오더니 “커피로 유명한 강릉에 왔으니 한 잔 씩 드시라.”며 커피를 건냈다. 이 세상에서 맛 본 최고의 커피였다.

차를 타고 돌아오면서 이렇게 멋진 여행은 처음이었다고 다들 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들에게는 바다를 보는 ‘첫 경험’이자 소중한 추억을 선물할 수 있었고, 우리 부부는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남편은 앞으로 아이들을 더 사랑하고 가족을 위해 살겠노라 다짐했다. 나도 남편을 이해하려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1박2일 동안 서로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 녹아내린 기분이었다. 이번 여행은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오래오래 잊을 수 없을 소중한 추억이자 버틸 힘이 될 것 같다.
얼굴도 모르는 우리 가족을 위해 보조기구와 치료비도 지원해주시고 가족여행까지 지원해주신 푸르메재단과 현대모비스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주신 봉사자분들의 따뜻한 손길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모두 사랑하시기를, 번영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글, 사진 김인숙 님 (서지석 아동 어머니)

현대모비스와 푸르메재단 2014년부터 장애아동과 가족의 행복한 재활을 위한 “장애아동 이동편의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50명의 아동에게 보조기구를 지원하고, 재활치료와 생필품을 가족의 상황에 맞게 전달합니다. 또한, 가족 모두의 쉼을 위해 특별한 여행을 현대모비스 임직원과 함께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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