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문화홍보원] 장애인을 위한 ‘푸른 세상’ 만드는 푸르메재단

장애인을 위한 ‘푸른 세상’ 만드는 푸르메재단

 

2017-01-31

 

장애인을 위한 아름다운 재활병원을 짓는데 자신의 모든 것을 건 한국인이 있다.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의 목표는 장애인이 행복한 세상, 장애인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 그는 장애인이 최선의 재활 치료를 받아 온전한 사회적 자립을 꿈꿀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2005년 푸르메재단을 설립했다.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는 “장애인이 적절한 치료를 받고, 그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직업을 갖게 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강조한다.

▲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는 “장애인이 적절한 치료를 받고, 그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직업을 갖게 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강조한다.

서울 종로구 서촌에 자리 잡은 푸르메재단 4층 건물에는 1층 푸르메치과, 2층 장애어린이를 위한 푸르메재활의원, 그리고 3층엔 종로장애인복지관이 운영되고 있다. 시민 기금으로 탄생한 건물이다. 백 상임이사는 “후원자 3천명에게서 기금 85억원을 모아서 지었다”며 “시민의 힘으로 어린이재활치료센터를 건립하겠다는 푸르메재단을 믿은 3천명의 시민 후원자들 덕분에 이렇게 좋은 건물을 지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에는 서울 상암동 마포구에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이 개원했다. 외래진료와 함께 입원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다. 하루 평균 5백 명의 장애어린이들이 이곳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 장애 어린이들이 푸르메재단이 운영하는 치과(사진 위), 재활의원 물리치료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아이들을 집중 치료할 수 있는 병원 건립을 꿈꾸게 됐고 재단이 설립된 지 11년 만에 그 꿈을 이루게 됐다”고 말하는 백 상임이사의 본 직업은 기자였다. CBS, 한겨레신문, 동아일보 등에서 사회부, 정치부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기자로 활발히 활동하던 그가 푸르메재단 일로 돌아서게 된 것은 아내의 갑작스런 교통사고, 그리고 그로 인해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신체적 장애를 눈으로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 사고 이후, 그는 사랑하는 아내와 아내처럼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좀 더 살기 편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난 12여 년 간 푸르메재단을 이끌어오고 있다.

- 글 쓰는 기자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재활병원 운영에 천착하게 된 계기가 아내의 갑작스런 교통사고 때문이라고 들었다.

1996년 독일 뮌헨대학 정치학연구소로 연수를 갔어요. 남북 통일 문제, 동·서독 통일을 어떻게 남북에 적용할지에 대해 공부하러 갔었죠. 2년 동안 연수를 잘 마치고 1998년 6월에 한국에 돌아오기 전 가족들과 영국으로 자동차 여행을 가게 됐어요. 그때 사고가 났어요. 약물에 취한 운전자가 트렁크에서 짐을 빼던 아내를 뒤에서 들이받았어요. 아내는 100일 동안 혼수상태였고, 석 달 넘게 영국 병원 중환자실에 있으면서 치료를 받았어요. 그때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 NHS)에 대해 알게 됐어요. 영국에서 치료 후 독일로 이동해서 1년 반 동안 치료 받으면서 독일의 의료제도에 대해서도 알게 됐죠. 영국과 독일이 환자들을 어떻게 치료하고 특히 응급 환자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치료하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었어요.

독일 의사는 아내처럼 중도 장애를 가지게 된 환자들은 계속 치료 받지 않으면 뼈, 근육이 굳기 때문에 지속적인 치료가 중요하다며, 한국에 돌아가서도 반드시 재활 치료를 계속 받으라고 권했어요. 한국으로 돌아갔을 때 당연히 입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현실은 완전히 달랐어요. 당시 재활병원은 한국에 두 곳이 있었는데, 서울에 있던 민간 재활병원 1인실에 자리가 남아있어서 겨우 입원을 할 수 있었죠. 영국, 독일에서 응급환자로 선진화된 케어(care)를 받다가 한국의 너무나 열악한 현실과 마주했을 땐, 그 격차를 절감했죠. 왜 한국에는 영국, 독일 병원 같은 곳이 없을까 하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어요. 그런 병원을 하나 정도 지어보자 하는 생각이 그때 들었죠.

- 푸르메재활의원, 재활병원은 모두 시민 기금으로 지어졌다. 요즘처럼 어렵고 각박한 세상에선 기적에 가까운데, 그렇게 유치하기 까지 어려움이 적잖았을텐데.

한 재단을 설립하려면 재산이 있어야 합니다. 기본 재산이 필요해요. 재단 설립 기금은 영국 교통사고 가해자와 8년간 소송 끝에 어렵게 받아낸 피해보상금 20억 6천 만원 가운데 10억 6천 만원을 선뜻 내놓았어요. 그리고 기자 일을 그만둔 후, 재단을 세우기 위한 종잣돈을 마련하기 위해 강남역 근처에 ‘10월의 축제’란 뜻의 ‘옥토버페스트’라는 하우스 맥주전문점을 운영했어요. 다행히 사업이 잘 됐고, 제가 가진 지분 중 10%를 재단 기본재산으로 출연해서 재단을 설립할 수 있었어요. 재단을 통해 장애인 마라톤, 그림, 사진 전시회 등 많은 활동을 하면서 기금을 모았죠. 그리고 2007년 제일 먼저 치과를 만들었어요. 치과를 통해 ‘정말 푸르메재단은 믿을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죠. 후원자 등 4백30억 가량의 기금이 더 모였어요. 시민들이 모은 기금으로 2016년에는 서울 상암동 마포구에 큰 재활병원인 ‘푸르메재단 넥스어린이재활병원’을 건립할 수 있었어요.

- 지난 10여 년간 푸르메재단을 운영하면서 어려움은?

병원 건립할 때가 가장 어려웠어요.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은 국가, 즉 정부가 해야 할 일인데, 왜 푸르메재단이 나서야 해야 하느냐,’ ‘왜 우리(후원자들)가 기부를 해야 되느냐’하고 의구심을 품은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들을 설득시키는 것이 힘들었어요. 저희는 ‘장애인에 대한 치료와 그들을 사회로 내보내는 것은 우리 사회의 문제’라고 설득시켰죠.

사실 장애인 재활치료는 적자가 될 수 밖에 없어요. 장애인 치료는 일반인 보다 시간이 훨씬 더 많이 걸리기 때문에 하루에 치료할 수 있는 환자 수가 제한적이에요. 그에 비해 시설을 운영하는데 드는 인건비, 그 외 운영비는 높기 때문에 항상 적자일 수 밖에 없어요. 이런 이유 때문에 다른 병원들도 재활병원을 운영하지 않는 거에요. 적자니깐. 그러면 정부에서 만들어야 되는데 지난 십여 년간 한 곳도 만들어지지 않았어요. 돈이 있는 사람들은 대학병원에서 비싼 돈 주고 치료 받을 수는 있지만, 나머지는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에요. 장애인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직장을 얻고 살아갈 수 있는데도,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 평생 어머니, 가족의 짐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어요. 장애 어린이들의 가정 절반이 이혼하는 현실이 바로 그 때문이죠. 제때 잘 치료를 받으면 직장을 가진 사회일원이 될 수 있는데 그런 시설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다는 것은 사회적 낭비에요. 개인적인 불행을 떠나서 정말 사회적 낭비죠. 푸르메재단은 병원을 만들어서 하나의 롤모델이 되는 것, 국가가 나서지 않으니까 우리 시민들의 힘으로 이렇게 만들었다는 것을 보여줬어요. 장애인들의 현실에 변화를 주는 것이 저희의 임무에요.

- 실제로 지난 10여 년간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하나?

장애인에 대한 인식, 재활시설, 그리고 그들의 삶에 변화를 봤어요.
제 아내는 영국에서 사고로 현재 왼쪽다리가 없고, 의족으로 생활하고 있어요. 딸이 초등학교 다닐 때 아내가 한번은 휠체어를 타고 학교를 찾아간 적이 있는데, 딸 친구들이 ‘장애인이다’고 신기해했대요. 그 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딸이 학년을 올라가면 매년 초 친구들을 집으로 초청했어요. 아이들에게 아내의 의족을 만져보게 했어요. 그리고 나서 어떻게 교통사고를 당했는지, 그리고 주위의 가족, 친구들도 이렇게 갑자기, 의도치 않게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줬어요. 장애인도 우리 같은 일반인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줬죠.

실제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확인했어요. 장애인들을 배려하고, 건물에 장애인들에게 장애물이 될 수 있는 문턱도 많이 사라졌어요. 신체 장애인들도 전화상담 등 직업을 가질 수 있게 됐고요. 이제는 자폐, 지적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최근 들어 조금씩 늘어나고 있어요. 훨씬 살기 좋아졌어요. 저희 재단이 운영하는 카페에서도 총 15명의 자폐 청년들이 일하고 있어요. 어머니들이 ‘월급 안 줘도 괜찮으니 우리 아이가 일할 수만 있게 해주세요. 그것만으로도 저희에겐 축복이에요’라고 말할 정도에요. 작지만 조금씩 변화되고 있는 것 같아요.

▲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는 “장애인들의 삶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함께 한다는 생각으로 함께 노력해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 장애인들을 위한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현재 보안될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법적으로 중증 장애인 의료보험 수당이 지금보다 2배는 올라가야 돼요. 일반인하고 같은 수당이 나오는 것은 문제가 있어요. 일반 의원, 병원들은 장애인 치료가 힘들고, 시간도 두 세배 더 걸리기 때문에 장애인 환자들을 잘 받지 않을 겁니다. 그런 병원도 생기지 않을 거에요. 법적으로 보장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가에서 노력해야 해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합니다. 전국에 재활병원을 만들어야 해요.

또 하나는 푸르메재단 정기 후원자들이 더 늘어나야 해요. 현재 정기 후원자가 7천명 정도 되는데 지금보다 두 배 정도, 1만5천명 정도는 돼야 해요. 우리가 함께 한다는 생각으로 노력한다면 재단과 병원을 지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 운영하면서 가장 가슴 벅차고, ‘이 일 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한 순간이 있다면?

‘민’이라는 다섯 살짜리 어린이 환자가 있었어요. 민이는 두 살이 돼서도 잘 일어서지도, 앉지도 못해서 치료를 받기 시작했던 아이에요. 어느 날 어머니가 울면서 전화를 하더군요. ‘우리 민이가 드디어 걷기 시작했어요’라고. 막 울음 섞인 목소리로요. 저는 전화를 끊고 직원들에게 ‘민이가 걷고 있대!’라고 외쳤어요. 전 직원들이 일제히 박수 치고 울면서 함께 축하했어요. 그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었죠. 모든 아이가 다 기적을 이룰 순 없지만, 그래도 열심히 치료를 받은 많은 아이들이 변화되고, 학교,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고, 심지어 직업을 가지는 모습은 정말 큰 힘이 됐어요.

▲ 푸르메재단은 자폐·일반 청년이 함께 일하는 ‘행복한 베이커리&카페’ 5곳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서촌의 푸르메재단 4층 건물 1층에 있는 ‘행복한 베이커리&카페’

- 재활병원 운영 외에도 많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들었다.

장애인 복지관 두 곳을 비롯해, 중증 자폐 어린이 치료하는 ‘아이존’, 스포츠·문화센터, 직업재활센터, 자폐·일반 청년이 함께 일하는 베이커리 카페 다섯 곳, 지적 장애인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저희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장애인들이 세상으로 나가서 뭐를 하고 살수 있을지 연습하고 또 고민하도록 하는 것이 푸르메재단의 일이라 생각해요.

- 향후 계획은?

앞으로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베이커리 카페 두 곳을 더 만들 계획이에요. 이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어떤 일터를 만들어야 할지 계속 고민하는 것이 저희 숙제에요. 저희 병원에 입원한 어린이 환자들 가운데 30~40%가 지방에서 와요. 아이들이 치료를 받는 동안 엄마, 아빠, 다른 형제들과 따로 살면서 이산가족이 돼버리죠. 한 달에 한번 정도 볼 정도로 가족들이 서로 멀어져요. 만약 집 주변에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이 있다면 많은 비용을 들여서 서울에 올라올 필요가 없고, 가족들과 떨어져 살 필요가 없어요. 권역 별로 장애어린이 재활병원이 적어도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해요. 그것은 국가의 책무라고 생각해요. 지방자치단체장과 중앙정부가 협의해서 노력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장애 어린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건지, 가족 짐이 아닌 독립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이들을 위한 일자리가 있어야 하죠. 그런 일자리를 어떻게, 그리고 어떤 일을 만들 것이냐를 잘 고민해야 합니다.

저희 재단은 전 지역별로 재활병원 한 곳을 만드는 것과 장애 어린이, 청년들이 평생 자기 힘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입니다.

손지애 코리아넷 기자
사진 전한 코리아넷 기자
jiae5853@korea.kr

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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