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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 찾은 행복

[열정무대]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 송정아 단장

 

“무대에 오르면 행복해요.” 뇌병변장애인 송정아 씨가 연극인이 된 이유입니다. 무대에서의 희열을 많은 장애인들과 함께 느끼고 싶어 장애인 극단까지 만들었습니다. 바로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 일반 극단들도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 속에 16년 째 단원들과 무대를 지키고 있는 그녀를 만났습니다.


▲ 16년 째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을 이끌어가고 있는 송정아 단장

세상 밖으로 이끌어 준 연극

송정아 단장은 2001년 중증장애인 30여 명과 ‘휠’을 만들었습니다.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장애인들이 연극을 통해 희망을 찾길 바랐습니다.

“장애인단체에서 일하면서 많은 장애인들을 만났어요. 그런데 예전에 집에 갇혀 지내던 제 모습이 떠올랐어요. 그들이 두려움을 깨고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휠’을 결성했어요.”


▲ 송정아 단장의 공연 모습

한때 장애를 원망하며, 홀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그녀 역시 연극을 계기로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우연히 서게 된 무대에서의 쾌감이 그녀를 연극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걱정이 앞섰지만, 무대 위에 올라 조명을 받는 순간 이 세상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았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다 보니, 집을 나서면 힘든 일의 연속이었어요. 그래서 집에 머무는 날이 많았는데 교회에서 연극을 하게 됐어요. 정말 자신이 없었죠. 그런데 막상 무대에 오르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이 경험이 ‘휠’을 만드는 결정적 계기가 됐죠.”

‘휠’을 있게 한 원동력, ‘열정’

정기공연과 순회공연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해온 ‘휠’. 지금까지 무대에 올린 공연만도 170회가 넘습니다. 연극에 대한 단원들의 열정이 있어 가능한 일입니다. 모든 단원들은 장애인 스스로가 주체가 되는 극단을 모토로 작품 기획에서부터 연출, 출연까지 1인 3역을 소화합니다.

“간혹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긴 하지만, 저희는 단원들이 모든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많은 장애인들이 ‘휠’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자신감을 얻어 사회로 진출할 수 있었으면 해요. 단원들도 많이 공감하는 부분이에요.“


▲ 송정아 단장과  ‘휠’ 단원들의 공연 모습

공연이 있을 때면 하루 평균 짧게는 5시간, 길게는 10시간 연습합니다. 직장을 다니는 단원들은 주말을 반납하고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합니다.

“사실 장애인이 공연을 한다고 하면 기대하지 않는 편이에요. 그렇다 보니 다들 장애인이 하더라도 잘 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전문성 있는 공연을 선보이는 게 저희의 목표에요.”

실력 인정받은 베테랑 배우들

수많은 연구와 연습 끝에 흥행작 여러 편을 만들어냈습니다. 지난 2007년 처음 무대에 올렸던 뮤지컬 ‘사랑’은 공연 기간 내내 매진 행렬을 이어갔고, 2013년 송정아 단장이 직접 만들고 출연했던 연극 ‘민들레’도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  처음 무대에 올렸던 뮤지컬 ‘사랑’ 포스터     ▲  송정아 단장이 직접 만든 연극 ‘민들레’ 포스터

‘휠’의 공연을 보고 장애인 배우를 바라보는 인식도 서서히 바뀌어 가고 있음을 체감합니다. 관객들은 배우들의 연기에 빠져들어 그들이 장애인임을 금세 잊어버립니다.

“공연 후 많은 분들이 놀라곤 해요. 무대 위에 있는 배우들에게서 장애가 보이지 않는 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하세요. 그런 말을 들으면 뿌듯해요.(웃음)”

지난해 연말에는 장애인식개선과 사회통합을 위해 힘쓰고 있는 공로를 인정받아 ‘장애인먼저실천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이들과 나누고픈 행복

그녀가 ‘휠’과 함께 해온 세월도 어느덧 16년. 오랫동안 극단을 이끌어 오다 보니 극단의 장수 비결을 묻는 이들이 많습니다.

“흐지부지 사라지는 장애인 극단이 많아요. 그나마 ‘휠’이 현존하는 장애인 극단 중 오래된 편에 속하죠. 그래서 운영에 대한 질문을 많이들 하시는데 운영은 늘 힘들어요(웃음).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 무대 위 행복을 더 많은 장애인과 나누고 싶다는 송정아 단장

재정적으로 풍족하진 않지만 지금껏 열정 하나로 ‘휠’을 지켜온 것처럼, 그녀는 앞으로도 ‘휠’과 함께 하며 무대 위 행복을 더 많은 장애인과 나누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습니다.

“연극을 통해 장애인들이 움츠러들었던 마음의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올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오랫동안 연극을 놓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에요. ‘휠’이 지금처럼 쭉 갔으면 좋겠어요.”

휠체어를 타고 무대 위를 달리는 사람들. 이들이 세상의 중심에 서서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 봅니다.

*글, 사진= 김금주 간사(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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