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없는 탐방] 인도에서 휠체어는 ‘뉴 릭샤’ ②


도에서 휠체어는 ‘뉴 릭샤’ ②


인도는 1950년대 계급 제도인 카스트제도를 폐지했지만 관습적으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카스트라는 말은 인도인들 사이에 특별한 신분제도가 있다는 것을 인지한 포루투칼 사람이 이름붙였다. 결국 카스트라는 말은 인도엔 없는 어원이다. 인도가 영국에게 독립 한 후 신헌법에 의해 카스트제도에 따른 차별을 법적으로 금지했지만 여전히 관습적으로 존재한다.


 


지금까지 내려오는 카스트계급은 4가지로 나눠져 있다.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 계급이다. 브라만계급은 최고 계급으로 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을 뜻한다. 브라만은 종교의례를 관제한다.


 


3천 가지가 넘는 종교 중에는 힌두교가 가장 많고 이슬람교, 자이나교, 기타 종교가 있다. 인도인들이 살아서나 죽어서나 꼭 가보고 싶어하는 갠지스 강에서 브라만계급이 주관하는 종교 행사를 종종 볼 수 있었다. 화려하고 현란한 몸짓으로 신께 제를 올리는 광경은 실로 경이롭다.


 


 



▲ 오토릭샤와 사이클릭샤가 다니는 거리


 


두 번째는 크샤트리아 계급이다. 크샤트리아는 군사와 정치를 담당한다. 인구가 워낙에 많고 다양한 민족과 종교가 뒤섞여 살다보니 종교적 갈등과 정치적 이념, 문화적 차이나 관습때문에 치안도 불안하다.


 


그 단적인 예는 뉴스를 통해 종종 볼 수 있다. 인도를 여행하던 덴마크 여성이 건장한 인도 남성 6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 이 여성은 뉴델리 기차역에서 호텔로 가는 길을 묻다가 외진 곳으로 끌려갔고, 흉기로 위협받은 뒤 성폭행을 당한 것이다. 자원봉사 단체에서 일하는 독일 여성은 동부 첸나이로 이동하는 기차 안에서 성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두 살짜리 아이와 여행하던 폴란드 여성이 택시기사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스위스와 미국 여성도 피해를 봤다. 외국인 여행자를 상대로 하는 성폭행은 뉴스에 알려진 것 말고도 인도를 여행하다보면 여행자들 사이에서 종종 듣는다.


 


불안한 치안은 인도 여성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결혼한 인도 여성은 히잡으로 얼굴을 가리고 낯선 남성과 말을 하거나 얼굴을 보여서도 안 된다. 비혼인 여성이 자신을 짝사랑하는 남성의 일방적 사랑에 응하지 않을 때도 폭행이 난무하고 그 폭행의 형태는 너무도 잔인하다. 남성은 여성 얼굴에 염산을 뿌리는 테러를 저지르고도 너무 당당하다. 심지어 다른 주로 도망쳐서 살거나 경찰에 잡혀가도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버린 경우가 많다.


 


명예살인도 종종 있다. 가족과 친척이 원하지 않는 결혼을 한 여성과 그의 남편을 여자 집안의 남성이 살해해도 마을에서는 영웅 대접을 받는다. 도저히 용인할 수 없고 상상할 수도 없는 명예살인 사건들이 종종 전파를 타고 전해진다.


 


반면에 경찰의 공권력은 상당하다. 곤봉과 총을 휴대한 경찰은 질서를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공권력을 남용하는 경우가 허다해 서민들은 경찰의 공권력을 가장 무서워한다. 부당한 공권력 자행돼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도에서 여행자와 현지인이 시비가 붙으면 경찰은 대부분 여행자 편을 들어준다. 그만큼 인도에서 경찰은 높은 계급이어서 그들과 맞서는 서민들은 그리 많지 않다.


 


세 번째 계급은 바이샤라는 장사꾼이다. 인도인의 상술은 전 세계적으로 소문나 있다. 물건을 사려는 여행객에게도 부르는 게 값이 된다. 가져간 옷이 부족해 겉옷을 하나 사려는데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한다. 겉옷 하나에 천 루피, 현지인에겐 상상할 수 없는 큰돈이다. 너무 비싸 삼분의 일 가격으로 깎았다. 점원은 절대 깎아 줄 수 없다며 고개를 흔든다. 할 수 없이 밖으로 나오려고 하는데 다시 붙잡으며 흥정을 해온다. 속으론 웬 떡이냐 생각하며 처음 제시한 가격보다 훨씬 적은 금액인 백 루피를 제시했다. 지갑을 보여주면서 백루피 밖에 없으니까 이 가격에 팔던가 아니면 그냥 간다고 했다. 점원은 곰곰이 생각하는 척하더니 손해 보면서 파는 거라고 선심 쓰듯 백 루피에 물건을 건넨다.


 



▲ 장사꾼과 여행객들의 흥정이 이뤄지는 인도의 시장


 


여행객에겐 백 루피가 큰돈은 아니지만 현지인에겐 엄청 큰돈이다. 아마도 현지인들은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물건일 것이다. 그런데 옆 가게에서 똑같은 옷이 보였다. 가격을 물어보니 오십 루피에 사라고 한다. 이럴 수가 백 루피도 너무 비싸게 주고 산 것 같아 배가 아팠다. 이곳에서 샀으면 오십 루피보다 더 싸게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인도인은 역시 장사에 능하다.


 


마지막 계급은 신도 버린 사람들인 불가촉천민이다. 그들은 시체를 태우거나 도축장이나 분뇨, 쓰레기를 치우며 살아간다. 그들은 계급제도 때문에 늘 열악한 환경에서 배움의 기회도 없이 가난을 대물림하며 험한 일을 주로 한다.


 


기차를 타고 델리를 빠져나갈 때 산처럼 쌓인 쓰레기 더미를 봤다. 쓰레기 산이 얼마나 크고 넓은지 그곳을 빠져 나가는데 삼십분 정도가 걸렸다. 코를 막아도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프고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였다. 기차 밖 풍경은 쓰레기로 가득했고 악취가 진동하는 쓰레기 산에서 아이들은 쓰레기를 골라내며 살아간다. 그런 곳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장애 발생율도 높다. 수은과 환경호르몬이 가득한 산업폐기물과 온갖 생활 쓰레기로 환경은 최악이다. 쓰레기 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대부분은 계급이 낮은 사람들이다.


 


새롭게 부상하는 신흥 계급으로 부상하는 IT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있다. 인도의 IT 산업은 한국을 위협할 정도로 막강하다. 한국보다 인터넷 속도가 느려 속이 터지지만 그 넓은 대륙에 인터넷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인도에서 IT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 지 단적으로 알 수 있다. 뉴 릭샤에 최신식 휴대폰을 들고 카메라도 삐까번쩍하니 그들이 보기엔 내가 높은 계급의 사람이고 생각할만도 했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내 뒤를 졸졸졸 따라다닌다. 워낙에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따라다녀 귀찮기도 하고 이동에 방해도 됐다. 그들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여기저가 둘러보는데 거리에 장애인이 눈에 띈다. 눈 돌리는 곳마다 장애인이 많았고 이동 방법도 다양했다. 등에 업혀 다니거나 굴러다니거나. 앉아서 다는 사람, 기어서 다니는 사람, 다리 한쪽 없는 사람은 나무로 대충 깎아 만든 목발을 짚고 다닌다. 손이 불편한 장애인은 자전거를 개조해서 발로 굴려서 다닌다. 발이 불편한 사람은 발 대신 손으로 페달을 굴리는 사람까지 자신의 몸 상태에 맞게 특별한 방법으로 거리를 돌아다닌다.


 


하지만 그 많은 장애인 중에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은 나밖에 없는 것 같다. 수많은 장애인이 휠체어 없이 다니는 모습을 보니 맘이 짠하다. 한국에선 흔하디 흔한 수동휠체어가 인도에선 개념조차 없는 보장구라니 맘이 복잡하다. 그들은 말없이 내 곁을 무심히 스쳐 지나갔다. 인도에 와서 휠체어를 본 기억은 공항에서뿐이다. 인도공항 한구석에 가지런히 놓인 휠체어가 갑자기 생각났다. 공항에 있는 휠체어는 외국인을 위한 것이거나 장식용으로 갖춰 놓은 휠체어 같다.

•문의

휠체어 배낭여행

http://cafe.daum.net/travelwheelch


 


*글, 사진= 전윤선 여행작가




 


전윤선 작가는 지체장애 1급으로 휠체어를 타고 전국을 여행합니다. 한국장애인문화관광센터(휠체어배낭여행) 대표로서 인권•문화 활동가이자 에이블뉴스 '휠체어 배낭여행'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KBS 3라디오 '함께하는 세상만들기, 휠체어로 지구한바퀴'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장애인들에게 자유롭고 즐거운 여행길을 안내하기 위해 오늘도 전국을 누빕니다.


 


“신체적 손상이 있든 없던, 사람은 자유롭게 이동하고 접근하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 소통하길 원한다. 손상을 가진 사람이 이동하고 접근하는데 방해물이 가로막지 않는 그런 세상을 꿈꾸며 나의 동그란 발은 오늘도 세상을 향해 자유로운 여행을 떠난다. 자유가 거기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