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씨이야기] 지금 뜨겁게 일하고 있습니까

출근길, 버스를 놓치다









힘 빠지는 아침이었습니다. 오히려 약을 올리는 것 같았습니다. 달려온 사람을 생각해서 설 것 같았던 버스는 오히려 전력 질주하듯 눈앞에서 사라졌습니다. 화가 치밀었습니다. 달려온 손님을 무시하기엔 거리는 너무 한산했고 버스 앞에서 우산을 흔들며 존재를 충분히 알렸기 때문에 분명 선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버스 기사는 30여 미터를 달려온 나의 노력을 비웃듯 더 먼 차선으로 버스를 몰았고 더 멀리 바라보며 무시하는 것 같았습니다. 도망치듯 달려가는 버스의 꽁무니를 보니 짜증이 몰려왔습니다. 다른 버스를 타면 그만일 텐데 왠지 불쾌한 마음이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퇴근길, 배달을 시키다


퇴근 무렵, 큰 아이로부터 치킨을 먹고 싶다는 문자가 왔습니다. 집에 도착할 시간에 맞춰 주문하라 하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아파트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현관밖에 오토바이 소리가 들렸습니다. 오토바이 소리면 배달일테고 치킨을 주문했으니 우리집 배달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관 쪽으로 걸어가 오토바이를 보니 B치킨. 맞는 것 같습니다. 아저씨에게 “치킨 저에게 주세요.”라고 말하니 당황하는 기색입니다. 웃으며 “10층에서 시킨 거잖아요.”라고 설명하니 확인 후 맞다며 상자를 내밉니다. 카드로 계산하는 동안 아저씨는 10층까지 안 올라가서 시간을 벌었다며 감사의 인사를 합니다. 장마철이라서 배달이 힘들겠다고 묻자 우의를 입으니 어렵지 않다고 합니다. 오히려 닭튀김의 바삭한 맛이 사라져 손님들이 싫어하실까봐 걱정이라는 말이 돌아옵니다. 자기 때문에 다음 엘리베이터로 올라가시게 되어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배달 기사는 사라졌습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왠지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집에 치킨을 가지고 올라오니 아내가 놀랍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배달 기사의 친절함을 말했더니 이미 B치킨 배달 사원은 친절하기로 동네에 소문이 났다고 아내가 설명해 줍니다. 맛도 좋지만 친절해서 시킨다는 우리 동네의 B치킨. 저도 모르게 잠시 잊었던 아침의 버스가 생각났습니다. B치킨 배달 기사의 친절 덕분에 아침에 겪은 불쾌함을 잊을 수 있었습니다.


같은 일 다른 태도

옛날 유럽에 어떤 신사가 성당을 짓는 공사장을 지나간 적이 있었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목공일을 하고 있는 목수에게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안보이슈~ 건물을 짓고 있잖아요.”라며 목수는 짜증 섞인 대답을 했다고 합니다. 이 신사는 얼마 후 또 다른 성당이 지어지는 곳을 지나가게 되었고 한 목수가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라는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그러자 이 목수는 “지금 아름답고 훌륭한 성당을 짓고 있습니다.”라며 편안한 웃음을 보내주었습니다. 같은 목공일을 하지만 마음가짐이 다른 두 목수의 이야기를 통해 완공된 성당의 모습이 어떻게 다를지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성의 시간

얼마 전 재단에서는 저녁 행사가 있었습니다. 행사가 길어져서 늦은 밤 마무리 되었고 행사장을 치우면서 나도 모르게 불만스런 말들이 튀어 나왔습니다. 불만을 말한다고 일이 줄어들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용기인양 떠들었습니다. 반면 행사에 집중하느라 하루 종일 뛰어다닌 한 직원은 오히려 밝아진 모습입니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오히려 “잘 끝나서 행복하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재단 가족들이 지치지 않은 표정을 확인하니 불만을 말하던 저는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직까지 내공이 부족해서 그럴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저도 버스 기사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을 바꾸면 달라지는 일










  사람들은 보통 ‘온 힘을 다했습니다.’라는 말을 즐겨 사용합니다. 하지만 ‘온 힘’이라는 말에는 기준이 필요해 보입니다. ‘상대방이 어떻게 느끼는가.’라는 척도가 들어간다면 공정해 보입니다. 이 기준을 대입하면 일을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버스 기사는 운전이라는 자신의 일을 충실히 했습니다. 하지만 ‘손님 한 명쯤 못 본 척 넘어간다고 무슨 일이 있을까.’ 생각했다면 ‘온 힘’을 다하지 못한 것입니다. 저 역시 행사 마무리는 했지만 ‘온 힘’을 다하지 못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오늘 온 힘을 다했어”라고 말하기 위해선 자신에 대해 보다 냉정한 평가가 필요해 보입니다. 치킨 배달 기사처럼, 두 번째 목수처럼. 자신의 일을 사랑한다면 같은 일을 해도 더 훌륭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왕에 할 일이라면 웃으면서 일하는 여유와 열정이 결과를 다르게 할 것입니다.


오늘 출근한 직장에서 일터에서, 책상 또는 작업장에서... 지금 뜨겁게 일하고 있습니까?

*글= 한광수 홍보사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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