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공헌, 달라질 수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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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르메 재단 추진식 간사


 장애인 재활의 희망 ‘세종마을 푸르메센터’ 건립이라는 큰 목표를 품고 올 한해 모금사업팀에서는 건립기금 모금을 위해 숨 가쁘게 달려왔다. 다행히 많은 기업들이 세종마을 푸르메센터 건립 취지에 공감해주었고, 현재 80% 이상의 건립기금을 마련해 내년 5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재단의 이상을 구현하기 위한 최전선에 수많은 장애인과 기부자를 대신해 나선다는 마음으로 한 순간도 긴장의 고삐를 놓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보낸 한 해였다.



많은 좌절과 오랜 기다림 끝에 거둔 결실


사실 올해 초만해도 막대한 건립기금 모금을 이뤄낼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국내 최초로 시민ㆍ기업의 나눔으로 건립하는 세종마을 푸르메센터. 그 뜻을 함께할 기업을 찾기 위해 수많은 기업에 연락하고 제안서를 보냈지만, 수개월 동안 선뜻 건립 지원을 하겠다는 기업은 나타나지 않았다. 다른 여러 모금사업을 진행하면서도 마찬가지이지만, 기업 담당자에게 전화를 하면 잡상인 취급을 하듯 서둘러 전화를 끊기 일쑤였다. 한 번의 만남을 갖는 것 조차 어려웠다. “제안서를 보내주면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는 말은 정중한 거절의 표현 아닌가 싶기도 했다.


잇따른 실패에 좌절감이 들기도 하던 어느 날, 한 기업의 실무 담당자로부터 재활센터 건립에 관심이 있으니 구체적인 제안을 가지고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담당자를 설득하고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기 위해 몇 차례의 미팅을 거쳤는지 모르겠다. 겨우 실무자의 결정을 받아냈지만 난관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해당 팀장, 부서장, 대표이사의 의사결정이 진행되는 순간마다 담당자와 머리를 맞대고 기획서를 만들어야 했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마음을 졸이며 기다려야 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마침내 담당자로부터 “세종마을 푸르메센터 건립에 10억 원을 지원하는 것이 결정됐다”는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이미 한 팀처럼 움직이던 담당자의 목소리도 들떠있었다. 재활센터의 필요성을 호소하기 시작한 지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얻어진 아름다운 결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뻤다.


 


대형 기부금단체들에 대한 극심한 모금 편중 현상


올해도 광화문 한복판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세운 ‘사랑의 온도탑’이 우뚝 솟았다. 대기업들은 속속 엄청난 기부금을 쾌척하고 있다. 구세군 자선냄비 속에 익명의 기부자가 거액을 기부했다는 따뜻한 소식도 어김없이 들려온다. 이런 뉴스를 접할 때면 우리나라가 해외지원을 받는 수혜국에서 매년 2조 원 규모의 기부시장을 가진 지원국가로 변화한 세계 유일한 국가라는 사실에 자부심마저 들게 한다.


하지만 몇몇 대규모 기부금단체들이 매년 적게는 500억원에서 많게는 4,000억원씩 국가 전체 모금액의 90%가 넘는 금액을 거둬들인다는 사실에 모금사업 담당자로서 왠지 모를 박탈감이 밀려온다. 국내 대형 단체들은 유명연예인과 함께 해외아동들을 앞세워 극명하게 대비되는 비쥬얼로 기업과 민간 후원을 이끌어 내고 있다. 기업 사회공헌담당자들 역시 홍보 또는 마케팅 부서 소속이다보니 기업의 사회적 책임보다는 비즈니스적 이미지 메이킹 수단으로 활용하는 측면도 적지 않다. 실제로 "돈 조금 들고 홍보가 많이 되는 프로그램으로 제안해 달라”는 노골적 요구를 받는 일도 있었다. 이런 기업들의 요구가 일부 대형 기부금단체들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점점 모금 편중현상이 심해지는 것은 아닐까.


 


국내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통 큰 기부 절실


이제 기업의 기부문화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그림’ 좋은 일회성 사회공헌활동에서 벗어나 정부의 지원이 미치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에 기업 기부가 집중되기를 소망한다. 기부의 대상과 지점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은 매우 큰 노력이 필요하다. 진심 어린 마음과 전문적 식견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또한 눈앞에 보이는 성과에 급급하기 보다 기업에 맞는 특색 있는 사회공헌 테마를 찾고 2~3년 인내를 가지고 꾸준하게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세종마을 푸르메센터 건립에 동참해준 SK그룹, KB금융그룹, 신한은행, 삼화모터스 등 대기업들은 재단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센터건립의 효과와 대안적 의미를 면밀하게 파악해 큰 금액을 기부했다. 그리고 건립 이후에도 지속적인 자원봉사와 직원 재교육의 터전으로 활용하겠다고 한다. 2012년 기업 사회공헌 문화가 진정성과 전문성, 복지의 빈틈을 메우기 위한 고민과 대안적 복지모델의 선도적 창출이라 관점에서 한 단계 성숙하기를 기대해본다. 기부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고 하는 기업사회공헌의 참뜻을 되새기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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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추진식 모금사업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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