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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랑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지금 미국 뉴욕은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분위기가 한껏 들떠 있다. 지난해 월가에 불어닥친 경제위기의 여파로 실업률이 최고로 치솟는 등 어느 해보다 침울한 한 해였다. 내가 사는 동네 큰길에도 지난봄 문 닫은 가게들은 아직도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여전히 비어있다. 하지만 가게 앞길은 크리스마스 장식용 나무를 사러 오는 사람들로 붐빈다. 선물을 하나둘씩 들고 가는 사람들의 표정은 따스하다.

카페에 앉아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9년 전 사고 후 병원에서 맞았던 크리스마스가 떠올랐다. 크리스마스 전에는 꼭 퇴원해서 집에 가자고 다짐했지만 의료파업으로 수술은 계속 미뤄졌다. 이식했던 피부가 녹아내리고, 여덟 개의 손가락도 절단해야 했고, 나는 여전히 얼굴에 피부 대신 붕대를 감고 있었다. 앞으로도 뒤로도 갈수 없는 정말 암담한 상황이었다. 내일을 꿈꾸기에는 상황은 점점 나빠지는 것 같았고, 따뜻한 병실에 꼼짝없이 누워 있었지만 어느 해 겨울보다 추운 12월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내게 잊을 수 없는 크리스마스를 만들어 준 사람들이 있다. 대학 1학년 때부터 몸 담아왔던 성가대의 대원 스무 명이 병실을 찾아온 것이다. 한 친구는 산타클로스 복장을 빌려 입고 빨간 주머니에 선물을 가득 담아 와서는 비좁은 병실에 다닥다닥 붙어 서서 함께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주며 마음을 나누어 주었다. 손을 움직일 수 없던 나를 위해 오빠는 내 시선이 닿는 벽에 카드를 모두 붙여주었다. 선물이 무엇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 때에 내가 받은 것은 선물이 아니라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잃은 채로 얼굴도 없이 누워 있었지만 내게는 사람들이 남아 있었다. 그들이 전해 준 사랑이 있었다. 눈이 감기지 않아 24시간 눈을 뜨고 지내야 했던 그 시절,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수많은 카드들은 내게 속삭여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한다고. 너는 사랑받고 있다고. 그러니 이겨낼 수 있다고.

오늘로 12회에 걸친 ‘이지선의 희망바이러스’ 칼럼 연재를 마치게 된다. 어느 분야의 전문가도, 실력가도 아닌 ‘학생’인 내게 귀한 지면을 허락하시고, 또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진짜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내게 희망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그것은 ‘사람을 살게 하는 힘’이라고 말한다. 희망은 내가 지난 9년 동안 아무리 힘겨워도 내 인생을 포기하지 않게 하는 힘이었다.

나도 누군가의 희망이 되기를 소원한다. 그리고 여러분도 오늘,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는 누군가에게 따뜻한 사랑을 전하는 희망이 되길 바란다. 왜냐하면 사람이 희망이니깐. 당신이 희망이니깐.

<이지선 미국 뉴욕에서, 푸르메재단 홍보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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