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어가지 말고 용기있게 말해요


뉴욕에서 음악을 공부하는 친구가 직접 겪은 일이다. 교수님이 음악을 한 곡 틀어놓고 ‘이퀄라이저’라는 기계로 고음대와 저음대의 소리를 조절하면서 무엇이 다른지, 어떤 소리가 더 좋은지 학생들과 토론을 하고 있었다. 다른 학생들은 ‘이전 소리가 낫다’ ‘아니다’ 하며 열띤 토론을 하고 있는데 그 친구는 아무 차이도 느낄 수 없었다고 한다. 당황한 친구는 같이 수업을 듣는 한국 학생에게 ‘정말 들리냐’ ‘혹시 음색 조절하는 기계가 꺼진 것은 아니냐’고 두 번이나 확인을 했다. ‘잘 들어보라’는 위로의 말이 돌아왔을 뿐이었다. 친구는 자신의 음악적 재능에 회의가 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30분이 흐르고 난 뒤 교수는 기계가 꺼져 있었던 것을 확인하고 사과했다. 음악이 전혀 변화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친구는 자괴감으로부터 해방되었지만 꺼져 있는 기계를 만지고 학생들에게 계속 의견을 물었던 교수나 열띤 토론을 벌였던 학생들이나 서로 얼마나 민망했을지…. 이 일화를 통해 나는 사람의 감각이라는 것이 얼마나 주관적인 것인지, 다수의 의견에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영향을 받는지, 그리고 권위를 가진 사람의 의견이 얼마나 힘이 큰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이를 ‘동조현상’이라고 한다. 한 개의 선()을 보여주고 각기 다른 길이의 세 개의 선에서 길이가 같은 것을 고르는 유명한 실험이 있다. 다수의 실험 참가자 가운데 단 한 명만이 진짜 실험 대상자이다. 누가 봐도 같은 길이의 선분은 B뿐이지만 실험 참가자들이 그 한 명의 실험 대상자보다 먼저 큰 소리로 A가 같은 선분이라고 말하면 실험 대상자 10명 중 7명은 뻔히 B가 답인 것을 알면서도 다수의 의견을 따라 A라고 답을 한다. 이런 ‘동조현상’은 일상에서 쉽게 경험하게 된다. 다수와 다른 생각을 쉽게 말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진심이 아닌데도 다수의 의견을 따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다수의 의견이 권위자의 의견이라면 자기 의견을 말하기가 더 힘들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지만, 권위 있는 하나의 목소리에 다수의 의견이 수렴되는 경우는 흔하다.


지금 당신이 가진 생각이 다수의 의견과 달라 위축되기 쉬울 때 소리 내어 말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요기다. 그리고 권위자가 아닌 소수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주는 것 역시 용기다.


<이지선 미국 뉴욕에서, 푸르메재단 홍보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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