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자매의 여름은 따뜻했네!


푸르메재단 2층에 있는 한방어린이재활센터(이하 재활센터)에는 금요일 오전이 되면 어김없이 이곳을 찾아오는 자원봉사자가 있습니다. 서강대학교 수학과에 재학 중인 홍미연 씨입니다. 미연씨는 지난해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한 서강대학교 같은 학과 이임주씨의 친구입니다. 이 분이 활동하면서 일손이 부족하게 되자 친구에게 SOS 신호를 보낸 겁니다. 평소 사람을 좋아하고 남을 돕는 일을 해 보고 싶었던 미연씨가 용기를 내서 재단을 찾은 것입니다.


재활센터 봉사는 2명이 짝을 이뤄야 합니다. 챠트를 정리하고, 어린이들과 함께 놀아 주고, 어린이들이 주사를 맞을 때 움직이지 못하게 다리를 붙들기도 합니다. 아프다고 발버둥치는 어린이들을 잡고 있을 때에는 이마가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도 합니다. 이것은 원래 간호사 김정란 선생님이 하던 일인데 김 선생님이 허영진 원장님을 도와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자원봉사자가 대신 하고 있습니다.



미연씨의 얼굴에 <성실>이라고 새겨져 있습니다. 최근 다리를 다친 일이 있었는데, 무릎까지 올라오는 깁스를 하고 뒤뚱거리면서 나왔습니다. "이 상황이면 집에서 쉬지 왜 여기 온 거냐?"고 물었더니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애들이 너무 보고 싶어서요"


미연씨는 세 자매 중 막내로서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서인지 어렸을 때부터 따뜻한 마음씨를 가졌습니다. 어린이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봉사활동을 하면서 어린이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깨달았다고 합니다. 깁스한 다리로 1시간 반이 넘게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면서 재활센터에 온 것은 단지 책임감 때문이 아니라 어린이에 대한 진한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지요.


그런데 최근 미연씨와 함께 일하던 친구가 나오지 못하게 됐습니다. 미연씨는 친언니에게 SOS를 청했습니다. 지난 금요일 미연씨와 같이 온 언니 수연씨를 만났습니다. 동생이 호리호리한 반면 언니는 동생을 1.1배 확대만 했지 얼굴이 똑같았습니다.



언니 수연씨는 동생으로부터 재활센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합니다. 치료를 맡고 계신 허영진 원장님이 얼마나 열심이 치료하시는지, 장애 어린이 어머니들이 얼마나 씩씩하신지, 무엇보다 어린이들이 얼마나 귀여운지 등등. 특별히, 사진 찍기 좋아하던 귀염둥이 수정이 이야기를요.


숙명여대를 다니고 있는 언니 수연씨는 봉사 동아리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금요일 오전 자원봉사를 하러 집을 나서는 동생에게 "나도 일할 수 있어?"하고 묻곤 했답니다. 그런데 이제 기회가 생긴 거지요.


한 눈에 보아도 오밀조밀 닮은 두 자매는 따뜻한 마음마저 닮은 꼴이었습니다. 식구들은 어떤 분들일까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부모님은 성실하고 따뜻하신 분들이세요. 슈퍼마켓을 하시는데 지금은 불황이라 여유가 없으시지만, 저희가 고등학교 다닐 때는 장애인 돕는 봉사를 함께 다니기도 하셨어요. 재활원에 가서 장애인들과 동반외출 프로그램에 참여했지요. 장애인과 결연을 맺고 주말마다 썰매장과 보쌈 같은 음식을 먹으러 다니기도 했어요."


숙대 졸업반인 수연씨는 '직업상담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경영학과'라는 남들이 선망하는 '취직 잘되는 학과'에 다니지만 정작 본인은 노숙인이나 장애인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의 직업 재활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수연씨가 직업상담사를 꿈꾸기 시작한 것은 취업사이트에서 일하던 중 팀장님으로부터 "직업상담에 적성이 있는 것 같으니 한 번 도전해 보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를 받으면서 부터라고 합니다. 그 뒤 적성에 맞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자 직업상담사 시험을 독학으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수연씨는 어린이의 부모님들과 처음 만나서 약간 긴장했지만, 너무 편하게 대해 주셔서 좋았다고 합니다. 부모님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는 수연씨의 모습이 참 편해 보였습니다.


"이제 목요일에는 자기 전에 '내일 어린이들이 치료 받는 동안 많이 아프지 않게 도와 주세요'라는 기도를 하려고요" 라고 말하는 두 자매. 작은 일에도 잘 웃는 모습은 영낙없는 신세대 발랄 대학생이지만, 어린이들이 약침을 맞을 때 전문가처럼 든든합니다. 두 사람이 사이좋게 손을 잡고 출근하는 금요일 오전을 어린이들이 기다리게 될 것 같습니다.


글/ 이재원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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