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케냐 Mathare Valley 슬럼의 희망 일기-②

지난 6월 5일 이곳 케냐에 도착한 이후 약 1주간 현지 적응 및 상황파악을 끝낸 후 6월 10일 부터 첫 워크샵을 시작했다. 워크샵의 일정은 45명의 아이들을 3그룹으로 나누어 3주에 걸친 개별 워크샵(일회용 카메라를 사용한 사진찍기, 글짓기, 커뮤니티 신문만들기 등)를 시행하고 최종적으로 아이들의 작품을 가지고 사진전시회를 갖는 것이다. 워크샵이 진행되는동안 아이들과 개별적으로 상담하고, 가정을 방문해 그들의 환경과 필요를 파악하는 것도 일정에 포함된다.


 


첫 워크샵을 무사히 마친 지금, 많은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지적인 호기심과 능력을 제대로 충족시켜주기엔 우리의 능력이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이다.  워크샵을 통해 직접 만나본 아이들이 열악한 환경과는 대조적으로 어찌나 밝고 똑똑하던지! 그런 아이들이 학비 때문에 학교를 제대로 가지 못한다고 하니 마음이 아프다.


▶현지 스텝의 도움으로 순조롭게 진행되는 워크샵.


첫 주에 우리가 가정방문을 했던 사이먼이라는 남자아이. 한눈에 봐도 똘똘해뵈는 아이인데 공부를 계속 하고 싶지만 현재 부모들의 지속적인 돈벌이가 없어서 secondary school 을 갈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태라고 한다. 돈벌이를 위해 매일 용역을 나간다는 사이먼의 엄마도 만나볼 수 있었다. 일을 찾을 수 없어 그냥 집으로 일찍 들어왔기 때문이다. 물론 돈 한 푼없이… 그리고 이런 날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운좋으면 하루에 100실링(1500원)정도 버는 게 전부라고 한다.  한편 공립학교 학비는 일년에 24,000-26,000 실링 (40-50만원) 이다. 거기에다 교과서비 등등을 합하면 정말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사이먼은 장래에 지리학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전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지리를 연구하고, 그 나라에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알고 싶고 해결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렇게 근사한 꿈을 꾸고 있는 아이가 이 Mathare슬럼에 한둘이 아닐 터인데… 과연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그 꿈을 이룰 수 있을지… 희망적으로 생각하고 싶지만 잘 모르겠다… 그나마 Julius를 보면 가능성이 있을 것도 같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정말 소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장래희망이 지리학자라는 사이먼의 집에서



토비어스라는 친구의 집을 방문했을 때는 정말 암담하기만 했다. 침대 하나만 달랑 놓여 있는 한 평이 조금 넘을 듯한 좁고 어두운 공간에서 7명의 식구들이 함께 산다. 이곳 케냐에 오기 전에 슬럼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찾아 보면서 한 평도 안 되는 공간에서 10명이 지낸다는 말을 보고 약간은 과장된 게 아닐까 바보 같은 의심도 했었다. 막상 그 환경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암담하기만 했다. 그런 환경에서도 토비어스는 어찌나 똘똘하고 야무진지 기특하기만 하다.



▶집에서 만난 토비아스. 얘기를 나누는 표정이 진지하다.



 


슬럼에 들어와서 자기 만족을 위한 일회성 이벤트를 하고 사진 몇 장 찍고 떠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고,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단계에서부터 실제 결정하고 실행해 나가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현지 담당자들과 아이들이 직접 결정하도록 하려 하지만 욕심이 앞서고 마음이 급해져 그것 조차 쉽지가 않다.


첫번째 워크샾에서 우리는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의 부족함을 많이 느꼈고, 아이들의 열정에 놀랐다. 두 번의 워크샵과 전시회를 앞두고 끊임 없이 고민되는 부분은 어떻게 하면 이번 프로젝트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지속가능한 기회’를 창출해 낼 수 있을까라는 부분이다.


Mwelu재단에 아이들 명단과 함께 장래희망, 관심분야, 그들의 시급한 needs (예를 들면 학비 같은)를 파악해 줄 것을 요청해 놓았다. 가능하다면 앞으로 관심 있는 단체나 개인을 통해 매칭펀드를 시도해 보려 한다. 우리 부부도 이번 워크샵이 끝나면 어린이 한 명을 선정하여 지속적인 지원을 해줄 계획이다. 이러한 관계 형성이 많이 이루어져서 이곳 아이들이 자신들의 역량과 꿈을 활짝 펼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 한달 정도 남은 일정.. 다시 한 번 다짐해본다. 우리의 만족을 위해서가 아닌 아이들이 만족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자고.




▶Mathare Valley 슬럼가의 아이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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