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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NPO를 활용하자

대기업 계열사, 자사 재단에 지원 몰아주지 말고 현장경험 풍부한 시민단체 이용을

▲전미영 푸르메재단 사무국장

    사회 공헌이 우리 기업활동의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 기업이 자신의 성격에 맞는 사회적 이슈를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그 분야에 집중해 지속적인 공헌활동을 펼치는 흐름이 눈에 띈다. 여론의 눈치를 보며 마지못해 이익의 일부를 내놓던 과거와 비교하면 사뭇 달라졌다.

    이런 흐름은 우리 기업의 기부금 규모에서도 확인된다. 12월 결산 517개 상장업체가 지난해 공익기관과 자선단체 등에 낸 기부금은 전년보다 21.2%나 늘어난 것으로 최근 집계됐다. 증가율 자체도 높지만 같은 기간 이 기업들의 순익이 9.6% 줄었다는 점 때문에 기부금 급증은 더욱 눈길을 끈다. 이익이 감소한 와중에서도 기부금을 더 많이 냈다는 것은 나눔과 베풂에 대한 기업의 인식이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물론 아직은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기부 형태만 보더라도 각 계열사가 세운 재단에 지원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주머니 돈이 쌈짓돈’인 셈이 많다. 이런 영향 때문에 순수 민간 비영리단체(NPO;Non-Profit Organizations)에 대한 지원은 오히려 위축되는 측면도 있다. 마케팅 성격이 짙은 스포츠 지원활동을 사회 공헌으로 포장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이윤 추구와 사회적 책임이 상호 배제적인 가치가 아니라는 쪽으로 기업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인 신호다. 소비자들은 사회 공헌이 활발한 ‘착한 기업’에 대해 높은 호감을 표시하고 있고, 기업은 이 사실을 외면할 수 없다. 게다가 2008년부터는 국제표준기구(ISO)가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지수인 ‘ISO26000’을 도입할 예정이다. 사회 공헌 정도가 낮아 인증을 받지 못하면 세계 시장에서 설 땅이 좁아지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도 사회 공헌활동이 기업 이익의 일부를 희생하는 것이란 사고방식에서는 벗어나고 있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상당한 고민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로 사회 공헌 전략의 문제다. 사회 공헌 영역은 거의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 장애인과 결식 아동, 해체 위기에 직면한 농촌, 독거노인, 외국인 노동자 지원, 공교육
    되살리기 등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 기업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으며 효율적이지도 않다. 기업의 상품과 이미지에 적합한 사회 공헌 영역을 선택하고 그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다양한 영역에 걸쳐 이미 활동하고 있는 NPO를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들이 풀뿌리 활동을 펼치면서 쌓아온 경험은 기업의 사회 공헌활동에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NPO 활동가들은 몸으로 부대끼며 살아온 사람들이다. 현장에서 뛰고 있는 이들의 생생한 감각과 기업의 의지가 결합될 때 사회 공헌활동의 성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내가 일하는 푸르메재단은 매년 30만명씩 증가하고 있는 후천적 장애환자를 위한 재활 전문 병원 설립 목표로
    하는 사회 공익 재단이다. 우리 재단에서는 재활 전문 병원을 건립하고 장애인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기업에 다양한 제안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장애환자와 재활치료의 절박함에 공감하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기업 쪽에서 먼저 “장애인 복지 프로그램을 사회 공헌 핵심
    사업으로 삼고 싶다. 함께하자”고 앞다퉈 제안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조선일보] 오피니언 컬럼 2007.06.01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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