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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예라고 한 친구

구로 가리봉동에 이들만을 위한 전용병원이 있다.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http://www.mwhospital.com)이라는 이름으로 이완주 원장선생님과 3명의 공중보건의가 상근하고 열린치과회, 전공의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고대, 이대 교수 등이 시간을 내어 봉사하는 방식이다. 5월 23일 푸르메병원의 운영에 대한 조언을 듣고자 찾아간 오후에는 약 50명 정도의 환자가 대기하고 있었다.

하루에 150여 명의 환자를 받는다. 저녁과 밤, 일요일 오후에도 진료가 이루어지는데 주말에 더 환자가 많다. 한 달에 적어도 3000여 명은 진료를 받지 않을까 한다.

의원이 생기기 전에는 병원의 문턱을 넘기 힘들었던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의료서비스를 받게 되다니, 정말 거대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 거대한 실험이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15년 이상 외국인 노동자 인권운동을 해 온 김해성 목사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 상담을 하면서 지금까지 무려 약 1500명의 장례를 치렀다. 산업 재해나 교통사고로 죽는 노동자가 많았는데 못에 찔린 게 파상풍으로 발전하여 죽거나 맹장염을 수술하지 못해 복막염, 패혈증으로 죽거나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많았다. 죽은 사람 장례 치러주는 것도 의미 있지만 살아 있는 동안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결심을 하면서 세계 최초의 외국인 노동자 전용 무료 병원을 만들어냈다.

병원 이전에는 병원의 기반이 된 <외국인노동자의 집/중국동포의 집>이라는 단체가 1992년부터 외국인 노동자의 해결사가 되어왔다. 임금체불부터 폭행, 사기, 사망까지 다양한 문제를 상담하고 도와주면서 의료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일요일 무료진료와 무료투약을 해왔던 것이다.

건물도 마련하고 기구들을 장만했다. <지구촌나눔운동>이 있는 4층짜리 평범한 건물을 한라건설의 도움으로 병원답게 리모델링도 했다.

그러나 병원에는 의사가 있어야 한다. 고소득 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의사 중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박봉을 감내하며 일할 사람을 찾기는 또 얼마나 힘들었을까

병원 만들던 준비를 하던 중에 알게 된 한신교회의 이완주라고 하는 의사가  그 사명을 맡았다. 그녀는 김해성 목사가 외국인노동자 전용병원을 세우려 한다는 말을 듣고 자신이 운영하던 병원을 팔아 마련한 3억원을 헌금하였다. 김해성 목사가 이에 대해 기왕 도울 거 원장직도 맡으라고 하였고 결국 2년을 넘게 원장으로 무료봉사를 하고 있다.

보통 큰 병원에는 사회사업실이 따로 있다. 5-6명 정도의 직원들이 병원 내의 딱한 사정들을 미리 돌보고 관리한다. 외국인노동자의원은 병원 자체가 사회사업실이다. 이 거대한 사회사업을 관장하는 박홍영 사회복지사를 만나보았다.


“완전히 무료인가. 병원 운영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 환자들의 상황은 보통 어떤가” 등 많은 질문을 드렸다.
진료비의 경우 무료는 아니다. 기본적인 외래진료비, 본인부담금 몇 천원은 내야 한다. 그러나 입원비, 수술비 등 그 이상의 비용은 무료로 제공한다. 의원급 병원이기 때문에 큰 수술은 못한다. 많은 경우 제휴병원의 도움을 받아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고려대 구로 병원 등이 제휴병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직원들 인건비를 지급하기 힘들 정도로 재정상황이 안 좋았다. 그러나 후원의 폭이 커지고 공중보건의 파견이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업비 지원 등 사회 각계의 지원이 많아지면서 병원이 굴러갈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환자들 중 70%정도가 중국 동포다. 대기실에서도 우리와 같은 외모를 가지고 한국어로 대화하는 환자들이 많았다. 중국 동포 중에는 여기서 진료를 받고자 입국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노동자 신분이 아니면 진료를 받기는 힘들다.

“정말 마음 아픈 순간이 많았을 것 같다.”

“외국인 병원에서 수술을 하기 어려운 상태의 환자일 경우에는 다른 병원에 부탁하여 보내곤 하는데 절대 무료로 시술하는 곳은 없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우리는 손 놓고 있어야 된다는데 좌절감을 느낀다.”

한 번은 시급한 뇌수술을 받느라 두개골을 열었지만 돈이 없어서 수술을 못 끝내고 두개골 일부가 없는 채로 중국으로 돌아간 환자도 있었다고 한다.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의 꿈이 있다면”

“의원급 병원에서 명실상부한 Semi 종합병원으로 나아가고

싶다. 이 곳에서 진료의 마지막까지 한꺼번에 서비스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병원들이 수익 논리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더 시급하고 중대한 수술일수록 시행하기 힘들어진다. 외국인노동자병원에서 그렇게 할 수 있으려면 후원이 더 많아져야 되고 봉사의 손길이 늘어나야 한다.
푸르메재단의 상임이사인 백경학 이사도 회고하듯 타지에서 당한 사고와 질병, 장애는 그 아픔이 몇 배가 된다. 가족도, 친척도 없는 타지에 살며 불변의 진리인양 행세하는 불법, 합법의 논리에 재단되어 임금을 못 받기도 하고, 대낮에 잡혀가기도 하는 삶을 살다가 사고까지 당하게 되면 그 심정은 얼마나 힘들고 원망스러울까.

그들에게 계속 ‘아니오’라고만 말해온 우리들의 모습과 이주민 살인자 ‘조승희’까지도 희생자로 받아들이고 헌화했던 미국인들의 모습이 겹쳐졌다. 농촌에서는 이미 세 쌍 중 한 쌍이 국제결혼으로 부부가 되고 중소기업들이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공장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하는 시점에 더 이상 단일민족만을 강조하면서 그들을 배척할 수만은 없지 않을까.

병원건물의 1층은 사단법인 ‘지구촌사랑나눔’의 사무실이다. 지구를 저렇게 멀리서 통째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할 것 같다. 평일 대낮부터 사무실은 상담하러 온 외국인 노동자들로 붐볐다.

모두가 ‘아니오’라고 할 때 ‘예’라고 열심히 대답해 주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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