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꼭 만나고 싶어요.

 



이 상 기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한겨레신문 팀장)

어렸을 적 주일학교에서 들은 이야기다.

교회학교에 무척 열심이던 한 소년이 하루는 숙제를 다 마치고나니 갑자기 예수님이 너무 보고싶었다.

소년은 무릎을 꿇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예수님, 교회에 가면 선생님들이 예수님 말씀만 해요. 그런데 저는 지금까지 실제로 예수님을 만난 일이 없어요. 그래서 솔직히 어떤 땐 예수님이 안 계시다는 생각도 들어요. 물론 그런 생각 해서는 안된다고 선생님들이 말씀하시지만 그게 사실인 걸요. 사랑이 많으신 예수님, 딱 한번만 예수님 얼굴 보여주세요, 네! 꼭 한번만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그리고 설풋 잠이 들었을까,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소년은 잠이 깼다. “누구세요?” 하며 대문을 여니 남루한 차림의 노인이 “배가 고파서 그래. 아이야 밥 좀 얻을 수 있겠니?” 하는 것이었다.

“에잇, 재수없어!” 문을 쾅 닫고 제 방으로 돌아오던 소년이 중얼거렸다. ‘예수님인줄 알았잖아, 쳇’


이튿날, 책가방을 싸고 친구들과 놀러나가려다 멈칫한 소년은 또 예수님이 보고싶었다. 전날처럼 두손을 모아 기도를 드리다 역시 잠이 들었다. 한 시간 남짓이나 잤을까. ‘탕 탕 탕’ 대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얏호, 예수님인가 보다. 예수님이 내 기도를 들어주셨어!’ 중얼거리며 대문을 연 순간 어제 그 할아버지가 서있는 게 아닌가. “할아버짓! 난 예수님인 줄 알았잖아요. 우리 집 찬밥도 줄 것없어요. 씨이~”

어제보다 훨씬 화난 얼굴의 소년이 문을 꽝 닫자 노인은 어느새 사라지고 말았다.



그 다음날은 토요일이었다. 반나절 수업을 마치고귀가한 소년에게 예수님 만나고픈 일이 어느새 시들해져 있었다. ‘내일 교회 가면 선생님들한테 따져야지. 기도하면 들어주신다고 했는데, 모두 거짓말이잖아’ 소년은 그래도 ‘이제 마지막이야, 마지막!’ 하며 무릎을 꿇었다. 전날, 전전날보다 더 간절히....

“주님, 저 속상해요. 예수님 꼭 한번만 만나게 해달라고 그렇게 기도했는데, 안들어주시니 말예요.예수님 제 믿음이 부족해서 그렇지요. 주님 꼭 소원이니 꼭 한번이라도 제가 만나고 싶어요.”

기도가 채 끝나기 전에 어디선가 부드러운 음성이 들려왔다. “아이야, 네 기도 참 기특하구나. 그래 나도 널 만나고 싶었단다. 보고싶었지. 그래서 네게 두번이나 갔단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그때마다 너는 나를 문전에서 쫓아내더구나. 너무 슬펐단다. 기억나니? 어제 그제 널 찾아갔던 사람, 바로나였단다. 아이야. 착한 아이야. 나 예수는 너를 더욱 사랑하려 한단다. 울지말거라. 사랑하는 아이야.”


40년 가까이 된 이야기를 떠올릴 적마다 필자는 가슴이 찡해온다. 뭉클해진다. 우리가 그토록 사랑하는 사람 혹은 사랑하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그이’들이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평생 모르고 살 것이기에….


 


이 글을 쓰신 이상기님은 한국외국어대 영어과와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988년 한겨레신문에 입사. 민권사회부, 정치부, 사건팀장, 교육팀장을 거쳐 2002년부터 2006년까지 한국기자협회 회장을 맡았습니다. 현재는 한겨레신문 여론독자팀장과 푸르메재단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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