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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의 등불에서 모든 장애인의 등불로

[일본 나고야·다카야마 장애인 천국을 가다] 6편 사회복지법인 나고야 라이트 하우스

시각장애인의 자립을 넘어 모든 장애인과 노인을 위한 복지를 꿈꾼다. 이를 위해 장애인들이 원하는 ‘직업’을 갖고 원하는 ‘생활’을 하도록 돕는 것을 핵심으로 여기는 곳이 있다. 나고야시 쇼와구(昭和区)에 위치한 사회복지법인 나고야 라이트 하우스(社会福祉法人 名古屋 ライトハウス)는 지역 장애인에게 직업 훈련과 생활 장소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장애인의 사회참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 나고야 라이트 하우스의 장애인들이 문구용품을 조립, 포장하는 모습.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일본의 일반 주택가였다. 어디에 시설이 있을지 궁금해 하는데 작은 간판이 붙어있는 일반 건물이 눈에 띄었다. 그냥 지나치면 상가 건물로 착각했을 것 같다. 동네 안의 건물과 건물 사이에 나고야 라이트 하우스에서 운영하는 시설이 여럿 있었다.

나고야 라이트 하우스는 1946년 “시각장애인의 등대가 되고 싶다.”는 창업주의 의지로 설립된 단체이다. 초기에는 시각장애인의 자립과 재활, 복지를 위해 직업 훈련, 생활과 정보 교류의 장소로써의 역할을 해오다가 지금은 장애인과 노인에게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업 분야는 4가지로 나고야 히가시 직업훈련센터(취업이행지원사업), 취업계속지원사업(B형), 주간보호(생활개호사업), 그룹홈을 운영하고 있다.

취업을 위한 준비

취업이행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운영되는 나고야 히가시 직업훈련센터는 기업에 취업을 희망하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직업훈련을 하는 곳이다. 아이치현에 거주하고 취업 의욕이 높은 지적장애인과 정신‧신체장애인 14명이 훈련을 받고 있다. 훈련생들은 취업에 필요한 기본적인 작업능력과 태도를 습득하고, 면접과 현장실습 등을 통해 직업인으로서의 준비를 해나간다. 취업이 된 이후에는 직장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취업 후 적응지도 서비스가 이뤄진다. 3년간 정기적으로 해당 기업에 방문해 취업자들과 상담하고 필요한 부분을 지원한다.

우리가 방문한 훈련실에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필기구 브랜드 ‘하이테크펜’을 조립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다양한 색상의 펜들이 작업대 위에 일렬로 놓여있는 훈련실의 모습은 우리나라의 작업장 모습과 유사해 보였다. 또한 훈련실답게 ‘작업에 집중하자! 정리정돈!’ 등의 각오가 적힌 구호가 벽마다 붙어있어 훈련생들과 직원들의 적극적인 취업 의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 취업을 위해 필요한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공간. 상품 제조, 직업예절교육, 사무보조 등 다양한 훈련이 진행된다.

 장애인 취업 지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야마시타 시설장.

나고야 라이트 하우스의 야마시타(山下文明) 시설장은 “지난 6년간 52명의 장애인이 양계유통, 소매점, 우체국, 사무보조 등 다양한 기업에 취직했다.”라고 말했다. 평균 급여는 약 16만 엔(160만 원) 정도이다. 체계화된 지원책이 취업을 유지하게 하는 비결임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적성에 맞는 일을 찾을 수 있도록

나고야 라이트 하우스의 또 다른 사업장은 취업계속지원사업(B형)장이다. 일반 기업에 취직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주는 우리나라의 보호작업장 같은 곳이다. 크게 4개의 직업공과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먼저 시각장애인들의 주요 직종인 마사지와 침구·뜸을 하는 치료부(침, 마사지)와 녹음속기과가 있고 신체장애인들과 지적장애인이 주로 근무하는 인쇄과와 부품가공과가 있다. 이러한 다양한 작업장에서 장애인들은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하나를 선택해 일할 수 있다. 특히 다른 기관의 취업계속지원사업 참여자에 비해 높은 임금을 받고 있어 참여율이 높다고 한다. 현재 77명이 이용하고 있다.

치료부와 녹음속기과는 주로 시각장애인들의 작업장이다. 시각장애인들이 잘 할 수 있는 직무 중심의 작업장을 운영하며 소득을 창출하고 있다. 치료부의 경우 침술과 마사지 등 전문 자격증을 소지한 장애인 11명이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1인당 하루 평균 5~6명에게 안마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역주민들은 자연스럽게 이곳에서 안마를 받는다. 입구에는 안마사에 대한 소개가 사진과 함께 게시되어 있어 고객은 선호하는 안마사를 선택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서비스 공간은 우리나라의 여느 마사지샵과 다르지 않다. 안마사들은 다른 사업의 장애인 직원들에 비해 소득이 조금은 높다고 한다.


▲ 녹음속기과의 시각장애인들이 강의록과 전문자료 등 다양한 내용의 음성파일을 문서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녹음속기과에서는 7명의 시각장애인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인근 대학의 강의록과 전문자료 등 다양한 내용의 음성파일을 문서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시각장애인들 대부분이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전맹이다. 주로 대학에서 연구자료와 강의록 등을 의뢰받는데 비용은 1분에 300엔 정도라고 한다. 다들 오래 근무한 듯 매우 숙달된 모습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시각장애인의 강점에 맞춘 직종이라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녹음속기과에서 변환된 문서화일은 인쇄과로 전달돼 납품이 이루어진다. 인쇄과는 잡지, 전단지, 명함, 교재 등을 제작한다. 편집과 교정뿐만 아니라 완성본에 잘못된 부분이 없는지 검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숙달된 신체장애인들이 근무해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야마시타 시설장에 의하면 처음부터 이렇게 숙련된 모습은 아니었다고 한다. 처음엔 실수도 많고 어려움도 있었지만 동일한 일을 꾸준히 하다 보니 이제는 모두 전문가라고 한다.


▲ 의뢰받은 자료를 인쇄해 책으로 제본하고 있는 인쇄과 직원의 모습.

마지막으로 주로 지적장애인들이 근무하고 있는 부품가공과는 기업의 하청을 받아 문구용품 조립과 포장을 진행한다. 비장애인 직원 1명이 장애인 6명을 돌보고 있다. 부품가공과는 두 반으로 나누어 운영되고 있다. 한 반에서는 일정한 노동력이 있는 장애인들이 생산성 있게 일하도록 지원하고 다른 반에서는 장애인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되 작업 속도나 태도에 대해서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해서 실제 작업을 힘들어 하는 중증장애인도 일할 수 있게 한다.


▲ 침과 마사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치료과 접수대 옆에 전문 자격증을 소지한 직원들의 사진이 보인다.
치료실 안 쪽에는 우리나라의 치료실과 비슷한 침구가 놓여있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일상을 누리다

나고야 라이트 하우스에서는 생활개호사업도 운영한다. 생활개호사업은 한국의 주간보호시설과 유사하다. 주로 중증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낮 시간 동안 일상생활과 여가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시각장애인반과 지적장애인반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시각장애인반은 주로 시각장애 어르신들에게 비즈 공예, 뜨개질, 노래 등의 여가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지적장애인반은 우리나라의 주간보호와 유사하게 일상생활 훈련, 레크리에이션, 사회적응훈련 등을 실시하고 있다.


▲ 노인과 장애인들이 함께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에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주간보호시설과 비슷하다.


▲ 시각장애인반에서 비즈 공예로 만든 열쇠고리는 판매 중이었다.

지역사회로의 자립을 준비하는 공간

나고야 라이트 하우스는 장애인들이 지역사회로 나갈 수 있도록 연습하는 공간도 마련했다. 바로 그룹홈이다. 신체장애인만 입소할 수 있으며 지적‧정신장애인은 일본의 다른 사업을 이용해야 한다. 시설은 현대적이고 세련된 분위기의 원룸 형태로 되어있다. 3년의 입소 기간을 채우고 난 이후에는 복지홈을 벗어나 지역사회로 돌아가도록 권장하고 있다. 영구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은 아니지만, 일상을 지내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훈련들을 받으며 지역사회에 나갈 준비를 할 수 있다.


▲ 신체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을 목표로 일정 기간 동안 생활할 수 있는 그룹홈에 대한 홍보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상생하는 길

나고야 라이트 하우스 같은 여러 가지 유형의 시설을 한 곳에서 운영하는 곳을 일본에서는 다기능사업장이라고 한다. 다기능사업장의 장점은 장애인의 욕구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고야 라이트 하우스에서 발행한 사업안내 팜플렛을 보면 이렇게 되어 있다.

“편하게 작업하면서 성장하기를 원하면 생활개호(주간보호)로
생활개호(주간보호)에서 지원받으면서 열심히 일하고 싶으면 취로(취업)계속지원B형으로
취로(취업)계속지원B형에서 스텝업을 원하면 취로(취업)이행 사업장으로
취로(취업)이행사업장에서는 일반고용으로”

장애인 입장에서 자신에게 맞는 곳을 선택해서 이용하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인상적인 것은 여러 개의 시설들이 일반 주택가 안에 여러 개의 건물로 나누어져 있어 특별히 사회복지시설이라는 표시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낮 동안에는 각자의 욕구와 수준에 맞는 직업 및 일상활동을 하고 저녁에는 복지홈이나 그룹홈에서 자립적으로 살아가는 일본 성인 장애인들의 모습에서 장애인이 아닌 보편적인 성인의 삶을 볼 수 있었다.

한편, “장애인이 비장애인과의 경쟁의 대상이 되고 자동화와 저가생산 등으로 작업물품 수급이 어려워지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야마시타 시설장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장애인들의 강점을 살려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은 어디에서나 과제인가 보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무한 경쟁이 아닌 서로의 강점을 최대화하여 상생하는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면, 지역 안에서 함께 더 신명나게 살아가지 않을까?

*글= 박재남 팀장 (과천시장애인복지관 운영지원팀)
*사진= 정담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신혜정 간사 (나눔사업팀), 박재남 팀장 (과천시장애인복지관 운영지원팀)

<사회복지법인 나오야 라이트 하우스>
· 주      소 : 名古屋市昭和区川名本町1-2
· 전      화 : 052-757-3522
· 홈페이지 : http://nagoya-lighthouse.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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