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마을의 중심에 서다

[독일 장애인 시설을 둘러보다] 7편 프란치스쿠스베르크 쉔브룬


 




▲ 프란치스쿠스베르크 쉔브룬 장애인 마을에서 주민들이 일터로 가고 있는 모습


독일 남부 뮌헨에서 북쪽으로 30여 킬로미터 올라가면 ‘프란치스쿠스베르크 쉔브룬(Franziskuswerk Schönbrunn)’이라는 장애인 마을을 만날 수 있다. 오랜 역사를 통해 독립적인 운영체계를 구축한 장애인 마을. 우리가 닮아가야 하는 모습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장애인이 지역사회 내에서 자립할 수 있는 구조를 그려볼 수 있는 곳이었다.


장애인의 눈높이에서 출발한 생활 공동체


▲ 마을 어귀에서 우리를 반기는 구조물인 ‘마이바움’.

높이 솟아 있어 올려다보기도 힘든 구조물의 기둥 양쪽에는

마을을 표현하는 여러 그림들이 달려 있어 특색을 알 수 있다.


프란치스쿠스베르크 쉔브룬은 150여년 전에 문을 열었다. 마을의 한 백작 부인이 작은 건물을 지어 프란치스쿠스 수녀회에 기부하며 장애인 구제활동이 시작되었다. 1933년 나치의 장애인 말살 정책으로 장애인 60여 명이 희생되며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다.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었던 프란치스쿠스 수녀회는 1970년대에 바이에른 주정부 산하 복지기관에 대부분의 사업을 이관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마을의 부지와 건물은 수녀회가 소유하고 주정부에서 장애인의 주거생활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한다.


초기에 학교 기능이 중심이 된 공동체는 장애인을 돌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장애인의 유입이 늘어나면서 점차 마을의 형태와 기능을 갖추게 되었다. 주택과 학교는 물론 병원, 상점, 일터, 소방서 등 필수적인 요소들이 갖춰져 한 사회를 이루고 있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낮은 층수의 오래된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이마저도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장애인의 자녀를 돌보기 위해 비장애인인 부모는 함께 살 수 있지만 장애인 부모를 모시기 위해 비장애 자녀들의 동거는 허락되지 않는다.




▲ 나치의 장애인 말살 정책으로 희생된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놓은 기념비.

매년 1월 28일이 되면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예배가 열린다.


학교에서는 UN장애인권리협약에 따라 비장애인 10명당 장애인 2명이 통합 수업을 받고 있다. 인근 협력학교를 통해 소그룹 통합교육도 병행한다. 또한 일반적인 교과과정 이외에 방과 후 프로그램, 언어치료 등의 장애어린이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 주민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임을 알리는 표지판. 다양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표현된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교육, 생활, 문화를 넘어 경제 공동체를 이루다


도로와 인접한 지역에는 다양한 기업들이 자리하고 있다. 택배 물류, 원목가구, 생활의류 등 다양한 업체에서 장애인 375명이 생산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125명은 청소, 스티커 작업 등 단순 소일거리를 맡고 있다. 장애유형과 정도, 작업수행능력, 개별 특성 등에 맞춰 작업이 선택되고 각 작업은 그룹(시설)이 지어져 진행된다. 인근 마을에 거주하며 출퇴근 하는 장애인도 다수 있다.




▲ 세탁물 수거, 색깔과 옷감별 분류, 세탁, 건조 등의 다양한 직무를 순서에 맞게 사진으로 표시한 모습(왼쪽),

세탁물을 분류하는 작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장애인(오른쪽)


그 중 원목가구를 제작하는 시설에서는 장애인 16명과 비장애인 2명이 고급원목으로 기성품인 의자와 가구를 만든다. 여기서 생산된 제품은 글로벌 네트워크인 ‘아마존’ 웹사이트를 통해 온라인으로 판매된다. 우리나라의 장애인들이 주로 DIY(Do It Yourself) 방식의 조립형 가구를 구매해 각 단계에 맞춰 조립한다면, 이곳의 장애인들은 할 수 있는 일을 분담해 고급 원목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품질이 다른 회사의 상품과 견줄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편이다.


원목 제품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시기는 3~5월. 2월까지는 제품을 완성해야 넘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고 한다. 목재 가루 등의 먼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환기시설과 장애인 편의시설, 눈높이에 맞춘 정리 시스템, 안전장비와 보호구 등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 원목가구 생산과 판매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장애인 생산시설(왼쪽),

글로벌온라인 판매사이트에서 판매될 정도로 고품질을 자랑하는 원목가구(오른쪽)


마을의 다양한 기업에서 근무하는 장애인들은 8개의 산출지표를 통해 직무분석과 업무 평가를 받는다. 급여는 평가에 따라 책정된다. 한국의 장애인 직무분석표도 이와 유사하다. 프란치스쿠스베르크 쉔브룬 마을의 장애인이 받는 평균 월급은 70 ~ 500유로(약 10만 원 ~ 70만 원). 주정부와 독일연금보험 등에서 주거와 생계비를 지원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생활비를 버는 셈이다.


장애인이 웃을 수 있는 마을


동네 아이들이 장애인이 안정적으로 탈 수 있도록 고안된 그네에 올라타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아이들 그리고 일상을 누리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프란치스쿠스베르크 쉔브룬은 진정 장애인들이 환하게 웃을 수 있는 마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그네에서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아이들


프란치스쿠스베르크 쉔브룬의 홍보책임자인 토비아스 우터(Tobias Utters)씨는 “더 이상 장애인만을 위한 마을이나 공동체가 아닌 비장애인과 어우러질 수 있는 환경을 이끌어 내야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라고 말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통합을 이야기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통합’은 푸르메재단이 마포구 상암동에 짓고 있는 어린이재활병원도 풀어가야 할 과제이다. 어린이재활병원은 장애어린이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려 지역주민이 만들어가는 공간이자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장애어린이들과 가족 그리고 지역주민이 웃으며 다닐 수 있는 병원을 꿈꾸어 본다.


*글, 사진= 강정훈 간사 (기획사업팀)


주    소 : Franziskuswerk Schönbrunn gGmbH(Hr. Tobias Utters)

Viktoria-von-Butler-Str.2, 85244 Schonbrunn

전    화 : 08139800-8141

이 메 일 : tobias.utters@schoenbrun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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