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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습니다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한 오사카 연수] 4편 직업재활센터편

 

학교가 아니라 회사입니다

일본 연수 둘째 날, 오사카시 직업재활센터를 방문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하지 않은 2층 건물이었습니다. 재활센터보다는 회사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안으로 들어서자 양복을 갖추어 입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곳 장애인 직업훈련생은 모두 양복을 입고 출근한다고 합니다. 스스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자전거를 이용해서 출근하고, 정장 차림으로 일을 하거나 작업복으로 옷을 갈아입습니다. 회사에 출근하게 되었을 때와 같은 방식으로 생활하는 것입니다. ‘취업’이 될 것을 전제로 한 가장 효과적인 교육인 셈입니다.

이곳의 센터장인 이츠코 이누이 씨는 “모든 훈련생들이 회사처럼 생각하고 회사에서 일하듯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직업훈련을 통해 기술을 습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취업 후에 잘 적응하는 것도 놓쳐서는 안될 교육이라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채용된 이후 업무가 아니라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채용된 장애인이 중도에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이런 교육은 장애인과 고용주 모두에게 좋은 일입니다.

적성에 맞는 일을 선택합니다

 ▲오사카시 직업재활센터장인 이츠코 이누이 씨

센터는 1층에 생산시설이 있고, 2층은 회의실, 교육실, 전산실 그리고 사무실 등이 있습니다. 모두 훈련시설입니다. 여느 작은 종합회사의 모습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회사 내의 시설들과 같은 훈련공간들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이곳 직업재활센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이츠코 이누이 센터장은 “장애인 본인의 결정을 가장 중요히 여겨야 한다는 것”이라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장애인 한 사람 한 사람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직업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는 직업지도, 취업지원, 취업 이후 생활지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비스가 개인에 맞추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직업훈련의 내용도 다양했습니다. 취업 가능성이 높은 일반적인 직업군을 다양하게 체험하고 그 안에서 본인이 원하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었습니다. 장애인이 원하거나 고용할 업체가 원하는 교육 내용이 없다면 새로 만든다고 합니다. 장애인의 결정을 존중하고 그에 맞는 교육, 지원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 그것이 이 직업재활센터가 1985년에 문을 연 후 지금까지 발전해온 원동력이었습니다.

▲다양한 훈련시설의 모습. 좌측상단부터 전산, 사무, 검수, 포장, 공구작업, 생산라인 훈련장의 모습

현재보다 미래에 맞추어진 교육장 

시설을 둘러보면서 의아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공용 공간의 장애인 편의 배려,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훈련생을 위한 보조기구 등은 잘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각 교육장 내부는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 편해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류, 포장, 검수 작업의 훈련을 할 수 있는 물류작업장의 경우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상단에 있는 물건을 꺼내는 것이 여유롭지는 않은 높이였습니다. 다른 시설들 대부분 장애인 편의에 맞추어 설계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 센터내 마련된 물류작업장의 모습. 실제로 물류센터와 같은 직업군에서 일할 경우를 대비해 물류, 포장, 검수 등의 모든 부분을 훈련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분류대의 상단은 휠체어 장애인이 사용하기에는 불편해 보였다.

▲일반 사무실처럼 꾸며놓은 사무직업재활훈련장의 모습. 회의실도 옆에 있어서 기술적인 직업훈련 뿐 아니라 실제적으로 취업후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미리 경험하고 훈련받을 수 있다.

의아해하면서 “왜 장애인 직업훈련시설에 편의시설이 적나요?”하고 묻자 당연하다는 듯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장애인이 평생 일하게 될 곳은 직업훈련시설이 아니라 회사’라는 것입니다. 교육받는 동안의 편안함보다 실제로 취업이 된 후의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더 중요하게 여겨졌습니다. 앞으로 낯선 환경 때문에 포기하지 않도록 훈련할 때부터 긍정적으로 마주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게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회의실에서도 이런 훈련의 특성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취업 후 회사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의외의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훈련 목적의 회의가 많습니다. 회사에서 갑자기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을 제시하고 어떻게 대처할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해결점을 찾는 교육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전적 훈련의 결과들

실전적 훈련의 결과는 먼저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나타납니다. 이곳에서는 업무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연습합니다.

점심 시간은 도시락을 싸 오기도 하고, 구내 식당에 다양한 메뉴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음식을 자유롭게 먹을 수 있습니다. 큰 문제가 없다면 누군가가 점심 시간에 도와주지 않습니다. 얼마전부터는 해외연수 계획도 훈련생들이 직접하고 있다고 합니다.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훈련을 통해 직장내에서도 의견을 제시하는 모습들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장애인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치부하는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사소한 것부터 직접 결정하고 실행하는 경험에서 자신감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는 생산능력도 향상됩니다.

▲직업재활센터내 마련된 토너공장의 모습. 실제로 토너공장의 필링(안에 토너를 채우는 작업)공정을 직업재활센터로 그대로 가져왔다. 훈련생들은 취업할 회사의 환경과 동일한 곳에서 일해볼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 이곳에서 생산하고 있는 토너 샘플의 모습(우상).

훈련시설 중 레이져프린터의 토너를 채우는 작업을 하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실제로 한 토너회사의 생산라인 중 필링(토너를 채우는 공정)작업을 이곳에서 진행하고 제품을 생산합니다. 훈련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한 회사의 생산공정 일부를 맡아서 진행할 만큼 직업훈련의 질도 높은 편이었습니다. 회사 또한 훈련시설의 라인에서 생산된 제품의 질이 좋아서 지속적으로 계약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재활치료의 끝은 직업을 통한 홀로서기

대부분의 훈련생은 훈련 후 취업에 성공합니다. 장애인 고용을 원하는 회사들도 취업 후 바로 적응하여 업무를 할 수 있는 이곳 훈련생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고용 후에도 단기일 내에 직업재활센터로 돌아오는 일이 없다고 합니다. 일본의 장애인고용법이 잘 지켜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런 교육도 큰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 2015년 마포구 상암동에 지어질 어린이재활병원의 모습. 지하1층에 직업재활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며, 입원병동, 재활치료, 사회복지시설, 직업재활시설 등이 건립될 예정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 15조는 ‘직업 선택의 자유’입니다.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라는 내용입니다. 직업은 생계 유지를 위한 소득 수단인 것과 동시에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일을 함으로 보람을 얻는 것, 이것은 권리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장애인 직업재활과 고용 현실을 보면 이러한 권리가 멀게만 느껴집니다.

직업 훈련에서 취업 후 지원까지 촘촘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오사카시 직업재활센터의 시스템을 도입하기에는 여러 가지 제도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장애인의 재활치료의 마침표는 본인이 원하는 직업을 갖고 성취감을 느끼는 순간이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누구나 원하는 직업을 가지고 사회 속에서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것, 그리 멀리있는 꿈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 = 한상규 기획사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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