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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부끄럽게 만든 일본차 전시장

[노컷뉴스/최철 취재편집팀장]

“일본이 선진국인가?” 아니 좀 더 에둘러 “우리보다 낫냐”고 누가 물어보면 나는 과연 뭐라고 답할까.

요즘 일본 자동차 업계가 ‘호떡집에 불난 듯’ 한바탕 난리가 났나보다. 도요타에 이어 닛산 마저 대규모 리콜을 결정하면서 ‘일본’이라는 브랜드에 지울 수 없는 큰 오점을 남겼기 때문이다.

물론 도요타의 경우 가속 패달의 하자로 미국에서 대형 사고가 난 뒤에 리콜을 결정한 것이지만 닛산의 경우 ‘소비자 이의 제기’ 이전에 스스로 리콜을 선언한 것이라 어찌보면 상당한 용기있는 행동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냥 모른체 해도 별 탈이 없을지 모르는데 ‘리콜’을 결정함으로써 어마어마한 금전적 손해가 예상되지만 소비자의 안전을 그것보다 높은 가치로 인정한 행위이기에.

지난해 가을 언론재단 연수차 일본에 다녀온 적이 있다. 여러 군데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지만 오다이바에 갔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일본 도쿄만에 있는 대규모 인공섬인 오다이바는 상업, 레저 복합 지구로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또한 도쿄 디즈니랜드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어서 엄마, 아빠 손을 잡은 어린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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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상설 전시장에 붙어있던 ‘2009 도쿄 모터쇼’ 포스터를 보니 이런 주장이 아주 틀렸다고 단정 지을 수  없게 만든다.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는 온데간데 없고 온통 하늘을 나는 형형색색의 ‘풍선 자동차’ 뿐이다.그런 오다이바에 널찍한 도요타 자동차의 상설 전시장이 위치해있다. 도요타측의 설명을 직접 들은바는 없지만 미래 고객인 어린아이들에게 ‘차는 생활의 일부’라는 것을 은연중에 각인 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각설하고, 도요타 상설 전시장에서 내 눈을 사로잡은 건 프리우스 같은 신형 하이브리드카 모델이 아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시속 100킬로미터에 도달한다는 날렵한 스포츠카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정답은 전시장 정 중앙을 떡하고 차지한 장애인들을 위한 차량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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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는 불편한 것일 뿐 나쁜 것도 배척할 것도 아니다”…아이들에게 이보다 크고 훌륭한 교육이 있을까.우리 같으면 전시장의 노른자위 부분에 최신형 자동차를 전진 배치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도요타 전시장은 사람들의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 장애인용 차량을 선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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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수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최근 스스로 주차가 가능한 차량을 세계 3번째로 개발했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장애인을 위한 차량을 만들었다고 하는 소리는 아직까지 들어본 적이 없다.

요즘 뜨는 마케팅 이론으로 ‘넛지 마케팅’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과거의 마케팅이 제품의 기능을 부각시키는데 온 힘을 쏟았다면 요즘같은 다원화된 사회에서는 고객의 ‘감성’을 자극해 나날이 진화하고 있는 고객의 소비 패턴을 놓치지 말아야한다는 이론이다.

다시말해 ‘부드러운 권유’가 소비자의 지갑을 연다는 논리인 셈이다.

자, 이제 선택의 시간이 왔다.

각종 첨단 장비는 물론 빈공간만 있으면 스스로 주차까지 가능한 차량만 만드는 회사와 어린아이들에게 장애인에 대한 배려심을 은연중 가르쳐주는 회사가 있다고 치자.

우리는 이제 어느 회사를 존경해야하는가. 글을 시작하면서 던졌던 질문을 다시 꺼내본다. “일본이 우리보다 낫나”라고 누가 내게 물어본다면 “많은 부분에서 보고 배워야할 것들이 분명히 있다”고 답할 수 밖에 없겠다.

 

최철
73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에서 철학을 전공했습니다. 2001년 봄 CBS에 입사한 후 사회부 경찰팀, 법조팀, 정치부 정당팀을 거쳐 지금은 노컷뉴스 취재편집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 06년 봄 기자협회 축구대회에서 아킬레스건을 다쳐 7개월을 쉬면서 ‘인생 공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겸손한 사람이 되라’는 부모님의 가르침을 따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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