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총철인3종경기대회 - 굵은 땀방울로 적신 기적의 레이스 


철인 1,000명이 마포구 상암동 일대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지난 9월 13일,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전국 각지에서 철인들이 난지한강공원으로 모여들었습니다. 휴일을 이른 새벽부터 일찍 시작한 사람들의 얼굴에는 저마다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누군가에겐 쉬는 날이지만 이들에게는 새롭게 도전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철인, 장애어린이 위해 달리다


 꼭두새벽부터 철인들이 모인 이유는 단 하나. 푸르메재단이 마포구 상암동에 짓고 있는 어린이재활병원 건립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제3회 은총이와 함께하는 철인3종 경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입니다. 3가지 종목인 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를 3시간 30분 안에 완주해야 하는 극한의 도전. 그럼에도 희귀난치병을 갖고 태어난 은총이와 같은 장애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러 기꺼이 나섰습니다.




▲ 철인들의 참가비 7,060만 원이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 기부됐다.

(오른쪽부터) 이정식 푸르메재단 대표, 맹호승 전국철인3종경기연합회장, 은총아빠 박지훈, 푸르메재단 홍보대사 가수 션, 김성회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박홍섭 마포구청장.


 대회 코스는 한강과 하늘공원, 노을공원, 강변북로까지 아우르는 넓은 지역입니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철인3종 경기로 자리매김한 대회는 해를 거듭할수록 참가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은총아빠 박지훈 씨는 “내년 봄에 개원할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 함께해준 모든 철인들을 사랑합니다.”라고 경기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철인들은 참가비 전액인 7,060만 원을 어린이재활병원을 짓는 데 기부했습니다. 개회식에서 전국철인3종경기연합회와 ‘은총이의 삼촌’을 자처하며 3년째 출전하고 있는 가수 션 씨가 참가자들을 대표해 기부금을 푸르메재단에 전달했습니다. 한데 모여 환호와 박수를 보내는 철인들의 얼굴에는 뿌듯한 표정이 가득했습니다.




▲ 오전 8시, 신호음이 울리자 한강 물살을 온몸으로 가르며 힘차게 출발한 철인들.


금빛 한강에 뛰어든 철인들


출발 전 철인들은 충분한 스트레칭으로 팔과 다리, 온 몸의 근육을 풀었습니다. 신호음이 울리자 대기하고 있던 철인들이 한강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첨벙’ 소리와 함께 몸을 내던지는 철인들 사이로 엄마의 손을 붙잡고 있던 은총이가 고무보트에 올라탔습니다. 여러 번 해봐서 그런지 제법 능숙해 보입니다. 아빠가 고무보트에 연결된 끈을 허리에 매고 물살을 가릅니다. 수영수트를 나란히 차려 입은 1번 선수, 은총이와 아빠가 완벽한 한 팀을 이뤘습니다.




▲ 은총이를 보트에 태운 박지훈 씨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도착지점으로 향하고 있다.


한 바퀴를 돌아온 철인들은 휘청거리며 힘겨워 보였습니다. 아직 한 바퀴가 더 남은 상황. 은총부자가 어디쯤 왔을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바라보던 중 은총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철인들은 은총이를 보호하기 위해 경호원처럼 보트를 둘러쌌고 아빠는 투혼을 발휘해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수영을 마친 321번 선수 가수 션 씨는 숨을 헉헉 몰아쉬며 바꿈터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땡볕 아래 멈추지 않는 페달


 잠시도 쉴 틈이 없었습니다. 이제 40km를 달려야 하는 사이클 경기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순식간에 수트를 갈아입은 은총부자와 션 씨. 도로 가장자리에 운집해있던 사람들이 응원하자 “파이팅!”이라고 화답한 션 씨가 출발한 후, 은총이를 트레일러에 태운 아빠가 사이클 페달을 밟았습니다. 하늘색 유니폼을 입은 서포터즈가 은총부자의 안전을 위해 함께 달렸습니다.




▲ 수영을 마친 은총부자가 시민들의 열띤 응원 속에 사이클 페달을 밟고 있다.


연신 부채질을 하게 만드는 늦더위 속에 이글거리는 태양이 야속하게만 느껴졌습니다. 철인들은 작열하는 땡볕의 열기를 견뎌내며 왕복 6바퀴를 돌았습니다. 부쩍 자라 50kg이 넘는 은총이와 트레일러의 무게를 동시에 짊어져야 하는데도 아빠는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렸습니다. 관중들이 뜨거운 함성과 박수로 그들의 질주를 목청껏 응원했습니다.


 결승점을 향해 질주하다 


 션 씨가 빠른 속도로 다른 철인들과 거리를 좁히며 도착지점에 다다랐습니다. 구릿빛 피부가 출발할 때보다 더 까맣게 그을린 것만 같습니다. 운동화 끈만 고쳐 매고는 바로 마지막 관문인 마라톤을 시작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바람처럼 사라졌습니다.




▲ 무더위를 견디며 사이클 경기에 참여하고 있는 션 씨.


 20분쯤 지나자 그토록 기다렸던 은총부자가 난지하늘다리 아래를 지났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바꿈터 부근에서 기다리고 있던 관계자들은 일제히 환호하며 은총부자를 맞이했습니다. 물 한 모금 마시며 숨을 고른 은총부자. 아들을 옮겨 태운 휠체어를 밀며 아빠는 다시 달렸습니다. 마지막 코스임을 실감하는 듯, 아빠한테 힘내라고 말하는 듯 은총이가 환하게 웃어 보였습니다.




▲ 마지막 관문인 마라톤을 시작한 은총부자. 은총이를 지켜주기 위한 서포터즈가 경기 내내 큰 힘이 되어줬다.


 수영과 사이클에 더해 마지막 10km 마라톤까지 제한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각. 긴 호흡으로 페이스 조절이 중요한 마라톤에 은총부자와 션 씨는 결승점을 향해 혼신의 힘으로 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장애어린이들이 치료받고 꿈을 키울 수 있는 재활병원을 짓겠다는 목표로 포기하고 싶은 매순간을 이겨내고 있었습니다.


 가슴 벅찬 레이스를 완주한 모두가 ‘영웅’


선두주자들이 결승점을 통과한 지 30여분이 흐르자 아나운서가 갑자기 소리쳤습니다. 션 씨가 달려오고 있다고 말입니다. 지난해보다 20분이나 앞당겨진 2시간 42분대의 우수한 성적으로 도착한 션 씨. 뒤이어 철인들이 앞 다투어 결승점을 통과했습니다. 관중 모두가 한마음으로 은총부자를 초조하게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은총부자를 중심으로 한 무리의 서포터즈가 결승점 전방 3미터, 2미터, 1미터 골인을 알렸습니다. 3시간 26분대의 기록으로 제한시간 3시간 30분 안에 무사히 완주한 것입니다.




▲ 은총부자가 결승점을 통과하며 완주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완주 후 대기하고 있던 션 씨가 은총부자를 맞이했다.


 경기 후 박지훈 씨는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시고 응원해주신 덕분에 뛰는 내내 가슴이 벅찼습니다. 장애어린이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이 많아져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세요.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 앞으로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라고 완주 소감을 전했습니다.




▲ 은총부자와 션 씨, 응원하러 온 배구선수 한송이 씨(왼쪽 네 번째), 푸르메재단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뜨거운 열정을 쏟은 모든 철인들이 장애어린이를 위한 어린이재활병원을 짓는 '영웅'이다.


 연령, 성별, 국적을 막론하고 경기에 참여한 모두가 ‘영웅’입니다. 완주 기념 메달을 목에 건 철인들의 미소가 눈부십니다. 은총이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도전한 아빠와 동행한 철인 1,000명. 내년 봄 마포구 상암동에 철인들의 굵은 땀방울로 아로새겨진 벽돌들을 더해 국내 최초의 통합형 어린이재활병원의 문을 열게 됩니다.


 *글= 정담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사진= 김금주 간사, 이용태 팀장, 정담빈 간사 (이상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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