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가족이 된다

[5월 특집] 가정의 달에 만나는 ‘가족’ + 기부자 이야기


 


‘가족’의 사전적 의미을 찾아보면 ‘부부를 중심으로 생겨난 혈연집단’으로 나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가족은 어떤 모습인가요? 여기 나눔의 이름으로 새롭게 탄생한 ‘가족’이 있습니다. 운명 같은 만남이 있다면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합니다.


푸르메재단 정기기부자 권민영 씨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수학 공부방 선생님입니다. 동시에 자신의 주어진 여건에서 기회가 닿는 대로 여러 비영리 분야에 나눔을 실천하는 기부자이기도 합니다. 나눔을 통해 가족 같은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줘서 고마워요”


건강하게 태어난 두 아이의 이름으로 정기기부를 실천하는 권민영 기부자와 첫째 딸 재희. ‘기적에 함께하는 내가 영웅이에요!’ 보드가 잘 어울립니다.
건강하게 태어난 두 아이의 이름으로 정기기부를 실천하는 권민영 기부자와 첫째 딸 재희. ‘기적에 함께하는 내가 영웅이에요!’ 보드가 잘 어울립니다.

2012년부터 푸르메재단에 장애어린이를 위한 병원을 짓는 데 써 달라며 기부를 시작한 권민영 씨. 푸르메재단은 한 지인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비영리단체에 두터운 촉을 갖고 있던 터라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감을 단번에 잡은 것입니다. 여유 있는 형편은 아니더라도 기부를 하거나 안 쓰는 아이 물품을 기증하는 등 나눔에 익숙한 덕분에 기부 리스트에 하나 더 추가하는 게 뭐 어렵냐고 말합니다. 기부하는 일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진정한 나눔인.


그런데 또 하나의 나눔을 결정하게 된 계기가 한 가지 있습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나눔에 대해서 차츰 알아갈 수 있도록 함께 기부를 시작하기로 한 것입니다. 권민영 씨의 이름 석자보다 첫째 딸 재희와 아들 태오의 이름으로 기부하는 이유를 여기서 발견합니다. 문득 왜 하필 장애어린이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납니다.


“아이를 가졌을 때는 건강보다는 태교에 신경을 썼어요. 그러다 아이를 낳고나니 손가락, 발가락 다 있는지 확인하라고 어른들이 얘기하더라고요. 그 때 실감했어요. 아이가 건강하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지를 말이죠.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거죠. 물론 건강하게 태어나도 사고로 장애를 가질 수도 있겠지만요.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비록 금액은 얼마 안 되지만 고마운 마음을 기부로 전하게 되었어요.”


푸르메재단을 찾은 아주 특별한 이유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결같은 애정으로 지켜주고 있는 권민영 씨가 지난 5월 9일 푸르메재단에 방문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말없이 묵묵히 그러나 진지한 눈빛으로 옆에 앉아 있던 사춘기 소년에게서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권민영 씨처럼 키가 커서 하마터면 “큰 아드님 되시는지...?”라고 물을 뻔 했습니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평촌에서 소규모 공부방을 운영하는 권민영 씨의 ‘애제자’ 중학생 송채운 군이었습니다.










 


진지한 눈빛으로 푸르메재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준 채운 군.

“학교에서는 나눔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요. 채운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나눔을 중요한 가치로 두길 바라는 마음에서 함께 왔어요. 물론 커가면서 여러 생각들을 가지치기하며 우선순위를 정하겠지만요. 또 채운이는 머리가 굉장히 비상하고 운동도 잘해요. 지덕체를 골고루 갖춘 친구죠. 꿈꾸고 목표한 바를 실현하는 데 자기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선배 입장에서 안타까워요.”


나눌 수 있으려면 자신이 행복을 누리는 일이 먼저일 것입니다. 꿈을 탐색하러 온 사춘기 소년에게 지금은 중요한 시기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권민영 씨는 발벗고 나서 채운이 어머니에게는 방문을 허락받았고 학교에는 현장학습을 신청해 평촌에서 종로까지 먼 걸음을 한 것입니다.


푸르메재단의 직원으로서 감격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단순히 돈을 기부하는 게 아니라 기부한 돈이 어떤 과정으로 소중하게 쓰이는지를 생생히 보고 듣는 모습이 말입니다. 푸르메재단을 나눔의 의미를 배울 수 있는 현장으로 여겨주어 고마웠습니다. 기부자와 사이가 더욱 가까워진 건 두말할 것도 없고 말입니다.


좋은 가치를 위해 일하는 직업의 세계를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도록 채운이에게 푸르메재단을 안내했습니다. 모금사업을 담당하는 김수현 간사의 능숙한 소개를 듣는 채운이의 두 눈은 여전히 진지했습니다.


나눔은 삶의 가치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나눔이 몸과 마음에 자연스레 배어들도록 일상을 갖가지 나눔으로 채우는 권민영 기부자에게 나눔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다양한 사람들을 연결해 주고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질 수 있는 비결은 나눔이라고 말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연결해 주고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질 수 있는 비결은 나눔이라고 말합니다.

“나눔은 삶의 가치입니다. 나는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답이기도 하죠. 한번은 채운이가 저한테 ‘가치가 뭐에요?’라고 물었었어요. 엄마와 딸 그리고 친구 등 여러 가치들 중에서 나눔으로서 행복하다는 사실이 큰 비중을 차지해요. 나눔을 통해 사이가 돈독해지고 관계도 재확인하게 되고 더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됩니다. 초등학생들에게 재능기부로 수학공부를 하고 있는데 이 친구들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시야도 넓어지고요."


푸르메재단에 바라는 한 가지 ‘일상처럼 익숙한 기부’


정기기부자로서 푸르메재단에 바라는 점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쉽고 즐거운 기부방식을 주문합니다. ‘비전문가여서 잘 모르지만...’이라며 겸손한 답변을 이어가던 권민영 씨는 기부를 바라보는 기부자들의 마음을 꿰뚫고 있는 전문가였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나눔이 무엇인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길 바래요. 나중에 커서 어떤 위치에 있게 되든지 간에 나눔은 특별한 사람이 아닌 누구나 다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좋겠어요. 백화점이나 공원처럼 가족 단위로 모이는 장소에서 이러한 활동이 이뤄진다면 보고 듣고 배울 수 있지 않을까요. 비록 기부신청은 적더라도 푸르메재단처럼 좋은 일을 하는 단체의 존재를 누구나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길 희망합니다. 평촌만 해도 경기도권이라 그런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좋은 일을 하는 단체를 알게 된다는 것 자체가 참 고마운 일이라고 느껴요. 더 많은 사람들에게도 이런 기회를 만들어 주세요.”

 푸르메센터 곳곳을 주의깊게 둘러보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선한 의도라고 하더라도 강요당하는 나눔은 생명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짚어 주었습니다. 필요성을 느껴서, 진짜 좋아해서 시작한 나눔이 오래가는 법입니다. 여기에 더해 나눔이 생각하지도 못한 방식으로 상상력과 창의성을 키워준다면 더욱 오랫동안 지속될 것입니다. 그 모습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 같은 병원에 대한 꿈과 닮아 있습니다. 재미와 필요를 충족시키는 다양한 나눔을 고민하겠다고 ‘도장 꾹’하고 약속했습니다.


나눔으로 그렇게 가족이 된다


“나중에 무상교육의 의미에서 공부방을 크게 해보는 게 꿈이에요. 채운이 같은 친구를 상대로 제 경험을 쌓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 아이도 커서 뭘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성공을 하거나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이 닥쳐도 늘 나눔을 가슴에 담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사진 왼쪽부터) 권민영 기부자, 재희, 채운, 모금사업팀 김수현 간사의 모습. 나눔으로 맺어진 한 가족이라 행복합니다.
(사진 왼쪽부터) 권민영 기부자, 재희, 채운, 모금사업팀 김수현 간사의 모습. 나눔으로 맺어진 한 가족이라 행복합니다.

권민영 씨의 얼굴에서 벌써부터 그 꿈이 만져지는 듯합니다. 권민영 씨와 재희 그리고 채훈이의 모습에 가족의 의미를 새삼 떠올립니다. 나눔을 통해 새로운 인연이 생겨난다면, 그 인연을 가족이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요. 푸르메 또한 권민영 씨 가족의 일원이 되어 행복합니다.


*글, 사진= 정담빈 간사 (홍보사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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