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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같이 달콤한 사람

[2월 특집] 자원봉사자 정영욱 씨와의 만남

 

매일 1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몇 시간이고 한 자리를 지키던 청년. 큰 키에 파란 점퍼를 입고 수줍게 웃던 청년. 무거운 상자를 나르고 무려 천 장이 넘는 봉투에 묵묵히 풀칠을 하던 청년. 이 청년의 이름은 자원봉사자 정영욱 씨. 정영욱 씨의 아름다운 모습을 푸르메재단 직원 모두는 기억합니다. 그는 달력 한 장을 남겨놓은 12월부터 새해 첫 달까지 꼬박꼬박 출근도장을 찍었습니다. 일 년 중 가장 바쁜 시기도 그와 함께 지나갔습니다. 정영욱 씨는 달콤한 초콜릿 같은 남자입니다.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기에 사람들의 일손을 덜어 주고 잠시나마 달달한 여유를 선물해주었기 때문입니다.

1.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푸르메재단에 들르셨네요. 묵묵히 일하는 모습을 본 많은 분들이 어떤 분인지 궁금해 했었는데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반갑습니다. 저는 성균관대학교 글로벌경제학과 3학년 정영욱이라고 합니다. 올해 26세입니다. 작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모금사업팀에 소속되어 자원봉사를 했었습니다. 한 달 조금 안 되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며칠 빼 놓고는 거의 매일 나왔던 걸로 기억해요. 점심 먹고 오후 1시 반 쯤 나와서 4~5시간씩 봉사활동을 했어요.

 

2. 요즘엔 대학생들이 공부하랴 취업준비하랴 직장인보다 바쁘게 지내더라고요. 시간 내기가 어려웠을 텐데 봉사활동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계기가 있나요?

 

▲ 한 분 한 분에게 전해질 기부금영수증을 위해 정영욱 씨의 손은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원래는 푸르메재단에 대해서 전혀 몰랐어요. 봉사활동 신청하려고 들어간 VMS(사회복지 자원봉사 인증관리) 사이트에서 처음 알게 됐어요. 4학년 되면 바쁘다는 핑계로 봉사활동을 하지 못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시작하게 되었죠. 처음에는 여러 단체에서 단기 봉사를 하려고 했었어요. 푸르메재단에 문의했더니 단기보다는 1월 중순까지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잠시 고민했었는데요. 제 생각보다는 재단이 원하는 대로 봉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곳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가수 션 씨와 이지선 씨도 참여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어린이재활병원 SNS 댓글 기부 이벤트에 참여해보면서 여기서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진 거죠.  

3. 연말이면 소중한 기부금을 보내준 기부자들에게 보낼 기부금영수증을 발급하느라 바쁜데 그 시기에 자원봉사자로서 무척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힘들진 않으셨나요?

주로 사무처리 업무를 보조했습니다. 새 주소로 바뀌면서 후원자 3천 명의 주소를 변경해야 했어요. 1월에는 기부금영수증 봉투 작업을 해야 했는데 영수증을 봉투 사이즈에 맞게 접고 풀칠하는 거였죠. 워낙 양이 많아서 다른 봉사자들과 같이 했어요. 생각보다 작업이 힘들진 않았어요. ‘끝이 없다’는 느낌이 들긴 했어요. 웬만해선 표시가 안 났거든요. 가끔 멍 때리면서 하기도 하고(웃음). 손이 많이 가는 일이긴 했지만 기계가 대신 해줄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요. 재단 직원 분들이 워낙 잘 대해주셔서 쉽고 편하게 일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기부금영수증이 어떤 과정으로 발급되는지도 배웠고요. 

4. 봉사자들이 기부금영수증 작업을 열심히 하는 모습이 잊혀지지 않아요. 우체국에 실어 나르는 일까지 하셨잖아요. 그렇게 열심히 하신 걸 보면 평소에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신 것 같아요.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아요. 경제학을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사회양극화나 아프리카 해외원조 쪽에 관심을 갖고 있어요. 평소에 장애어린이 쪽으로는 생각을 못 했었어요. 그런데 봉사를 통해서 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백경학 상임이사님이 <효자동 구텐백>을 선물해주셨는데 재밌어서 이틀 만에 다 읽었어요. 장애어린이에 관해서 많이 알게 됐죠. 연말에는 기회가 닿아서 푸르메 작은음악회도 구경할 수 있었어요. 재단에서 장애어린이들과 마주치게 되면서 장애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었어요.  

 

▲ 기부금영수증을 발송하던 날, 푸르메재단 페이스북에 등장한 정영욱 씨(사진 왼쪽)

 

5. 봉사활동을 하면서 장애어린이에 대한 관심이 싹 트셨군요. 두 달 동안 푸르메재단을 오고가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는다면요?

6가지 불치병을 안고 태어난 은총이를 얘기로만 듣다가 여기서 처음 봤어요. 활발하고 재미있게 놀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푸르메 작은음악회 할 때 페이스페인팅이나 배지를 만드는 장애어린이 친구들을 봤을 때 느낀 점도 많았고요. 이제까지 기부는 나와는 상관없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기부금영수증을 일일이 작업하면서 생각이 달라졌어요. 푸르메재단과 같은 비영리재단에 기부자들이 많다는 사실과 선진국에는 못 미치더라도 우리사회에 나눔이 확산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어린 친구들이나 제 또래 친구들이 적은 액수지만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도요. 봉사를 하면서 새록새록 알게 되는 사실들이 참 많네요.

6. 영욱 씨와 같은 자원봉사자들도 나눔을 확산하는데 큰 힘이 되어 준다고 생각해요. 이제 곧 졸업을 하실텐데요. 영욱 씨의 꿈이 궁금해요.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해서 경제학을 더 공부하고 싶어요. 예전에는 장애어린이의 문제를 사회양극화 차원에서만 봤었어요. 이번 봉사를 통해 장애어린이의 사각지대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아요.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장애어린이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르지요. ‘후회없이 살자.’가 제 가치관이에요. 어떤 결정을 하든지 후회없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그 어떤 봉사든지 간에 후회하는 법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작년 12월에 영어공부를 할까 뭘 할까 고민하다가 봉사하기로 마음먹었던 것도 후회는 안 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7.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발렌타인데이네요. 이런 질문 드려도 될지 모르겠는데… 혹시 애인이 있으세요?

반 년 넘게 사귄 여자친구가 있어요. 캠퍼스 커플인데요 학회에서 세미나 하면서 알게 됐어요. 어떤 일을 하고 싶고 꿈은 무엇인지 등 생산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눠요. 단순히 뜬구름 잡는 대화가 아니라 관심사를 공유하니까 더 가까워진 것 같아요. 여자친구가 사회적기업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된 연합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행복한베이커리&카페가 사회적기업과 비슷한 영역이라는 생각에 여자친구한테 알려줬어요. 봉사 끝나기 전에 모금사업팀 직원 분들이 행복한베이커리&카페 빵을 사주셨는데 엄청 맛있게 먹었었거든요. 여자친구도 빵을 좋아해서 인터뷰 끝나고 빵을 사갖고 가기로 약속했어요(웃음).

8. 두 분이 함께 관심사를 나누는 소중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음에 여자친구랑 같이 꼭 한번 놀러오세요. 봉사활동을 마치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비영리재단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미약하게나마 알게 돼서 뿌듯합니다. 모금하고 처리해서 연말에 기부금영수증을 발송한다는 것. 기부금은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이나 푸르메재활센터 운영을 위해  쓰인다는 것. 홍보대사 김성주 아나운서나 여러 사람들이 함께해주는 모습도 봤죠. 활자로 백날 봐서는 잘 와 닿지 않았던 걸 체감할 수 있었어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푸르메나눔치과와 재활센터에서도 봉사활동을 해보고 싶어요. 재단 직원 분들이 잘 대해주셔서 편하게 봉사할 수 있었어요. 처음엔 어색했는데 먹을 것도 주시고 힘들지 않느냐고 한 번씩 물어봐주시고… 봉사하는데 이렇게 편해도 되나 생각될 정도로 잘 해주셨어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에게 푸르메재단은 야식같은 존재입니다.
아침, 점심, 저녁, 야식 중에서
가장 맛있는 건 야식이라고 생각해요.
한 달 간의 봉사활동이 야식을 먹는 것만큼 즐거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