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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재활센터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안-냥-하세요.”
오전 9시 30분, 재단 2층 재활센터에 다니는 지영이가 사무실에 올라와 씩씩한 목소리로 인사를 한다. 간사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 격려하듯 악수를 청하는 걸 보니 오늘은 컨디션이 최상인 모양이다. 그 모습이 어찌나 예쁜지 업무에 집중하던 간사들 모두 있는대로 목을 빼고 손을 흔들어 지영이를 반긴다. 지영이는 그 광경이 재미있는지 ‘허~허허허’ 자기만의 독특한 웃음소리를 사무실 한가득 채우고서는 다시 2층으로 뛰어 내려간다.

재단의 오전풍경은 늘 이렇게 밝고 희망차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부모님과 자원활동가들의 이야기 소리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매일 업무와의 호된 전쟁을 치르는 재단간사들에게 단비와 같다. 촉촉한 단비 같은 우리아이들의 일상은 매일매일이 코미디의 연속! 오늘은 또 2층 재활센터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문득 궁금해진다.

“위풍당당 안지영 : 이렇게 쓸래요”

조금 전에 내려간 지영이는 그새 머리에 침을 꽂고, 흰 칠판 앞에 서서 글씨 연습이 한창이다. 아무리해도 자음 o을 왼쪽으로 돌려쓰는 게 아홉 살 지영이에게 제일 어려운가 보다. 뭐 그렇다해도 지영이의 자신감은 세계 최고! 이래서 늘 위풍당당한 그녀가 좋다.

그때 자동문이 열리며 재활센터 막내 권이가 엄마 품에 안긴 채 들어왔다.

“천둥울음소리 이권 : 빠이빠이, 왼손도 힘차게
흔들어주렴”


권이를 보니 작년이 생각난다. 그 당시 권이는 청력이 약해 다른 사람들의 소리를 듣지 못했다.
치료를 시작한지 4개월이 되던 11월. 어머니가 떡을 한 아름 들고 재단에 오셨다. 드디어 권이가 들을 수 있게 되어 더 이상 보청기가 필요
없게 되었단다. 이날을 위해 권이 또한 얼마나 노력을 했을까? 재활센터 막둥이 권이가 오늘 왠지 더 대견하고 의젓해 보인다.
불편한 권이의 왼손도 곧 힘차게 흔들 수 있을 것만 같은 희망이 생긴다.

오전 10시가 조금 지나자 아이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머니들의 이야기는 더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장애가 있는 자녀를 먼저 키우고 있는 부모들의 솔직하고, 경험적 이야기들이 아직 어린 장애자녀를 키우는 부모님들에게 자연스레 힘이 되고 있었다.

“의젓한 맏형 미소왕자 심태정”

유모차를 탄 태정이가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들어온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와서 그런지 재활센터 큰형다운 포스가 물씬 풍긴다. 늘 웃는 얼굴의 태정이는 재활센터 동생들과 자원봉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인기인이다. 요즘에는 제법 혼자 앉아있는 시간도 길어지고, 의사표현도 확실해졌다.
조금 느리지만 매일 매일이 새로운 태정이에게 힘찬 응원의 박수를∼!!

“다부진 몸매 안호영 : 회장님 결재해주세요”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 다시 사무실로 올라왔다. 사무실에서는 어디선가 “파~워~레인저”를 외치는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가보니 이사님방이다. 이사님은 호영이에게 자리를 이미 빼앗겨 서 계시고, 그 자리에는 호영이가 앉아 업무를 보고 있었다. 하하하하. 역시 푸르메재단의 안회장님의 힘은 막강하다.

아래층에서 호영이를 애타게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호영이가 침을 맞을 차례인가보다. 호영이는 내려가기 싫은지 요리조리 피하다가 결국 내 손에 잡혀 함께 2층 재활센터로 내려갔다. 바지를 내려 침을 맞아야 하는 호영이는 이제 다 컸는지 엄마보고 진료실 밖으로 나가 있으라고 한다. 아이들의 이런 변화가 새롭기도 한편으로는 대견하기도 하다.

“백설공주 윤서가 다시 돌아왔어요”

그때, 누군가 뒤뚱뒤뚱 걸어오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윤서다. 10개월 동안 호되게 병치레를 하느라 센터에 오지 못했던 윤서가 이제
건강해져 다시 돌아왔단다. 윤서의 등장에 재활센터 언니들이 더 신나서 야단이다. 소정이는 팔을 양쪽으로 휘저으며 윤서를 열렬히 환호한다. 이렇게 사랑 많은 이 아이들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오전 12시가 되자 그렇게 시끌벅적했던 재활센터도 어느새 한적해졌다. 멀리 여주에서 이른 아침부터 달려온 주현이를 마지막으로 오늘 진료도 마무리 되었다.

울음소리와 웃음소리가 가득한 천방지축 꼬마들과 함께 한 센터의 하루!

장애가 있는 우리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많은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인건 분명하지만 사고치기 좋아하고, 장난치기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영락없는 어린아이다. 아이의 장애보다는 아이의 개성과 아이다움이 먼저 존중되고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이 아이들의 한 걸음 한 걸음에 희망이 꽃 필 수 있도록…

 * 글,사진 = 이명희 배분사업팀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