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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병원 함께 지어요] 꼬깃꼬깃 1만원 ‘소액’부터 봉사진료 ‘재능’까지…

[의료 사각지대에 방치된 장애어린이들]
꼬깃꼬깃 1만원 ‘소액’부터 봉사진료 ‘재능’까지…

6000명 기부천사들이 장애어린이의 재활 희망

2014-05-19

(4) 발 벗고 나선 기부천사들

건국대 4년 황승환 씨, 자전거 기부캠페인 기획

44일간 2287㎞ 달려 모은 424만원 병원건립에 기부

치과봉사 미소원정대, 1주일에 하루 휴진
병원운영 타격 무릅쓰고 장애아 찾아 무료 진료

황승환 씨(왼쪽)가 지난해 자전거 기부로 모은 424만원을 푸르메재단에 전달하고 있다.
오른쪽은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푸르메재단 제공

경기 안양에서 치과병원을 운영 중인 고범진 키즈웰치과 원장(30)은 2012년 8월부터 매주 수요일에 휴진을 한다. 서울 신교동에 있는 푸르메재활센터에서 장애 어린이들을 위한 치과 치료를 하기 위해서다. 고 원장의 부친은 신장 장애를 겪는 2급 장애인으로, 기초생활수급자였다. 고 원장은 어렸을 때 구청과 교육청에서 마련해 준 장학금으로 학교를 다녔고, 대학교에 입학한 뒤엔 지도교수 추천으로 장학금을 받아 간신히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는 “어렸을 때 사회로부터 받은 보살핌을 조금이나마 돌려주고 싶어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전공을 살려 봉사활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6000명의 기부 천사들

국내 최초·최대 규모로 지어지는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은 상암동 상암월드컵파크 10단지 인근 3215㎡(약 970평) 부지에 지상 7층, 지하 3층, 병상 100개 규모로 2015년 10월 완공된다.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 드는 총 사업비는 472억원. 이 중 273억원은 기업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기부로 마련된다. 지금까지 병원 건립을 위해 기부한 시민들은 6000여명이 넘는다. 매월 수만원 정도의 금액을 정기 기부하는 소액기부자들이 대부분이다.

고재춘 푸르메재단 기획실장은 “본인도 넉넉하지 않은 형편임에도 어린이병원 건립에 보태달라고 꼬깃꼬깃한 만원짜리 한 장을 들고 오시는 분들도 많다”며 “이런 소액기부자들이야말로 재단에 가장 힘이 되는 분들”이라고 밝혔다.

건국대 체육학과를 졸업한 황승환 씨(29)는 자전거 여행 기부를 통해 모은 424만원을 지난해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해 기부했다. 고교 시절 뛰어난 축구선수였던 황씨는 2003년 부상으로 축구를 그만두면서 방황했지만 2006년 장애인복지관에서 장애 어린이들을 위한 체육 봉사활동을 하게 되면서 달라졌다. 장애를 안고 있음에도 해맑은 어린이들을 위해 힘을 보태기로 한 것.

그는 2013년 초부터 ‘자전거 프로젝트 1%, 희망과 1% 나눔’이라는 프로그램을 홀로 기획했다. 같은 해 5월11일부터 6월23일까지 44일간 인천을 시작으로 부산, 거제, 대구를 거쳐 서울까지 2287㎞를 자전거로 달렸다. 처음에는 가족과 친구, 지인을 중심으로 15명의 후원자를 모집했다. 이후 여행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페이스북 홍보를 통해 알게 된 후원자들을 포함해 총 42명으로부터 424만원을 모을 수 있었다.

◆장애 어린이를 위한 재능기부

병원 건립을 위한 소액기부자뿐 아니라 자신의 전공을 살려 재능기부를 하는 기부자들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2010년 5월 출범한 나눔치과 프로그램인 ‘미소원정대’다. 재단이 운영하는 민간 최초의 장애인 전용 치과의원인 ‘푸르메 나눔치과’ 의료진과 자원봉사 치과의사들이 참여했다.

장애 어린이들은 일반 치과병원에서 치료를 받기가 쉽지 않다. 장애 어린이들의 경우 물리치료를 받는데도 비(非)장애인들에 비해 두 배의 시간이 걸리듯 치과치료에도 많은 시간이 걸리는 탓에 진료를 꺼리는 병원이 적지 않다. 미소원정대는 중증 장애인들이 생활하는 시설을 찾아 무료로 치과 진료를 하고 있다. 치아가 예뻐야 환한 웃음을 지을 수 있다는 뜻에서 미소원정대로 이름을 붙였다. 고 원장도 2011년 8월부터 미소원정대에 참여하고 있다.

기부자들은 “나중에 돈 많이 벌면 기부하자”는 생각이야말로 봉사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고 원장은 “개업하느라 빚을 많이 진 상황에서 1주일에 한 번 휴진하면 병원 운영에 일부 차질이 생긴다”면서도 “나중에 기부하겠다는 생각을 가지면 끝까지 봉사활동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경민/홍선표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