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병원 함께 지어요] 獨 "장애아도 사회생활 지장없게"...재활치료와 일상교육 병행

[의료 사각지대에 방치된 장애어린이들]
獨 "장애아도 사회생활 지장없게"...재활치료와 일상교육 병행

2014-04-15

(2) 장애 어린이들의 천국 독일을 가다

병원에 치료시설 뿐 아니라 학교·기숙사도 갖춰

과거엔 신체 치료만 초점…지금은 심리상태 등 성장여건 고려해 치료

선천성 뇌성마비로 인해 신체 장애를 앓고 있는 호세 카를로 실바 군이
지난달 27일 독일 아샤우재활병원에서 물리치료사로부터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독일 뮌헨에서 동쪽으로 120㎞ 떨어진 소도시 아샤우(Aschau)에 있는 아샤우어린이재활병원. 지난달 27일 이곳을 찾았을 때 병원 건너편엔 눈 덮인 알프스산맥이 한눈에 들어왔다. 독일어로 어린이병원을 뜻하는 ‘kinderklinik’이라는 표지판이 없었다면 휴양시설로 착각할 정도였다. 병원 로비로 들어서자마자 색다른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접수대와 대기의자들이 늘어선 국내 병원과 달리 이곳 로비엔 3층 건물 높이의 인공암벽 등반시설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한 장애어린이가 안전장비를 착용한 채 재활치료사들의 도움을 받아 20m 높이의 인공암벽을 오르고 있었다.

병원에 특수학교 시설 구비

아샤우병원의 가장 큰 특징은 병원에 치료시설뿐 아니라 학교 및 기숙사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120년 전 설립된 아샤우병원은 69개의 병상을 갖춘 병원동과 130명의 장애어린이가 교육받을 수 있는 학교동으로 구성돼 있다. 학교 재학연령인 6~14세의 장애어린이들이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내부는 병원이라는 기분이 들지 않을 정도로 화사하고 밝았다. 병원동 벽면은 곳곳에 장애어린이들이 손수 만든 형형색색의 그림액자와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병원의 재활치료 책임자인 귄터 마이어 씨는 “장애어린이들이 밝은 분위기 속에서 생활하면 치료효과가 크다”며 “병원 내부를 밝게 보이도록 내부 시설을 디자인했다”고 밝혔다.

병원동 건너편에 있는 학교동의 모습은 여느 초등학교 교실과 다르지 않았다. 병원학교는 장애 정도 및 연령에 따라 총 13개반으로 나눠진다. 130명의 학생 중 55명의 장애어린이를 대상으로 방과후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특수교육 자격증을 보유한 특수교사 1명이 보조교사 1명과 함께 2~3명의 장애어린이를 관리한다. 학습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중증 장애인들의 경우 인지력을 키워주기 위해 1 대 1 전담 교육이 이뤄진다. 재활치료와 학업을 병행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아샤우병원은 독일 남부에서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병원으로 손꼽힌다.

아샤우재활병원 로비에 있는 20m 높이의 인공암벽 등반시설.
한 장애어린이가 재활치료의 일환으로 암벽 등반을 준비하고 있다. 강경민 기자
사회 적응 위한 일상교육 병행돼야

장애어린이들은 오랫동안 병원에 있다 보면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 크레머 수시나 아샤우병원학교장은 “장애어린이들은 재활치료와 함께 일상교육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며 “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정상적인 사회활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아샤우병원에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개별 병동이 아닌 식당에서 식사를 해야 한다. 이날 병원 식당에선 휠체어를 탄 장애어린이들이 음식을 배식받기 위해 보호자의 도움을 받아 줄지어 기다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함께 식사하는 것도 사회 적응 훈련의 일환이라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아샤우병원의 또 다른 특징은 장애어린이들에 대한 치료와 교육을 통합 관리한다는 점이다. 마이어 씨는 “과거엔 신체 상태를 회복시키는 데만 초점을 맞췄다”며 “지금은 이들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심리 상태 등 전반적인 성장 여건을 고려해 재활치료의 방향을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아샤우병원에서 입원 수속을 밟기 전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의사, 재활치료사, 학교 교사가 학부모와 만나 효과적인 치료방법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다. 장애어린이들의 학업을 위해서라도 무리한 재활치료는 금기시돼있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아샤우=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