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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병원 함께 지어요] 장애아 절반 ‘의료 사각’ 방치…사회적 비용 4조 넘어

장애아 절반 ‘의료 사각’ 방치…사회적 비용 4조 넘어

2014-04-08

푸르메재단 “어린이병원 태부족”…재활치료 1년 이상 대기

열악한 병원 인프라…조기치료 못해

1인당 의료비 최대 1억 더 들어

김소정 양(10)은 뇌병변 1급 장애아다. 출산 과정에서 어머니의 뱃속에서 나오는 시간이 지체되면서 산소 부족으로 심각한 뇌 손상을 입었다. 후유증은 컸다. 소정이는 뇌 손상에 따른 신체장애로 두 발로 걷지 못해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다. 매주 정기적으로 재활치료를 받지 않으면 얼굴 근육과 전신이 딱딱하게 굳는 마비 증세까지 겪었다.

그럼에도 소정이는 제때 재활치료를 받기가 쉽지 않았다. 어린이병원에 수백명의 대기자가 몰린 탓에 1년 이상을 기다려야만 했다. 운 좋게 한 대학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받게 됐지만 2년 후엔 또다시 다른 병원을 찾아야 했다. 대기자가 워낙 많다 보니 2년 이상은 치료를 할 수 없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었다. 소정이 엄마 김미진 씨(43)는 “대기자는 많고 어린이병원 수는 적다 보니 장애 어린이들이 재활치료를 받으려면 최소 6개월에서 길게는 2년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10만명에 달하는 국내 장애 어린이들 절반이 열악한 의료 환경 속에서 방치되고 있다. 선천적 장애뿐 아니라 후천적 질환 및 사고로 장애를 겪는 어린이가 늘고 있지만 이들을 치료할 어린이재활병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장애 어린이들은 조기 치료를 받으면 장애를 최소화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조기 치료가 그만큼 절실함에도 현실은 참담하다. 장애인 재활을 지원하는 비영리 공익재단인 푸르메재단과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조기 치료를 받지 못한 장애 어린이들이 장애아의 절반에 가까운 47.3%에 달했다. 2011년 기준으로 9만4329명의 국내 장애 어린이 중 4만4000여명이 열악한 병원 인프라 및 경제적 부담 등으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조사 결과 장애 어린이들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쳤을때 추가 소요되는 의료비는 성인이 될 때까지 1인당 최대 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기준대로라면 조기 치료에 실패해 추가로 소요되는 의료비는 4조4000억여원에 달한다. 이는 순수 치료비에 국한했을 뿐 장애 어린이가 향후 성인이 됐을 때 정상적인 경제활동에 참가하지 못하는 비용까지 합치면 추가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보건복지부는 2011년 기준으로 국내 장애 어린이를 10만명가량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이는 정식 등록 장애인으로 실제는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장애 여부 자체를 모르거나 알더라도 남들에게 자녀가 장애인임을 알리는 것을 기피해 장애인 등록을 미루는 부모가 상당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장애 어린이를 제때 치료하지 못할 경우 해당 어린이뿐 아니라 한 가정의 파탄으로 이어지는 비극적인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광주에선 30대 부부가 다섯 살 발달장애 아들과 함께 목숨을 끊었다. 이들이 남긴 유서에 따르면 아빠, 엄마도 알아보지 못하는 아들이 발달장애 판정을 받고 가족으로서 평생 짊어져야 할 부담과 고통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난달 2일엔 경기 동두천에서 네 살 된 아들의 지체 성장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던 30대 주부가 아들과 함께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지난해 11월엔 한 40대 가장이 ‘이 땅에서 발달장애인을 둔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건 너무나 힘들다’는 유서를 남긴 채 17살 발달장애 아들과 함께 생을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장애 어린이에 대한 치료와 관리를 더 이상 해당 가정에만 맡기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는 “장애 어린이들을 조기 치료하면 우리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훨씬 줄일 수 있다”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 장애 어린이의 조기 치료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민/홍선표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