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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부탁해] “장애아와 병원순례 설움 푸르메병원서 달래주길…”

 

[기적을 부탁해]“장애아와 병원순례 설움 푸르메병원서 달래주길…”

“우리가 아니면 누가 장애아 부모의 애타는 마음을 알까요.”

지난달 18일 민준이(12) 엄마 정희경 씨가 서울 종로구 신교동 푸르메재단을 찾아왔다. 정 씨는 가방에서 매달 1만 원씩 정기 기부를 약속하는 신청서 11장을 꺼냈다.

서울 마포구 장애인 부모회 소속 회원들이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 힘을 보태기로 한 것. 민준이 역시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다. 본보의 ‘기적을 부탁해’ 시리즈에서 소개된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민찬이나 로봇다리 수영선수 세진이 사연에 가슴이 미어졌다고 한다.

28일 서울 종로구 신교동 푸르메재단에 정기 기부를 약속한 마포구 장애인 부모회 소속 회원과 아이들이 모였다. 앞줄 왼쪽부터 천민준 민혁, 이진규 군, 이종민 군과 엄마 장현아 씨. 뒷줄 왼쪽부터 정희경, 권진영 씨, 김혜숙 씨와 아들 김봉준 씨.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기부자 가운데 4명의 엄마를 28일 푸르메재단에서 만났다. 모두 “가까운 동네에 병원이 생긴다는 소식이 정말 꿈만 같았다”고 입을 모았다. 치료받을 병원을 찾아 떠돌거나 오랫동안 대기한 경험이 모두 있었기 때문.

이번 기부를 처음 제안한 정 씨는 “아이가 이상이 있을 때마다 내과, 흉부외과, 재활의학과, 정형외과를 각각 다른 병원에서 다녔다”며 “푸르메 어린이재활병원은 통합치료를 한다고 해서 ‘바로 이거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5번 염색체 이상 때문에 배부름을 느끼지 못해 비만으로 이어지는 희귀병 ‘프래더윌리 증후군’을 앓고 있는 종민이(10)는 태어나고 2년이 지나서야 진단을 받았다. 엄마 장현아 씨 역시 아이를 데리고 매일 왕복 두 시간 거리를 오가며 병원을 다녔다.

“장애아는 비장애아보다 이동시간이 훨씬 더 걸릴 수밖에 없죠.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까요. 가까운 곳에 병원이 있어야 합니다.”

자폐 청년 봉준 씨(23) 엄마 김혜숙 씨도 장애인이 동네에서 치료받고 이웃과 어울려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낯선 곳에 가면 집 찾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요. 아이를 잃어버려도 동네 사람들이 알아보고 연락해 주고, 이상한 아이라고 놀리지 않는 곳에서 살아야 해요.”

3년 전 봉준 씨는 사춘기를 겪으며 하루 종일 소리를 질러댔다. 엄마까지 거부했다. 한 주민이 봉준 씨를 고소해 감옥에 집어넣겠다고 할 정도였다. 김 씨는 “그래도 이웃들이 아들 상태를 알고 참아주고, 다독여줘서 그 시기가 지나갔다”고 말했다.

진규(13)는 뇌성마비 장애아다. 11개월 무렵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저산소증으로 뇌에 이상이 왔다. 근육이 경직돼 카시트에 앉힐 수 없는 아이를 엄마 권진영 씨가 매일 안고, 업고 병원에 다녔다. 병원은 뇌성마비라는 진단을 내렸을 뿐 어떤 치료를 받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모두 엄마 몫이었다. 권 씨는 “푸르메 어린이재활병원이 장애아 부모들에게 나침반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하루빨리 푸르메 어린이재활병원이 세워져야 할 이유였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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