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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부탁해] 사회적 기업 ‘이지무브’ 신지섭 군에 맞춤 휠체어 기부

 

[기적을 부탁해]사회적 기업 ‘이지무브’ 신지섭 군에 맞춤 휠체어 기부

몸에 꼭 맞는 휠체어에 ‘방글이’ 미소를 찾다

“아, 아, 아.”

신지섭 군(9·경기 수원시)이 아프다는 듯 얼굴을 찡그렸다. ‘이지무브’의 보조공학사 전수환 씨가 지섭 군을 앉혀놓고 엉덩이에서 무릎까지의 길이를 재고 있었다. 두 다리를 바짝 모으자 지섭 군의 신음소리가 커졌다.

전 씨는 “근육을 잘 움직이지 않고, 몸에 안 맞는 의자나 휠체어를 오래 쓰다 보니 골반 쪽 뼈가 뒤로 밀린 것 같다”고 말했다. 가까스로 작업을 끝냈다. 지섭 군의 오른쪽 무릎뼈가 왼쪽보다 1.5cm 정도 높았다.

아이를 아프게 하면서까지 다리의 길이와 높낮이를 꼼꼼하게 잰 데는 까닭이 있다. 지섭 군에게 맞춤형 휠체어와 이너시트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4년째 쓰는 기성 휠체어는 지섭 군의 성장속도와 맞지 않았다. 이지무브가 새 휠체어 기증을 약속했다. 지섭 군의 엄마 주혜숙 씨는 “아이가 기분이 좋을 때 팔다리를 힘껏 흔들어서 멍이 잘 생긴다. 다리를 고정할 수 있는 장치도 달아 달라”고 부탁했다.

샘플용 휠체어를 탄 지섭 군은 새 보조기기가 맘에 드는지 연신 웃었다. 바나나와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나온다는 ‘특급 미소’가 나왔다. 두 번 정도 중간 조율과정을 거치고 3주 후면 지섭 군만의 휠체어가 완성된다.

 

15일 발달장애를 겪고 있는 신지섭 군(가운데)이 사회적 기업인 ‘이지무브’가 기부한 맞춤형 휠체어 시제품을 타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날 이지무브의 전수환 보조공학사(왼쪽)와 오영두 기획조정실장이 신 군의 신체치수를 정확히 재기 위해 신 군의 집을 방문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지섭 군은 선천적인 장애인은 아니다. 낯도 안 가리고 사람들만 보면 잘 웃어서 별명이 ‘방글이’였다. 두 돌을 얼마 남기지 않은 2005년 10월, 엄마와 식당에 갔다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에스컬레이터와 벽 사이에 나 있는 30cm 정도의 틈새 부분으로 추락한 것.

“아이가 뇌를 다쳤다는데 어떻게 수술을 받아야 할지, 수술 뒤에는 어떻게 아이를 치료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병원 대기실에서 만나는 엄마들의 위로와 정보가 그나마 힘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아이가 기특했다. 한 달 반 동안 10번이 넘는 뇌수술을 조그만 몸뚱어리로 견뎌낸 것. 막냇동생이 태어나고 나서 엄마를 뺏겼다고 투덜대던 첫째아들(당시 초등 2학년)과 둘째아들(초등 1학년)도 훌쩍 커버렸다. 동생이 아프다는 사실을 알았던 걸까. 병원에 쫓아다니느라 정신없는 엄마에게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밥도 스스로 차려먹는 일이 많았다.

지섭 군의 인지능력은 생후 8개월 정도. 정부 바우처를 통해 언어교육을 꾸준히 받고 있지만 아이는 아직 입을 떼지 못했다. 웃기만 할 뿐이다. 그러나 엄마의 믿음은 변함없다. “‘엄마’라는 말을 꼭 할 것만 같아서, 숫자를 1000번 세면서 제가 입모양을 가르친 적도 있습니다. 입모양, 지금도 보세요. 꼭 ‘엄마’ 소리 낼 거라고 전 믿고 있어요.”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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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도 더 편히 움직여야죠”

현대車그룹 출자 사회적기업 ‘이지무브’ 오도영 대표이사

“장애인이 어디든 갈 수 있도록 좀 더 쉽게 세상과 연결되도록 할 겁니다.”

오도영 ‘이지무브’ 대표이사(사진)는 “영어로 ‘쉽게 움직인다’는 뜻인 이지무브(Easy Move)가 사명이 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교통약자인 장애인을 위해 지난해 6월 설립한 사회적 기업이 바로 이지무브다.

현대자동차그룹이 100% 출자했지만, 주식의 70% 이상을 10개 사회공익재단에 무상으로 나눠줬다. 사실상 회사를 사회에 환원한 것. 그동안 대기업이 사회적 기업을 만든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세우자마자 사회에 환원한 경우는 이지무브가 처음이다.

오 대표는 재활공학 전문가다. 2005년부터 경기 재활공학센터의 책임자로 일하다 지난해 이지무브가 만들어지면서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오 대표는 “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회사라는 생각에 대표이사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은 수익성이 없어 회사들이 생산하기 꺼리지만 꼭 필요한 물품을 만드는 회사다. 이를테면 이지무브가 출시한 국산 첫 장애아동 유모차나 피난대피용 보조기기가 그런 품목이다.

특히 그동안 장애아동 유모차는 90% 이상을 수입했다. 맞춤형도 아니고 반 기성품에 옵션만 몇 가지 택할 수 있는데도 가격은 개당 600만 원에 이를 정도로 비쌌다. 사후품질유지(AS)도 거의 안 됐다. 그러나 이지무브가 좋은 품질의 국산 유모차를 내놓으면서 가격을 3분의 1 수준으로 내려 놓았다.

이지무브는 생산단계부터 장애인을 참여시킨다. 직원 30명 중에서 30%인 9명을 취약계층 근로자로 뽑는데 이 중 4명이 장애인이다.

사회적 기업이 좋은 일은 하지만 시장경제에서 자립하기란 어렵지 않을까. 오 대표는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이지무브는 내년 하반기에 장애인이 쉽게 운전하도록 돕는 보조기기를 출시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출할 계획입니다. 사회적 기업이 얼마나 잘될 수 있는지 꼭 지켜봐주십시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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