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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의 희망을 나눠요] 월급 떼어주고 마음 보태고

월급 떼어주고 마음 보태고…

[재활의 희망을 나눠요] 재활병원 건립 기부행렬

» 지난 4월20일 장애인의 날에 ‘올해의 장애극복상’을 받은 강지훈(왼쪽)씨가 민간재활전문병원 건립비로 써달라며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 푸르메재단 사무실에서 강지원 공동대표에게 상금 1천만원을 기탁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우주공학과 박사과정 학생이던 강씨는 2003년 연구실에서 실험 중 일어난 가스폭발로 두 다리를 잃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카이스트 실험실 폭발로 두 다리 잃은 강지훈씨 “병상 하나라도 더…” 장애극복 상금 전액 내놔

“새로 지어질 재활병원에 병상 수를 몇 개라도 더 보태고 싶었습니다.”

6일 푸르메재단에 1천만원을 기부한 강지훈(30)씨의 바람은 소박했다. 지난 4월 올해의 장애극복상 수상자로 선정돼 받은 상금 전액을 재단에 건네면서 강씨는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으니 남의 일이라 생각지 말고 재활병원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씨는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2003년 5월, 실험실 가스폭발 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다. 그 뒤 1년을 병원에서 보내면서 겪은 국내 재활병원의 문제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부족한 병상과 재활치료 전문인력, ‘도떼기 시장’ 같은 병원 환경에서 치료는 더디게 진행됐다. 강씨는 “국가에서 할 수 없다면 민간 재활병원을 세워서라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씨는 사고의 책임을 지지 않고 있는 학교를 상대로 지난해 2월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제기했다. 소송을 통해 “연구 중 일어난 사고에 대해 학교가 책임져야 한다는 분명한 선례를 남기고 싶어서다.”

강씨가 일하고 있는 딜로이트 컨설팅 코리아에서도 강씨의 뜻에 공감해 1천만원을 함께 기부하기로 했다. 푸르메재단은
‘강지훈 기금’을 만들어 민간 재활 전문병원 건립비로 사용할 계획이다.

» 푸르메마을의 재단 후원모임 열성 회원들. 왼쪽부터 양석태(개인사업),
정진우(요넥스코리아 사장), 임활규(인천공항세관 계장), 김원식(대한항공 기장)씨

푸르메재단의 재활병원
건립에 힘을 보태온 사람들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강동구청 직원 103명은 지난 3월부터 한 사람당 다달이 천원에서 만원씩 재단을 후원하고 있다. 지난 2월 구청에 배달된 재단의 홍보책자를 보고 총무과 신종환(40)씨가 나서서 후원할 사람들을 모았다. 신씨는 “평소 장애가 있는 동료들과 함께 일하며 재활치료가 중요하단 얘기를 자주 들어 함께 후원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같은 과에서 일하는 유제승(45·장애2급)씨는 “팔이 불편한데 동료들이 알게 모르게 항상 도와줘 고맙다”며 “우리의 후원이 재활병원 건립에 보탬이 돼 많은 사람들이 재활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씨와 직원들은 자원봉사팀을 만들어 장애어린이 보육시설 등을 다니며 봉사활동도 꾸준히 해왔다.

이웃사촌이 된 인연으로 재활병원 건립을 돕고 있는 이들도 있다. 백경학(43) 푸르메재단 상임이사가 경기도 고양시 푸르메마을에 살 때 만났던 이웃들은 행사 때마다 팔을 걷어붙이고 찾아온다. 푸르메마을 32가구 가운데 12가구가 마을 이름과 같은 이름의 재단을 후원하고 있다. 총무를 맡고 있는 임활규(43) 인천공항세관 조사총괄과 계장을 비롯해 대한항공 기장인 황철호(44)·김원식(45)씨, 개인사업 하는 양석표(47)씨, 정진우(57) 요넥스코리아 사장 등이 단골 멤버다. 이들은 지난 5월 열린 기금마련 바자회에서 샌드위치를 만들고 소시지를 구워 기금에 보탰다.

백선영(22·삼성투신운용)씨는 “무엇보다 재미가 있어” 후원활동에 참여한다. 백씨는 “회사 생활만 해서는 느끼지 못하는 보람과 활력을 느낄 수 있어 계속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백씨는 다달이 1만원씩을 재단에 후원하고 행사 때마다 일을 거든다.

소은영(15·북인천여중 3)양은 지난해부터 폐암을 앓아온 할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한 것을 계기로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를 앓는 환자들이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소양은 지난해 5월부터 용돈을 아껴 매달 5천원씩을 재단에 후원하고 있다.

강지원 푸르메재단 대표는 “후원해주신 분들의 소중한 뜻을 모아 여러 장애 환자들을 위해 사용하겠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후원문의 www.purme.org (02)720-7002. 〈끝〉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