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의 희망을 나눠요] 자폐아에 '마음의 문' 열다

자폐아에 ‘마음의 문’ 열다

[재활의 희망을 나눠요] 고양 성석동 지역아동센터

» 29일 경기도 고양시 성석동 지역아동센터에서 열린 통합교실에서 아이들이 핸드벨로 ‘에델바이스’를 연주하는 수업을 받고 있다. 김지우(12·뒷줄 맨오른쪽)군이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핸드벨을 다루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성석동의 지역아동센터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특별한 방과후 교실이 열린다. 초등학생 발달장애 아이들과 비장애 아이들이 함께 모여 수업을 받는 시간이다.

 

29일 열린 통합수업에서 아이들은 ‘에델바이스’를 핸드벨로 연주하는 법을 배웠다. 각자 색깔이 다른 핸드벨을 쥐고 있다가 자기 핸드벨 색깔이 칠해진 음표 차례가 돌아오면 흔들어 소리를 내야 한다. 때때로 주인을 잃은 음표들이 박자보다 길게 늘어져, 26개 음표의 연주를 끝내는 데 15분이 넘게 걸렸다. 하지만 아이들은 서로 핸드벨 흔드는 법을 가르쳐주고 차례를 놓친 친구들을 기다리면서 조급해하지 않았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이웃 아이들에게 공부방을 만들어주려 했는데도 장애인이 들어온다는 이유로 반대가 심했어요. 지금은 동네가 예뻐지고 이웃 아이들도 놀다가는 곳이 돼 주민들도 좋아하죠.”

8년전 문 열땐 주민들 반대
방과후 학교 등 꾸준한 노력
어느덧 장애·비장애 한데 수업

김미경(46) 기쁨터 회장은 섭섭했던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기쁨터에서 지난해 초 지역아동센터를 세울 터를 살 때 지역 주민들은 반대했다. 이미 장애인 공동생활가정과 노인치매요양원이 들어서 있던 터라 주민들의 반대는 더욱 심했다. 어렵게 들어선 센터 주변의 땅에 꽃을 심어 가꾸고 딸려 있는 도자기 공방은 이웃 아이들에게도 열어두었다. 자연스레 발달장애 아이들과 이웃 아이들의 교류가 늘자 지난 5월부터는 통합교실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발달장애아 부모들의 모임으로 1998년 시작한 기쁨터는 해를 거듭하며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장애인 시설에서도 자폐아는 받아주지 않아요. 아이들이 커서도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아이들과 사회 모두를 위한 ‘완충지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부모들은 사재를 털어 발달장애 아이들의 방과후 교실부터 시작했고 지역 아이들을 위한 방과후 교실로 발을 넓혔다. 지난해 겨울에는 경기도 일산에 ‘아트센터조이’라는 갤러리 카페를 열었다. 지역사회 한가운데에 자리잡은 이곳에는 발달장애 아이들이 그린 그림과 도자기 공예품들이 전시돼 있다. 아이들이 작품을 통해 자신들을 알리고 지역사회 구성원들과 소통하는 공간이다.

통합수업에 참석한 열두 살 (김)지우네 가족은 한 달 전 이 동네로 이사왔다. 발달장애를 지닌 지우를 일반학교에서 특수학교에 전학시키기 위해서였다.

“학년이 높아지면서 초등학생들도 입시에 돌입하더군요. 사춘기까지 겹치면서 아이들이 서로를 돌볼 여유를 잃어 전학을 결심했어요.”

지우의 어머니 이은순(42)씨는 기쁨터의 통합교실에서 지우가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기를 희망한다.

“발달장애인들도 사회에서 자기몫을 하며 즐겁게 살 수 있도록 사회가 마음을 열고 남을 이해하는 여유를 지녔으면 합니다.”

고양/글·사진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