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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의 희망을 나눠요]‘휠체어 펜싱’ 인생 2막 절망에 칼끝을 겨눠라

장애인펜싱협회 선수들

» 23일 경기도 동두천시 상패동의 체육관에서 이유미(26·왼쪽)씨와 배혜심(37)씨가 펜싱 종목의 하나인 에페 연습을 하고 있다.

 

“휘익~휙. 챙챙.”

23일 경기도 동두천시 상패동의 한 체육관. 펜싱검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힘이 잔뜩 들어간 기합 소리가 일곱평 남짓한 체육관을 가득 채웠다. 고정된 휠체어에 앉아 있지만 상대를 겨누는 검끝만은 훨훨 날고 있다. 오는 9월에 있을 전국장애인체육대회(전국대회)를 위해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대한장애인펜싱협회 소속 선수들이다.

“어딜 가나 보호받는 처지였는데 여기서 의족을 하고 걸을 수 있는 사람은 저를 포함해 둘 뿐이에요. 펜싱 기구 나르기 등 힘쓰는 일은 제몫이죠.”

배혜심(37) 대한장애인펜싱협회 사무국장은 2004년 봄부터 휠체어 펜싱과 인연을 맺었다. 그때까지 배씨는 다른 장애인과 교유도 없었고 장애인도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휠체어 위에서 잘 움직이지 않는 손에 검을 묶어가며 펜싱을 하는 동료들이 배씨의 마음을 움직였다. 배씨는 그해 전국대회에서 플뢰러 개인 부문 은메달을 땄다.

1996년 펜싱 동호회로 시작한 협회는 아직 회원 53명의 작은 규모지만 회원이 꾸준히 늘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올해 문화관광부 산하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 협회 승인을 받았다.

배씨를 비롯한 소속 선수들은 전국·국제대회에서 금, 은을 다투는 실력자들이다. 장동신(31) 회원은 2002년 제8회 부산아시아·태평양 장애인 경기대회에서 사브르 개인 부문 은메달을 땄다. 동두천시는 장씨에게 상패동 복지회관 옆의 작은 창고를 개조해 체육관을 마련해줬다. 이곳에서 7명 남짓한 회원들이 연습한다.

회원들은 사고로 다리를 잃거나 허리를 다쳐 거동이 자유롭지 못하다. 배씨는 네살 때 교통사고를 당해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회원 이유미(26)씨는 열살 때 역시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휠체어 농구를 시작하며 운동을 접한 이씨는 “운동 뒤 흘리는 땀도 소중했지만 ‘나도 사회생활을 할 수 있구나’하는 생각에 더 신이 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04년과 2005년 전국대회에서 금메달 세개와 은메달을 딴 이씨는 이제 “펜싱의 스피트와 여러가지 기술들을 사랑한다”고 당당히 말한다. 이씨는 2002년부터 함께 선수생활을 해온 김기홍(35) 회원과 2005년 겨울 결혼해 펜싱을 징검다리로 백년가약도 맺었다.

이들의 넘치는 ‘펜싱 사랑’에 비해 장애인 체육 환경은 아직 열악하기만 하다. 배씨는 “꾸준히 가르쳐줄 수 있는 코치와 제대로 된 체육관을 희망하는 건 너무 큰 욕심일까요?”라며 아쉬워했다.

한민규 한국체육대학교 교수(특수체육교육과)는 “장애인 체육 재원 확보를 위해 국민체육진흥기금의 장애인 체육 예산을 늘리고 지자체 지원도 확보해야 한다”며 “기업 후원을 받아 실업팀을 창단하고 장애인 생활체육을 보강해 선수층을 늘리는 것도 당면 과제”라고 지적했다.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2006.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