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동 통합교육 일반 유치원 [독일재활시설연수-제8편]

3 Nov. 2005

자연스러운 통합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일반 유치원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 어울려 공부하는 교육현장을 방문하기로 한 날입니다. 동네에 있는 작은 규모의 유치원(우리나라로 치면 어린이집에 해당하는 규모)을 방문하기로 약속이 되었습니다.


독일의 유치원은 거의 대부분 교회단체나 정부(시)에서 운영한다고 합니다. 이 유치원처럼 조합원 형태로 운영되는 공동육아 유치원은 독일에서도 아주 소수를 차지한다고 해요. 다른 유치원에 비해서 학부모의 영향력이나 참여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완전히 학부모들에게만 맡겨진 것은 아니고 정부 당국의 관리감독과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공동육아 형식으로 운영되는 어린이집이나 방과후교실이 있지요.)



이렇게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하고 있는 아주 작은 유치원이었습니다.



그냥 일반 주택을 개조해서 유치원으로 쓰고 있다고 해요. 1층에서 2층 베란다까지 연결되는 저 놀이용 구조물은 이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의 아빠들이 힘을 모아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저것뿐만이 아니고 유치원 마당에 해적선 겸 미끄럼틀 같은 놀이기구도 합판과 각목을 재료로 해서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뚝딱거려 만든 것들이라고 해요. 다 만들고 나서 전문가로부터 안전점검을 받고 사용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 유치원에는 약 30명 가량의 어린이들이 있고, 15명씩 2개 반으로 나뉘어져 있다고 해요. 각 반에 4명, 5명의 장애아동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전체 원아 중 3분의 1이 장애 아동이라는 얘기죠.


처음엔 의아했어요. 독일에는 특별히 장애 아동이 많은가? 하고 생각했지요. 그냥 이렇게 동네에 있는 평범한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의 3분의 1이 장애 아동이라니… 하고 말이죠.그런데 어디까지를 장애로 규정하느냐 하는 기준의 차이인 거예요. 사회적 차원의 관심과 배려를 기울여야 할 범위를 어디까지로 잡느냐 하는 거죠.


어느 만큼 불편하면 장애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느냐 하는 기준은 사회마다 다르겠지요. 그래서 ‘장애인 비율이 높을수록 복지선진국’이라는 말은 맞는 말이지요.


여기서 장애 아동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의 기준과 좀 다르다는 것을 아이들을 실제로 보고서야 알 수 있었어요. 이 사람들 표현대로 하면 ‘촉진을 필요로 하는 아동’, ‘일반적인 경우보다 훨씬 더 예민한 아동’까지도 장애 아동으로 쳐서 3분의 1이 된 거죠.


우리가 볼 때는 아무리 봐도 장애 아동이라곤 없는 것 같아서 여기 있는 어린이들의 장애 종류를 자세히 소개해 달라고 했어요.


정신지체 1명

발달장애 2명

신체장애 (시력이 몹시 나쁘다고 해요.) 1명

자폐 1명

백혈병, 뇌종양 병력이 있어서 주의깊게 보살펴야 하는 아동 2명

환경적응 장애 (환경 변화에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고 하네요.) 2명

그러니까 우리 식으로 하자면 이 중에서 2명 정도를 제외하고는 장애 아동으로 인정 자체가 안될 거 같아요.


이렇게 일반 유치원에서 통합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장애의 정도가 어느만큼까지 물어봤더니 그런 것에 대한 기준이 따로 있지는 않다고 합니다.

다만 모든 장애 아동은 자기가 원하는 유치원이나 학교에 갈 수 있는 권리가 법으로 보장되어 있다고 합니다.(2005년 8월부터 이 법이 시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장애가 어느 정도인가에 관계없이 장애 아동의 부모가 어떤 유치원을 선택해서 그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고 싶다고 하면 유치원은 그 아이를 받아서 교육해야 한다는 거죠.


유치원이 그 장애 아동의 장애종류나 정도를 보고 그 아이를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하면, 유치원은 그에 합당한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사유를 제출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어떤 사유로 인해서 그 아이를 위한 특수시설이나 특수교사를 구비할 수 없다고 하는 정당한 사유를 인정받아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장애 아동을 받음으로써 새롭게 필요하게 될 특수교사라든가 특수시설에 대한 비용은 주 정부 산하 복지기관에서 추가로 지급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사실상 장애 아동을 받지 못할 특별한 사유라는 게 있기가 어렵죠.


장애 아동이 없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한 학급 당 3명씩의 교사에 대한 임금은 모두 시에서 지급된다고 합니다. 이 유치원의 경우에는 학급당 3명인데 다른 유치원의 경우는 학급당 5명까지의 교사 임금을 지급받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교사들의 임금이 전부 시에서 나온다면 원아들은 무상교육을 받는다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완전 무상교육은 아니라고 하네요. 한 달에 50유로(약 6만5천원 정도)의 교육비를 학부모로부터 받는다고 합니다. 이 돈은 주로 아이들이 사용하는 소모품 비용으로 쓰인다고 합니다.

유치원을 잠깐 둘러보겠습니다.



이분이 원장선생님입니다. 참 인상이 좋으시죠? 지금 이곳은 화장실입니다.

화장실 안에 저런 큰 테이블과 그 위에 매트리스가 있는 점이 좀 이상하죠?

3,4세 어린 아기들을 씻기고 바지를 갈아 입힐 때 필요하다고 하는군요.




아이들이 만들기 놀이를 하는 작업실입니다. 마음껏 자르고 붙이고, 책상에 구멍을 뚫어도 된다고 하네요.



미술 수업중입니다. 정해진 수업시간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은 항상 계시고, 아이들은 아무 때나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겠다고 하면 그때 선생님이 도와준다고 합니다. 뭘 그릴까, 뭘 만들까 선생님이 제안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제안하기도 하고, 그렇게 그때그때 하고 싶은 걸 한대요. 사진에 보이는 미술선생님은 남자분이신데 미술대학에서 강의 하시던 교수님인데 아이들을 좋아해서 지금은 유치원에서 일하고 계시는 거래요.



이 많은 공구들이 보이시나요… 유치원에 저런 공구들이 있는 건 처음 봤어요. 아이들은 아무 때나 원하는 공구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하네요. 이것도 문화의 차이인가봐요. 우리나라 같으면 아이들이 함부로 만질 수 있는 곳에 저런 공구들이 있으면 우선 엄마들이 기겁을 하잖아요. 다칠까봐… 독일에선 5살짜리 아이에게도 요리놀이를 할 때 진짜 칼을 주고 썰기를 가르친다고 해요.



사진이 좀 흔들리긴 했지만 드럼 세트가 보이시죠? 기타도 있고 키보드도 있고… 밴드가 갖춰져 있네요. 아이들이 직접 연주한대요. 얼마나 즐겁겠어요, 장난감 드럼이 아니라 진짜 드럼을 치다니…


밖에서 보기에는 조그마한 집이었는데 막상 들어가서 1층, 2층, 지하층까지 다 둘러보니 어쩜 그렇게 아기자기하게 작은 공간들이 많은지, 30명의 아이들이 한 공간에서 지낸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고 한 공간에 기껏 많아봤자 대여섯 명씩밖에는 안되더라고요. 한 학급당 최소한 선생님 세 명씩이 필요한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게다가 날씨가 춥지 않은 봄부터 가을까지는 밖에 나가서 활동하는 시간이 더 많다고 하니, 아이들이 획일적이고 틀에 박힌 생각을 할래야 할 틈도 없겠구나 싶어요.도대체 어디를 가나 부럽지 않은 것이 없군요, 이 독일이란 나라의 사회복지는…오후에 잡혀 있는 다음 일정은 굉장히 멀리 떨어진 곳, 프랑스 국경 부근의 대규모 재활병원 메디안 클리닉 방문입니다.

(다음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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