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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울린 한 장의 사진

푸르메재단 공동대표/변호사

얼마 전 사진 한 장을 보다가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이순(耳順)이 가까운 나이에 ‘주책없이 웬 눈물이야’ 하면서도 눈물이 자꾸만 솟아났다.

들것에 누운 채 계곡에 놓여진 한 청년의 사진이었다. 청년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근육이 점차 굳어가는 근(筋)디스트로피라는 희귀병에 걸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12년간을 줄곧 방안에만 누워 지냈던 이 청년. 그의 소원은 계곡 물소리를 듣는 것이었다고 한다.

소식을 접한 주위사람들이 그를 물가로 데려갔다. 근육이 더욱 굳어지고 말하기조차 힘들어진 김민식 씨는 손가락 두 개를 간신히 움직여 기쁨과 고마움을 표시했다. 눈에는 감격의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얼굴은 천사의 얼굴처럼 맑고 한없이 평화롭다.

이 얼굴을 보고 왜 눈물이 났을까. 그가 그동안 겪어 왔을 어둡고 긴 시간이 오버랩되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사진 한 장. 앞 못 보는 시각장애인 어린이들이 수업시간 지구본을 더듬어 우리나라의 위치를 확인하는 장면이었다. 어린이들의 표정에 담긴 삶에 대한 뜨거운 열망과 진지함이 내 가슴을 때렸다. 이들은 철이 들기 전에 작은 소리 하나, 손끝으로 느껴지는 촉감 하나가 삶을 지탱하는 소중한 의미라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 있으면서도 어쩌면 이렇게 작은 것에 기뻐하고 감사히 여길 수 있을까.

푸르메재단이 5일부터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여는 ‘장애인 사진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만나게 된 사진 한장 한장, 그 주인공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연을 접할 때마다 매번 가슴이 저려 왔다. 뜻하지 않게 닥쳐온 운명 앞에 과연 그분들은 자기 힘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이분들이 이렇게 밝게 웃을 수 있게 되기까지 그동안 지나왔을 오랜 고통과 절망의 시간들을 생각하니 다시 한번 장애인들에게 미안해질 수밖에 없었다. 적지 않은 삶을 살아오면서 내가 하찮게 여기고 소홀히 해 온 일상이 어느 누군가에게는 이루고 싶은 간곡한 소원일 수 있다는 생각이 가슴을 찌르고 들어온다.

장애인들은 작은 일상의 행동 하나하나를 목표로 저렇게 진지하게, 저렇게 열심히 노력하는데, 그동안 무심히 모르고 지나치며 살아왔다는 사실이 문득 미안해졌다. ‘무심도 죄’라는 생각에 고개가 숙여졌다.

장애는 개인과 가족만 짊어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의 일이다. 지금 우리가 서둘러 희망의 나무 한 그루, 나눔의 풀 한 포기를 심고 가꾸지 않으면 그 무관심과 외면이 우리 사회를 황폐한 사막으로 만들 것이고, 그 모래바람이 언젠가 우리 모두를 덮치게 될 것이다.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우리가 안 보고 안 듣는다고 문제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많이 보고, 눈에 안 보이면 찾아 다녀서라도 봐야 한다. 그렇게 해서 장애인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들의 짐을 나눠질 방법을 궁리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길이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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