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다운 재활병원 ‘푸르메 재단’ [한겨레] 2004-08-18

‘인간적인 재활병원’ 건립을 목표로 한 ‘푸르메 재단(가칭)’( www.purme.org )이 지난 17일 창립 발기인대회를 열었다. ‘푸른산’을 의미하는 ‘푸르메’는 ‘인간과 환경 중심의 병원’을 만들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김성수 성공회대 총장은 “불러도 대답없는 병원이 아니라 환자가 의료진을 가족처럼 신뢰할 수 있는 병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재단에는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이정식 기독교방송 사장, 조인숙 다리건축 대표 등이 이사로, 강지원 어린이청소년포럼 대표가 감사로 각각 참여했다.

재단 사무국은 오는 10월까지 설립 절차를 마무리하고, 수도권 인근에 2007년까지 병상 150개 규모의 혈관 척수질환 재활전문병원을 건립한다는 목표로 본격적인 터 선정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재단은 기금 모금에서 병원 건립 및 운영의 모든 과정을 지역·종교·시민단체들과 연계한 ‘시민 참여형’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재단 관계자는 “재활병원의 병상수가 전체 수요의 2%에 불과한 현실도 문제지만, 인간다운 치료를 받을 수 없는 병원 환경이 더 큰 문제”라며 “온 가족이 환자에 매달려야 하는 후진국형 의료 행태를 벗어나, 의료진과 시민 자원봉사자가 24시간 환자를 가족처럼 돌보고 환자 중심으로 설계된 병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환자와 의료진 ‘가족처럼’ 서로 믿고 도울수 있다면

푸르메 재단은 재단 상임이사인 백경학(41?마이크로부루어리코리아 사장)씨 부부가 겪은 ‘고통’이 시발점이 됐다. 백씨의 아내 황혜경(39)씨는 6년 전 영국에서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잘라내는 중상을 입었다.

 

 

 

 

두 달여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운동과 언어 능력도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영국과 독일에서 1년 정도 치료를 받다 귀국해보니, “한국 병원에서 재활 환자는 ‘인격체’가 아니었다”는 게 백씨의 설명이다. “영국 의료진은 혼수 상태의 아내한테도
치료 과정을 일일이 설명해주고 언제든지 보호자에게 시간을 내주었습니다. 한데 우리는 환자 간병을 온통 가족들한테 맡길 뿐 아니라 그나마 온갖 위험 속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인간다운 재활병원’의 필요성을 절감한 백씨 부부는 회사 주식과 사고 보상 선급금 등 3억원을 재단 설립 종잣돈으로 내놓았다.

백씨는 “환자가 의료진에게 가족처럼 도움을 청할 수 있고, 힘겹게 매달리지 않아도 창밖을 볼 수 있는 병원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