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에 사랑을 싣고 [한겨레신문]

유종윤 교수(39·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는 가슴 아래쪽이 마비된 1급장애인이다. 온종일 휠체어에 탄채 회진하고 진료를 한다.

“환자들이 힘든 운동치료를 게을리하거나 처지를 비관할 때는 ‘나보다 상태가 더 좋은데 왜 우울해하느냐’고 야단도 칩니다. 그러면 다들 놀라면서 짜증을 안내고 열심히 치료받습니다.” 그래서일까. 장애인 환자들은 유 교수에게 더 몰린다.

운동이면 뭐든지 다 좋아했던 유 교수의 인생이 바뀐 것은 재활의학과 전임의 시절이던 1995년 5월 어느 날 출근길이었다. 빗길에 차가 미끄러지면서 뒤집혀 경추(목뼈) 골절로 목 아래가 전부 마비되는 중상을 입었다.

실의에 빠져있던 그에게 재활의지를 심어준 사람은 아내와 당시 이 병원 재활의학과 과장이던 하상배 교수(작고)였다. 4.19때 의대생 시위를 이끌었던 하교수는 재활치료뿐 아니라 그에게 전공분야 공부를 계속하도록 재촉해 오늘의 그가 있게 했다.

장애인이 된 뒤에야 그들의 심정과 아픔을 알게 됐죠

재활을 위한 그의 노력은 눈물겨웠다.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손으로 밥 한 그릇을 먹기 위해 한 시간 동안 씨름하다가 밥그릇을 엎어쏟기 일쑤였다. 의사로 복귀한 뒤에도 손놀림이 어둔해 처음 몇달 동안은 진료차트조차 쓸 수 없었다.

“운동치료가 괴롭고 힘들 때마다 내가 치료한 장애인 환자들을 생각했죠.” 유 교수의 전공은 뇌졸중이나 척수손상 등으로 보행에 이상을 일으킨 환자들의 동작분석이다. 컴퓨터로 환자들의 걸음걸이를 정밀하게 분석해서 치료에 활용하는 것으로 국제학회지에도 여러 차례 논문을 실었다.

“재활치료는 장애인 환자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부문인데도 우리나라의 수준은 아직 초보단계입니다. 서울의 몇몇 큰 병원을 제외하고는 재활치료에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이죠. 재활치료 수가가 스포츠마사지료보다도 낮은데 누가 투자를 하려고 하겠어요” 수가조정 등 정부의 의료정책 변화를 강조했다.

유 교수는 보행권 보장 등 장애인의 권익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시간이 되는 대로 장애인을 위한 사회활동에도 발벗고 나설 계획이다. “장애인이 사는 데 불편하지 않은 사회가 선진사회 아니겠어요”

김종철 기자 phill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