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공익광고 《잠깐만~ ♬》... 2005-01-24 ~ 01-30 [MBC]

2005년 1월 24일부터 1월 30일까지 MBC 표준 FM을 통해오전 7시 50분과 오후 2시20분, 5시
50분에 방송된 공익광고

<잠깐만>의 원고입니다.

1. 어둠 속에서 더욱 빛나는 우리 눈처럼
…… 2005-01-24

김용해 서강대 학생문화처장
(예수회 신부)

안녕하세요.
재활전문병원을 준비하는 푸르메재단의 김용해 예수회 신부입니다.

어두운 영화관에 들어갔을 때, 처음엔 눈 앞이 캄캄하지만 나중엔 옆사람 표정까지 잘 볼 수 있습니다.

어두운 곳에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리지만 일단 적응하고 나면 우리 눈은 밝은 곳에서보다 10만 배나 더 예민해진다고 하는데요,

어둠 속에서 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는 우리 눈처럼, 지금은 시련을 겪고 있는 장애인들도, 이 어려움 속에서 더 진가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것 뿐이지요.

2. 강아지의 체온처럼 따뜻하게
…… 2005-01-25

‘동물매개치료’ 라는 것이 있다고 하는데요,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을 치료할 때 애견 같은 동물이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작은 생명들의 체온과 맥박이 아픈 몸과 마음에 위로가 되고 활기가 되기 때문이겠죠.

세상에 아픈 사람이 많은 것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충분히 따뜻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작은 강아지의 체온 만큼만 사람이 사람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세상의 고통이 훨씬 줄어들지 않을까요?

3. 뜻과 마음을 모은다면
…… 2005-01-26

복도 한쪽에는 음식물 냄새가 진동하고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방문객으로 북새통을 이룹니다. 걷는 연습을 하다가 치어 넘어지기도 합니다.

여기가 어딜까요?

우리나라 장애 환자들이 치료받고 있는 병원이죠. 그나마 입원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그래서, 꼭 필요합니다. 가족이 안심할 수 있는 재활병원, 환자가 평안히 치료받을 수 있는 재활병원.

우리들의 뜻과 마음을 모으면 가능합니다.

4. 웰빙의 반의 반만이라도
…… 2005-01-27

우리나라에서 지속적인 재활치료가 필요한 장애인 수는 150만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재활치료를 위한 의료진과 병상이 모자라서 대부분의 장애 환자가 방치돼 있지요.

장애인의 90%는 사고나 질병 등 후천적 원인으로 장애를 갖게 된다는데요, 이건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요즘 ‘웰빙’에 쏟는 관심의 반의 반 정도라도 장애인 재활시설에 눈을 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5. 장애인의 눈높이로 볼 수 있다면
…… 2005-01-28

네 살 아이의 눈높이에선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요?

그 아이 눈높이에서 촬영한 화면을 본 적 있습니다. 보이는 건 어른들의 다리 뿐, 세상은 복잡하고, 위험했습니다.

사랑하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도 어려운데, 다른 사람의 눈높이는 말할 것도 없겠죠.

휠체어에 의지하는 어떤 분은, 서서 보는 세상과 앉아서 보는 세상은 너무 다르다고 하더군요.

우리가 장애인의 눈높이로 볼 수 있다면 세상은 달라지겠지요?

6. 겨울을 견기는 진달래처럼

…… 2005-01-29

요즘 진달래를 보신 적이 있나요?

겨울에 진달래가 어딨냐구요? 물론 꽃은 피지 않지만, 진달래는 주위에 많습니다. 앙상한 가지로 겨울을 견디고 있지요.

우리는 활짝 핀 진달래만 기억합니다. 하지만 진달래는 봄을 기다리며 추운 겨울을 고요히 견디지요.

많이 힘들 땐, 봄을 꿈꾸며 추위를 견디는 진달래를 생각하십시오.

진달래에게도, 우리에게도 봄은 곧 올 것입니다.

7. 감자 몇 알의 기적

…… 2005-01-30

독일에서 만났던 할머니가 생각납니다.

할머니는 젊은 날 전쟁에서 남편을 잃고 살 길이 막막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아침마다 문 앞에 놓아 준 감자 몇 개 덕분에 아이들과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그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할머니는 20년 동안 아침을 거르고 그 돈을 바구니에 모았다가 매년 기부를 했다고 합니다.

누군가가 베푼 감자 몇 알이 20년의 선행으로 다시 이어진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