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메재단 김용해 공동대표 [한겨레신문]

재활병원 건립운동 푸르메재단 김용해 공동대표

 

 

[한겨레] “가난과 장애의 이중적 고통을 당하고 있는 장애인 환자들을 더는 그대로 버려두어선 안됩니다. 이제 정부와 국민, 기업, 언론이 책임을 지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민간 재활병원 건립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는 푸르메재단의 김용해 공동대표(45·서강대 교수)는 유난히 선해 보이는 얼굴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도 핏발이 설 때가 있다. 다름아닌 장애인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다.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해도, 국가와 사회, 기업, 언론의 관심은 여전히 ‘방치’에 가깝기 때문이다.

 

구색맞추기 복지정책으로 방치
정부 기업 언론 국민 모두와 책임
저소득층 장애인에 연탄 나눔운동

 

“우리의 장애인 복지 수준은 아직도 구색 맞추기에 그치고 있습니다. 해마다 30만명이 넘는 이들이 교통사고나 뇌졸중 등으로 후천적으로 장애인이 되고 있지만, 이들의 재활을 위한 병원조차 단 3곳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실제로 전국 병·의원을 다 합해도 장애인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은 4000여개 정도. 하지만 현재 재활치료나 정기적인 재활프로그램이 필요한 장애인 수는 14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하여, 장애인을 위한 일이라면 그는 열 일 마다하고 나선다. 지난 11일에도 서강대 사제관의 신부들을 설득해 생활비의 일부를 푸르메재단에 기부하도록 했다. 그는 장애인 문제를 범 사회적 이슈로 부각시키는 일이 급선무라고 보고 “앞으로 장애인 걷기대회 개최나 사랑의 나눔 운동 등 시민 참여 운동 차원에서 이를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최근 장애인 사진전과 장애음악인 콘서트 등을 연 푸르메재단은 이어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과 함께 연탄을 사용하는 저소득 장애인들에게 연탄 300장씩을 보내는 캠페인을 벌인다.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들이 푸르메재단에 연탄을 신청하면, ‘연탄 나눔 운동’에서 이를 나눠주게 된다. 또 이달 29일 열리는 푸르메재단 후원의 밤 행사를 계기로 회원 한 사람이 5명의 회원을 배가하는 후원회원 배가 운동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기실 김 대표가 장애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푸르메재단 상임이사인 백경학(41)씨 부부와의 인연이 계기가 됐다. 독일에서 유학 중에 가까이 지내던 백 이사 부부는 영국 여행을 떠났다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부인 황혜경씨가 한 쪽 다리를 잃었다. “삶의 뿌리를 흔들고 지나간 폭풍 속에서도 삶과 희망의 끈을 결코 버리지 않은 이들 부부의 모습은 여간 감동스런 게 아니었습니다.” 백 이사 부부는 사고 6년이 지난 뒤인 지난 2004년 8월, 장애환자 재활병원 설립을 위한 푸르메재단 발기인 대회를 열면서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연다. 이 때 예수회 신부인 그도 부부의 뜻을 좇아 발기인으로 참석하게 된 것이다.

김 대표는 “뜻있는 이들의 참여 속에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지만, 장애인 문제를 푸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역시 재활병원 건립이나 장애인 기금 마련 등 그들을 위한 체계적인 사회복지 시스템을 꾸리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기업이 사회적 책임의 자세로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글 이창곤 사진 탁기형 기자 goni@hani.co.kr

[한겨레 2005-11-13 1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