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지선·장영희씨 등 23명 모은 아름다운 글

대학시절 교통사고로 얼굴 등 전신에 화상을 입지만 그 고통과 절망적인 흉터를 딛고 다시 선, 현재 미국 보스턴에서 장애인 재활상담을 공부하고 있는 이지선씨. 그는 사고 일주일 뒤 중환자실에서 산소호흡기를 떼고 마신 한 모금의 물맛을 잊지 못한다. “진통제를 맞아야만 하루 30분이나 잠이 들까말까 한 그런 고통 중이었음에도 그 물 한 모금에 ‘행복’이란 것을 느꼈습니다.”

이씨처럼 절망을 딛고 선 이들, 아니 운명처럼 절망의 계기들과 동행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이 땅의 아픈 이들에게 희망의 글을 전하는 책을 냈다. ‘사는 게 맛있다’(이끌리오 발행)다.

모두 23명이 글을 썼다. 선천성 소아마비환자로 척추암과 싸우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서강대 장영희 교수,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지만 컴백해 휠체어 댄스를 선보인 가수 강원래씨, 휠체어 생활을 하며 국내유일의 장애인 문예지 ‘솟대문학’을 창간한 방귀희씨 등이다.

온 가족이 장애입양아에 헌신하며 사랑을 키워가는 이야기도, 희귀병 아동을 위해 익명의 네티즌들이 모아보낸 십시일반 성금 이야기도 있다. 탤런트 김혜자씨, 소설가 박완서씨, 강지원 박원순 변호사,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등도 글을 보탰다. 모두 “나의 존재가 단 한 사람에게라도 ‘희망의 촛불처럼 다가갈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는 마음을 담은 글들이다.

책은 장애인 재활전문병원 건립을 위해 지난 해 8월 출범한 ‘푸르메 재단’(이사장 김성수 성공회대 총장)이 기획했다. 필자들은 인세 전액을, 출판사는 판매 수익금 전액을 재단에 기부키로 했다. 재단은 29일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후원의 밤 행사를 갖고 2008년 병원공사를 시작한다. (02)-720-7002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한국일보 2005-11-23 19:03]